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캔인터내셔널 피사니 CEO “암 치료 위해 환자 중심 환경 필요”

우리나라 암 유병자가 200만명을 넘어섰다. 최근 발표된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2018년 국내 암 유병자는 약 201만명이었으며, 이 중 진단 후 5년 초과 생존 암 환자는 전체 암 유병자의 절반 이상(57.8%)인 약 116만명이었다. 이는 전년 104만명 대비 약 12만명 증가한 수치다.

잇따른 신약의 등장과 치료기술의 발달로 암 유병자가 늘어나면서 암 치료 및 관리 환경도 변화가 요구되고 있다. ‘삶의 연장’과 더불어 ‘삶의 질’도 중요해지고 있는 것.

지난달 출범한 국제 암 환자단체인 올캔인터내셔널(이하 올캔)의 한국지부 올캔코리아는 이러한 달라진 환경을 정조준하고 있다. 올캔코리아는 출범시 ‘암, 치료를 넘어 일상으로’란 슬로건으로 발표하며, 환자가 암 치료과정에서 일상을 유지하고 치료 후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올캔코리아, 즉 올캔인터내셔널이 지향하는 암 환자 치료 환경은 무엇일까. 올캔인터내셔널의 에드워드 피사니(Eduardo Pisani) 최고경영자(CEO)와의 서면인터뷰를 통해 올캔의 설립 목표와 활동 방향, 정책적 참여 등에 대해 들었다. 파사니 최고경영자는 이탈리아 카타니아 대학교에서 법학 학위를 취득하고, 글로벌 제약사와 관련 협회에서 30여년 간 활동하면서 보건의료 분야 전문가로서 자리했다. 올캔인터내셔널에는 지난해 2월 CEO로 합류했다.

올캔인터내셔널 에드워드 피사니(Eduardo Pisani) 대표
올캔인터내셔널 에드워드 피사니(Eduardo Pisani) 대표

- 우선 올캔을 소개해달라. 올캔의 설립 목표와 주요 활동은 무엇인가.

올캔은 암 치료의 효율성을 개선할 필요성을 알리고 정치와 대중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지난 2016년 설립됐다. 환자 조직, 의료 전문가, 연구 및 산업 대표로 구성되며, 다중 이해관계자의 협력으로 암 치료 전반에 걸쳐 자원 사용을 최적화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 목표다.

지난 2020년 초 올캔인터내셔널은 브뤼셀에 본사를 둔 독립적인 비영리 단체가 됐다. 올캔인터내셔널은 사무국과 거버넌스 모델 수립, 새로운 근거 마련, 주요 외부 이해관계자와의 협력, 17개의 올캔 국가 이니셔티브에서 수행한 활동 조정 등의 역할을 한다.

세계보건기구(WHO),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같은 국제기구에 따르면 의료 자원의 약 20%가 쓸모 없거나 비효율적인 활동에 낭비된다고 한다. 올캔은 설립 목표에 따라 ▲효율적인 암 치료법 연구를 진전시켜 근거를 확보 및 전달하고 ▲연구 결과와 모범 사례를 공유해 환자 성과를 개선하는 데 이해 관계자를 참여시키고 ▲올캔의 핵심 메시지를 지역 및 국가 암 계획 및 정책 토론에 포함시킴으로써 국가 간 협력을 강화하는 등의 업무를 수행한다.

- 올캔이 말하는 ‘암 치료의 효율성’은 어떤 의미인가.

우리의 관점에서 '효율적인 암 치료는 환자와 사회에게 중요한 것에 초점을 맞추고 이용 가능한 인적, 재정적, 기반과 기술 자원을 사용해 최고의 건강 결과를 제공하는 것'이다. 모든 사람에게 혜택을 주는 효율적인 의료뿐만 아니라, 진화하는 세상에 탄력적이고 적응력이 있는 효율적인 의료시스템이 필요하다. 강력한 데이터 수집은 비효율성을 체계적으로 식별하고 암 환자와 그 가족의 이익을 위해 건강 결과를 지속적으로 개선케 하는 핵심 동인이다. 올캔은 암 치료 효율성에서 데이터의 사용과 가치를 주제로 한 새로운 정책 연구를 오는 2021년 초 발표할 예정이다.

