라이트펀드 2대 이사장 취임한 국제보건 전문가 손명세 교수
“한알의 약은 한 사람을 살리지만, 하나의 약 개발 기술은 만인 살려”
“라이트펀드, 한국 보건의료 기술력 활용한 최고의 ODA 지원방식”

건강보험심사평가원장을 역임한 손명세 전 연세의대 교수가 글로벌헬스기술연구기금 라이트펀드 제2대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라이트펀드는 세계 공중보건 증진을 목표로 한국 정부, 한국생명과학기업, 국제자금지원단체가 민관협력으로 20187월 설립된 한국 거점의 국제보건연구기금이다. 개발도상국의 보건의료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국의 보건의료 기술력을 활용한 신종 감염병 및 개발도상국 풍토성 감염병 대응에 필요한 백신, 치료제, 진단, 디지털 헬스 기술 R&D를 지원한다.

하지만 저개발국에 필요한 기술을 개발해 글로벌 헬스 증진에 기여하기 위해서는 미래 기술 예측 능력은 물론 정부와 사회단체, 각종 민간과 공공분야 기구들과 파트너십이 있는 리더가 필요하다. 바로 그 적임자가 손명세 이사장이다.

아시아태평양공중보건학회(APACPH) 회장, 세계보건기구(WHO) 집행이사회 부의장, 유엔에이즈계획(UNAIDS) 특별보좌관, 유네스코 국제생명윤리위원회(IBC) 위원, 한국보건행정학회 회장, 보건복지부 장관 국제업무 특별자문관, WHO 국제보건규칙(IHR) 개정위원회 위원, 더 나은 미래를 위한 반기문 재단 운영위원 등과 같은 화려한 이력이 말해주듯 그는 40년 가까이 보건정책과 국제보건 분야에서 전문성을 다져왔다.

본지와 만난 그는 "라이트펀드의 경우 R&D형 공적개발원조(Official Development Assistance) 사업으로서 한국이 그동안 쌓아온 기술 역량으로 국격을 높이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며 "한국 의료의 국격을 높일 수 있는 뜻깊은 일이라 생각해 이사장직 제안을 기꺼이 수락했다"고 밝혔다.

- 이사장 취임을 축하드린다. 이사장을 수락한 이유는 무엇인가.

라이트펀드의 초대 이사장이 그만둔 뒤, 후임 이사장으로 제안을 받았다. 40년 가까이 정부, 사회단체, 여러 민간 및 공공부문 기관들과 파트너십을 맺어온 경험 때문일 것이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쌓은 경험들이 라이트펀드를 통해 우리나라가 미래에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겠다 싶어 이사장 제안을 수락하게 됐다.

라이트펀드는 국제보건을 위해 한국의 강점과 혁신이 담긴 감염병 연구에 기금을 지원하는 기관이다. 그러나 솔직히 이런 기관이 국내에 있어야 한다는 생각은 많이 하면서도 여기에 자원을 배분해야 한다는 생각에는 사람들이 주저하는 것 같다. 이런 인식을 개선하는데 역할을 하고 싶다. 특히 한국은 국력에 비해 아직 국제 기여도가 적은 편이다. 라이트펀드는 R&DODA 사업이다. 한국이 그동안 축적해온 기술 역량과 제품생산 능력 등 여러 가지 강점들은 나눠준다면 한국과 개도국 모두에 도움이 되고, 국내 보건의료의 격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이라고 생각해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 의사 출신 이사장으로서의 강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의사들은 보건의료 전반에 대해 이해도가 높은 것에 더해 한 분야에 있어서 각자 전문성을 가지고 있다. 저 또한 보건정책과 국제보건 부문에서 40년 가까이 일을 해왔기 때문에, 글로벌 헬스에 필요한 기술이 어떤 형태로 나아갈 것인지 예측하고 이런 부분이 담길 수 있게 조직의 미래를 설계해주고 정부와 협력하는 일에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글로벌 헬스 부분에 있어서 한국 산학연의 역량을 단기간에 키울 수 있도록 세계적인 산학연과 제품개발파트너십, 국제기구들과 연결고리를 만들어 국내와 해외의 연계를 강화하는데 기여하겠다.

- 현재의 라이트펀드를 객관적으로 평가한다면.

라이트펀드는 R&D 기반 ODA 사업이다. 그러나 치료제나 백신 등의 현물을 전달하는 방식의 ODA가 아닌, 이러한 제품들을 개도국에 활용 가능한 방식으로 개발하는 것을 지원하는 기금이다. ODA 사업의 핵심은 수혜국 주민의 삶에 어떠한 실질적 영향을 미치는가에 있다. 우리나라는 2016년부터 국제개발협력 2차 기본계획에 들어가면서 보다 효율적인 ODA 방안의 하나로 지금의 라이트펀드 모델을 구상했다. 현물 지원 방식 보다 장기적이고 지속적으로 더 많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지원이 백신, 치료제 등 새로운 생명과학기술 개발을 지원하는 것이라고 본 것이다. 이때 자본과 기술, 경영 노하우 등을 갖춘 민간 역량을 활용하면 더 나은 결과물을 도출할 수도 있다. 한 알의 약은 한 사람을 살리지만, 하나의 약을 개발하는 기술은 만인을 살릴 수 있다. 그래서 라이트펀드가 한국의 우수한 보건의료 기술력을 활용한 최선이자 최고의 ODA 지원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 WHO, 반기문 재단, APACPH, UNAIDS, 유네스코 국제생명윤리위원회(IBC) 등 다양한 국제활동 경험이 라이트펀드 이사장을 맡는데 주요한 역할을 했다고 보나. 이러한 경험을 살려 임기동안 어떠한 역할을 하고 싶은가.

