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의료원 나군호 소장, 의료인력 간 업무범위 조정 필요성 제기
서울아산병원, 정기적 자격검증 통한 ‘전문간호사’ 제도 운영
김종혁 기획조정실장 "전문의 어시스트 인력 육성·인정하는 제도 필요“

의대생들의 의사 국가고시 미응시에 따라 2021년도 인턴 없는 병원에 이어 2022년 전공의 부족까지 파급 효과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자 의료기관들이 PA(Physician Assistant) 논의에 불을 지피고 있다.

국회에서는 PA 간호사의 수술방 투입을 지시하거나 방조·방관할 경우 처벌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며 불법의료 행위 책임자에 대한 제재 강화 방침을 밝혔지만 병원 입장에서는 당장 인력 부족을 해결할 뾰족한 방안이 없기 때문이다.

국립암센터 헬스케어플랫폼센터 손대경 센터장은 지난 26일 온라인으로 진행된 ‘Korea Healthcare Congress(KHC) 2020’ 패널토론에서 당장 가용 인력이 없어 병상을 줄이면서까지 인력운용에 나섰지만 앞으로도 뾰족한 답이 없다고 토로했다.

손 센터장은 “병원에 PA 간호사도 있고 처치전담 전문간호사도 있다. 그러나 부득이하게 코로나19에 의료계 파업 상황까지 닥치면서 사실 병동 1개 문을 닫았다”며 “40병상 정도를 줄이면서 인력을 만들어 다른 쪽 필요한 인력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손 센터장은 “당장 인력이 여유 없는 상태에서 운영되고 있고 당장 내년에 인력이 부족할 거라고 예측되는 어려운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며 “병원 차원에서 논의하고 있지만 답을 찾지 못한 상황”이라고 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의료기관들은 의료인력 공급 지속성을 유지하기 위해 인력 간 업무범위를 유연하게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연세의료원 산학융복합의료센터 나군호 소장은 “(내년 인력이 부족하다고) 갑자기 의료진을 늘릴 수는 없다”며 “의과대학과 간호대학 정원을 늘릴 수 없는 상황이라면 결국 2가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나 소장은 “직군 간 공고한 업무영역 경계가 있는데 PA 문제를 공론화 해 대한병원협회 뿐 아니라 전체 의료계가 이 일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업무 범위에 대한 권한 문제에 대한 해결책에 대해 논의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PA 합법화를 위해 새로운 형태의 면허제도로 운영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이날 패널토론에서는 병원 내부적인 자체 규정을 갖고 인력 운용에 나선 서울아산병원 사례에 관심이 집중되기도 했다.

서울아산병원의 경우 자체적으로 전문간호사(Clinical Nurse Specialist) 규정을 만들어 정기적으로 자격 관리를 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김종혁 기획조정실장은 “지난 2005년 쯤 진료지원실을 맡고 있을 때 당시 부원장님이 전공의는 트레이니로서 역할이 커질테니 전공의가 줄어도 병원이 운영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갖춰 나가야겠다고 했다"면서 "그 때는 그 말을 깊이 이해하지 못했다”고 회상했다.

김 기획조정실장은 “병원이 아무리 크더라도 전공의 수는 제한돼 있고 펠로우나 진료전담의사로 커버하기 정말 어렵다”며 “체계적으로 전문의를 보좌하는, 어시스트 할 수 있는 간호인력을 육성하고 인정할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실장은 “무엇이 환자에게 도움이 되는지 생각하는 게 중요하다. 충분히 자격이 검증되고 한 분야에 숙달된 간호사에게 치료 받을 수 있다면 전공의는 충분한 수련 기회를 가지면서 휴식을 취할 수 있고 병원은 전문간호사를 통해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김 실장은 “이해가 많이 충돌하고 있지만 자격 검증 관리를 잘 해 환자를 위한 진료가 이뤄질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만들어 가는 것도 필요하다고 본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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