- 올캔은 미션에서 ‘환자를 암 정책의 중심에 두고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한다’고 밝혔다. 암 환자를 위한 정책 수립이 최우선 목표인가.

우리는 오는 2030년까지 암 치료의 효율성이 국가 암 프로그램에서 중심 고려 사항이 되길 바란다. 올캔의 활동과 관련된 국제 정책 구상이 있다. 국제연합(UN) 지속가능개발 목표 3번(모든 연령의 건강한 삶 보장)은 올캔의 체계로써 고려할 수 있다. 유럽연합(EU)은 오는 2월 EU 국가들에게 권고할 자체 유럽 암 계획을 발표한다. 이러한 사례는 올캔이 정책 입안자 및 주요 이해관계자와 협력하고 그들의 결정과 공개 토론에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지난 2019년 올캔은 10개국 이상의 암 환자와 간병인 4,000여명을 대상으로 효율적인 암 치료에 관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조사 결과는 지난 2020년 초 유럽 의회에서 정책 입안자들에게 공유됐다. 여러 국가의 올캔 지부에서도 국가 정책을 알리기 위해 유사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이를 통해 확인한 주요 개선점은 ▲신속하고 정확하며 적절한 진단의 보장 ▲정보 공유와 공유 의사 결정 과정 개선 ▲모든 환자를 위한 통합된 치료의 실현 ▲암의 재정적 영향 해결 등이었다.

또 암 치료 효율성 개선 방법의 모범 사례를 수집·공유하기 위해 '효율성 허브(Efficiency Hub)'를 만들었다. 허브에서 전체 암 경로와 모든 암 유형 사례를 수집하고 있다. 최근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한 신속한 대응을 보여주는 특별 섹션이 추가됐다.

- 올캔은 벨기에 본사를 비롯해 유럽, 북미, 남미, 오세아니아에 지부를 두고 있다. 세계 각국으로 지부를 확장하는 이유는 무엇이고, 나라에 따라 다른 목표를 가지고 있나.

브뤼셀의 올캔인터내셔널은 모든 지부를 조정하고 관련 국제기구를 연결하는 역할을 한다. 올캔은 회원이 조직의 목표와 가치에 따라 각 나라의 협력자를 식별하고 현지에서 올캔 플랫폼을 구축할 수 있는 유연한 모델이다. 같은 생각을 가진 집단의 국제적 네트워크의 가치는 엄청나다. 암 치료의 효율성에 대한 질문은 전 세계적 문제로, 주요 참여자들과의 긴밀히 협력한 협력을 통해 다뤄질 필요가 있다.

국가별 올캔 지부는 동일한 사명과 비전을 가지고 이를 국가 암 치료의 우선순위와 보건 시스템에 맞춰야 한다. 예를 들어, 선별과 적시 진단은 많은 국가에서 최우선 과제로 간주되는 반면, 치료에 대한 동등한 접근은 특정 국가에서 더 중요하게 여겨진다. 프로젝트와 잠재 해결책들은 토론을 자극하는 방법으로 한 나라에서 다른 나라로 옮겨질 수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라고 할 수 있다.

- 아시아 최초로 한국 지부를 설립한 이유는 무엇인가.

한국의 의료기술은 아시아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최고 수준이다. 그러나 암 치료 환경은 기술적 진보만을 통해 개선되지 않으며, 암 치료의 본질은 환자에게 초점을 맞추는 데 있다. 한국은 이미 뛰어난 기술을 개발하고 있기 때문에 더 나은 암 치료를 위해 환자 중심의 치료 환경을 만들어야 할 때가 됐다는 의미다. 한국은 암 환자 요구에 맞춘 암 치료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아시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으며 가장 적극적이었다.

- 한국의 암 치료환경에서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한국뿐만 아니라 근본적으로 암 환자의 치료 효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환자에게 중요한 것'에 자원을 집중하는 체계적인 효율성이 필요하다. 즉, 한국 암 환자에게 무엇이 중요하고 필요한지를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다.

