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육종민 교수, 그래핀 이용 원자단위 고해상 전자현미경 개발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 과정, 알츠하이머 등 뇌질환 발병 원인 관찰 가능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감염 과정을 생생하게 관찰할 수 있는 기술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됐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신소재공학과 육종민 교수 연구팀은 그래핀을 이용해 물질을 원자 단위까지 관찰 가능한 전자현미경 기술을 개발했다고 19일 밝혔다.

그래핀 액상 유동 칩을 이용해 전자현미경으로 관찰한 금 나노 입자와 박테리아 이미지(사진 제공: KAIST).
그래핀 액상 유동 칩을 이용해 전자현미경으로 관찰한 금 나노 입자와 박테리아 이미지(사진 제공: KAIST).

전자현미경 기술은 일반 광학현미경보다 약 수천 배 가량 높은 배율로 물질 관찰이 가능하다. 나노미터 단위로 집적화된 반도체 품질 관리는 물론 코로나 바이러스처럼 생체 분자의 구조 규명에도 이용해왔다.

관찰을 위해선 매우 높은 수준의 진공 상태가 요구돼, 지금까진 주로 진공에서 쉽게 증발하는 액체 시료를 건조시키거나 급격히 냉동시키는 방식으로 관찰이 이뤄졌다.

다만 이런 방식은 정지 상태인 시료의 구조적인 정보만 얻을 수 있는 게 단점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연구팀은 앞서 지난 2012년 도입한 그래핀(graphene) 액상 셀 기술을 개선해 그래핀 아쿠아리움 전자현미경 이미징 플랫폼 개발에 성공했다.

그래핀 액상 유동 칩 모식도. 30~100나노미터(nm) 두께 액상 홀더를 통해 액체가 자유롭게 순환 가능하다(사진 제공: KAIST).
그래핀 액상 유동 칩 모식도. 30~100나노미터(nm) 두께 액상 홀더를 통해 액체가 자유롭게 순환 가능하다(사진 제공: KAIST).

그래핀은 흑연에서 분리해낸 탄소원자의 2차원 평면 구조층이다. 원자 단위 두께에 강도가 강철보다 200배 높다.

연구팀은 이런 특성을 이용해 기존에 액상 전자현미경 기술에서 쓰던 질화 실리콘 막보다 1/100 수준으로 얇은 액상 유동 칩을 만들었다.

질화 실리콘 막은 전자빔에 반투명한 특성 때문에 염색 과정 없이는 단백질이나 바이러스처럼 생체 분자 관찰이 쉽지 않았다.

반면 그래핀 액상 유동 칩은 전자빔에도 투명하므로 원자 단위에서 박테리아 및 생체 분자를 온전하게 관찰하는 게 가능하다. 또한 약 4기압에 달하는 압력 차에도 견딜 수 있어 기존 기술보다 20배 빠른 액체 유동 조건에도 안정적으로 작동한다.

연구팀은 그래핀 액상 유동 칩이 체내의 혈관 같은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이를 통해 코로나 바이러스가 인체 내부에서 어떻게 감염을 일으키는지 실시간으로 관찰 가능하다.

또한 알츠하이머처럼 퇴행성 뇌질환의 발병 원인으로 여겨지는 아밀로이드 섬유화 진행 과정도 관찰할 수 있어 신약 개발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육 교수는 "새로운 이미징 플랫폼 개발은 과학 기술 발전의 토대가 된다"며 "액체 내 물질들을 분자 및 원자 단위로 관찰하면 자연의 가장 작은 단위에서 시작되는 다양한 현상들을 규명할 수 있다ˮ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삼성 미래기술 육성 센터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고 국제 학술지 'Advanced Materials'에 1월 14일 자로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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