라이트펀드가 세계보건 증진을 목표로 한 한국 거점의 국제보건연구기금인 만큼 국제보건을 위한 다양한 활동이 라이트펀드의 이사장으로 선임되는데 역할을 했다고 본다. 그동안의 경험을 살려서 한국의 혁신성과 리더십을 활용해 저개발국에 필요한 기술을 발굴, 개발함으로써 글로벌 헬스 증진에 기여한다는 라이트펀드의 미션을 실현할 수 있도록 연구지원사업의 연속성을 확보하고, 내실화하는데 기여하겠다.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전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선진국과 개도국의 보건의료 역량 격차가 더욱 벌어지고 있다. 그런 점에서 국내 감염병 R&D 역량을 강화하면서도 개발도상국 보건의료 향상에 기여하고자 하는 라이트펀드의 미션이 더 의미가 있어 보인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아직 끝나지 않았지만 지금부터 제2, 3의 신종 감염병에 대한 대응을 준비해야 한다. 라이트펀드가 이 부분에서 앞으로 어떤 역할을 하고자 하나.

라이트펀드는 개도국의 풍토성 소외감염질환과 더불어 코로나19 같은 신종 감염병 대응에 필요한 백신, 치료제, 진단, 그리고 개도국 의료자원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디지털 헬스 기술 개발을 지원한다. 때문에 라이트펀드의 연구지원 사업을 더욱 확장해 현재의 코로나19 팬데믹만이 아니라 제2, 3의 코로나 팬데믹에 대응하는 기술 개발 지원을 확대해 나갈 필요가 있고, 이를 위해 노력 중이다.

또한 라이트펀드는 현재 코로나19 대응에 필요한 7개 기술 개발 연구와 더불어 비특정 신종 감염병에 대응할 수 있는 혁신적 면역백신 개발 연구 등에 기금을 지원하고 있다. 진단 정확도를 끌어올릴 수 있는 시분해형광기술을 활용한 코로나19 모바일 진단 플랫폼 개발 연구를 비롯해, 파우치 크기 수준의 코로나19 현장 분자진단 플랫폼 개발 연구, 생독백신과 유사한 효능을 낼 수 있는 코로나19 설하투여용 점막면역백신 플랫폼 개발 연구, 기존 백신의 안전성-개발 속도-효력-생산성 등에서의 단점들을 보완 혹은 대안이 될 수 있는 기술로 평가되는 바이러스 벡터(전달체) 기반 코로나19 백신 개발 연구, 코로나19 DNA 백신을 세포 내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마이크로니들 시스템 개발 연구 등이 그것이다. 이런 연구들이 지속될 수 있게 지원책을 보다 강화해 나갈 것이다.

-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한국 기업들이 코로나19 팬데믹 종식을 위해 할 수 있는 역할은 무엇이라고 보나.

우선 한국의 코로나19 진단키트는 코로나19 팬데믹 종식에 백신, 치료제와 더불어 핵심 역할을 해나갈 것이라고 본다. 지금도 한국 기업들이 기존 제품보다 빠르고 정확한 진단키트들을 내놓으며 국제방역 시스템을 강화하는데 기여하고 있다.

또한 SK바이오사이언스, 제넥신 등 한국 기업 역시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코로나19는 신종 바이러스여서 백신 개발 시작점이 전 세게 모두 제로 베이스였는데 1년이 채 되지 않은 기간 백신 후보 물질을 개발해 임상에 진입한 후보 물질이 한국 제약사 주도의 연구로 나오는 등 한국도 아주 빠른 속도로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나서고 있다. 이 부분에 있어서 앞으로 한국 기업의 역할을 기대해 본다. 이외에도 한국은 공정기술 개발에 글로벌 강점이 있고 백신을 대량생산할 수 있는 우수한 인프라도 갖추고 있다. 때문에, 물량 부족으로 인한 백신 수급 문제 해결에 있어서 한국 기업이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대표적으로, SK바이오사이언스는 20207월 아스트라제네카와 옥스퍼드대학이 공동 개발 중인 코로나19 백신의 위탁생산(CMO) 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8월 미국 노바백스(Novavax)와 코로나19 백신의 항원 개발과 생산, 글로벌 공급에 대한 위탁개발생산(CDMO) 계약을 맺은 바 있다. 이 같은 한국 기업의 활동과 노력이 팬데믹 종식에 기여할 것이라고 보며, 이 과정을 통해 글로벌에서 K-바이오 역량이 확대, 강화되길 기대한다. 라이트펀드도 이를 지원하는 역할을 할 것이다.

- 국제보건 전문가이자 라이트펀드 이사장으로 라이트펀드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제시한다면.

라이트펀드는 한국의 강점과 혁신 기술로 국제보건 증진이라는 대의를 실현하는데 기여할 수 있는 한국 거점의 민관협력 국제보건연구지원플랫폼이다. 한 국가 기반의 강점과 혁신을 발굴, 활용하는 민관협력 국제보건연구지원플랫폼이 국내에 만들어졌다는데 의미가 적지 않다. 국제보건을 위해 국내 강점과 혁신이 활용된 기술들이 꾸준히 개발돼, 실질적으로 활용될 수 있게 라이트펀드의 연구지원사업을 더욱 내실화해 국제보건과 국가방역에 기여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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