올캔코리아가 한국 암 환자 49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한국 암 환자들은 심리적인 지원의 중요성을 알지 못했으며 충분히 지원 받지 못했다. 소득에 따른 암 진단과 건강 형평성 불균형도 관찰됐다. 암 환자들이 직면하는 여러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새로운 정책 접근이 필요하다는 사실은 명백했다.

- 올캔코리아는 약가협상과 관련한 활동을 전혀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약가협상 관련 활동을 하지 않는 것은 올캔인터내셔널의 규정인가. 그 이유는 무엇인가.

그렇다. 올캔 위임사항에는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자금후원 파트너의 개별 제품을 홍보하거나 보증하지 않기 위해 교육 목적으로 설립됐다'고 명시돼 있다. 이사회의 감독 하에 전 세계적으로 동일한 원칙과 규칙이 적용되며 예외는 없다.

여러 번 강조했듯이 올캔은 암 치료 환경의 효율성을 높이고 환자 중심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다양한 이해관계자로 구성된 조직이다. 특정 치료에 관한 활동을 한다면 올캔의 목표가 훼손될 수 있다. 원칙적으로 올캔은 다양한 자금 지원 파트너의 참여를 보장하기 위해 노력하며, 의료와 관련이 없는 기업도 파트너로 참여할 수 있다. 이러한 원칙은 특정 치료의 촉진 활동 관여를 막기 위해 존재한다.

- 올캔은 회원이 전략, 활동 범위 등 주요 결정에 관여한다고 밝히고 있다. 회원으로 참여한 글로벌 제약사가 이익을 도모하거나, 약가협상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고자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조직의 의사결정과정은 투명하며 법령과 내부지침에 근거한다. 모든 구성원은 새로운 프로젝트의 아이디어를 제안할 권리를 가지고 있다. 특정 프로젝트의 시작 여부 결정은 다른 구성원으로 구성되는 집단의 조언과, 프로젝트의 전략적 가치와 일관성 및 예산 함의를 고려한 이사회의 결정에 달려 있다. 회사 등 단일 구성원이 올캔의 사명과 업무 범위를 벗어날 위험은 없다.

- 올캔은 환자단체, 의료인, 연구자, 펀딩파트너(자금 지원 협력사) 각 1명 이상을 이사회로 구성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사회에 필수적으로 펀딩파트너를 포함시킨 이유와 펀딩파트너의 최소 기부 금액을 정해둔 이유는 무엇인가.

우리의 지배구조는 투명하며 모든 구성원은 동등한 대표성에 근거한다. 법적 실체로서 이사회가 감독하는 권리와 의무가 법령에 의해 제공된다는 의미다. 현재 이사회는 국제 환자단체를 대표하는 회장과 의료 전문가와 바이오 제약 회사를 각각 대표하는 두 명의 부사장으로 구성돼 있다. 펀딩파트너는 올캔의 활동에 재정적으로도 기여하며, 다른 회원에 비해서 어떠한 추가 권리도 가지고 있지 않다.

- 마지막으로 올캔코리아와 한국의 암 환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올캔코리아는 올캔의 최초 아시아 지부로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한국의 모든 암 환자들은 환자 우선 환경에서 치료돼야 하며 뛰어난 의료 발전의 혜택을 받아야 한다. 올캔의 비전이 많은 사람들의 마음에 반향을 일으키길 바란다.

암은 환자, 의료진, 그리고 누구도 혼자 싸울 수 없는 질병은 아니다. 암과 관련된 모든 사람들은 효율적이고 더 나은 암 치료를 위해 협력해야 한다. 환자들의 필요와 신뢰에 자원을 집중하고 환자 중심으로 암 치료 환경을 개선하려는 올캔코리아의 움직임을 지켜봐 달라. 또한 환자 입장에서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냄으로써 올캔코리아가 그들의 목소리를 듣도록 도와주길 바란다. 한국 모든 암 환자의 성공적인 치료와 건강을 기원하며, 올캔코리아는 암 치료 전반에 걸쳐 더 나은 결과를 보장하는 데 필요한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저작권자 © 청년의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