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연 김형선 팀장 “의료법 통해 의료인 집회결사의 자유 원천 차단”
사법정책연구원 김봉철 위원 “명령수용에 대한 손실보상 규정 없어”
오킴스 김용범 변호사, 업무개시명령 헌법소원 제기 계획
의료법상 형 선고 결격사유 두고 법조계 내부 이견

지난 8월 의료계의 집단행동 당시 정부가 전공의들을 대상으로 업무개시명령을 내려 논란이 일었던 가운데 법조계 내부적으로도 의료법상 업무개시명령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 김형선 법제도팀장은 지난 26일 의협 용산임시회관에서 열린 한국의료법학회-의정연 공동세미나에서 ‘의료법 제59조의 입법·정책적 고찰’ 발제를 통해 의료법상 업무개시명령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현 의료법 제59조제1항은 ‘보건복지부장관 또는 시‧도지사는 보건의료정책을 위하여 필요하거나 국민보건에 중대한 위해가 발생하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으면 의료기관이나 의료인에게 필요한 지도와 명령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제2항에서 ‘보건복지부장관, 시‧도지사 또는 시장‧군수‧구청장은 의료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진료를 중단하거나 의료기관 개설자가 집단으로 휴업하거나 폐업해 환자 진료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거나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으면 그 의료인이나 의료기관 개설자에게 업무개시 명령을 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으며, 제3항에서 ‘의료인과 의료기관 개설자는 정당한 사유 없이 제2항의 명령을 거부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만약 의료인이 의료법 제59조 제1항에 의한 정부의 지도·명령을 거부하거나 제3항에 의한 정부의 업무개시 명령을 거부한 경우, 정부는 의료법 제64조에 따라 1년 이내의 정지나 개설허가 취소 또는 의료기관 폐쇄를 명할 수 있다.

또 같은 법 제59조 제3항에 의해 정당한 이유 없이 업무개시 명령을 거부한 경우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 진다.

김 팀장은 “해당 벌칙 조항은 지도명령 위반에 대해 유신정권을 유지하기 위해 신설됐고, 유신정권을 극복하고 소위 민주 정권들에 의해 더욱 확대 강화됐다”면서 “나아가 문재인 정부는 의료법을 통해 의료인의 집회 결사의 자유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고자 한다”고 지적했다.

김 팀장은 이어 “정부와 입법부가 국민에 대한 보호의무를 의료인에게 강제적으로 전가하고 규제함으로써 의료 민주화 및 합법을 가장한 체 정권유지를 위한 징벌적 도구로 활용하고 있다”고 혹평했다.

더욱이 “의료법 제64조는 의료기관을 명시하고 있으나 정확히는 의료기관 개설자를 의미한다. 정부는 의료기관 개설자의 파업 동참 여부, 방조 또는 동조 여부 등과 상관없이 지도 명령과 업무개시 명령에 위반한 모든 자에 대한 사형선고나 다름없는 폐쇄명령까지 내릴 수 있다”면서 “사법부 판단이 내려지기까지는 정부의 자의적인 공권력 행사로 인해 의료기관 개설자의 재산권 행사 제한, 직업인으로서의 평등권과 양심의 자유뿐만 아니라 환자의 진료권 또한 침해될 소지가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업무개시명령 위반은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임에 반해, 진료거부금지 등 위반은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면서 “형법 각론에서 규정하고 있는 각 유형의 구성요건과 사적 자치 영역인 의료계약의 특성, 의사의 보증인적 지위와 전속적 진료 행위성을 고려하지 않고 정부의 행정명령이 환자의 요청보다 무거운 형량을 규정한 건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김 팀장은 의료인의 자유와 권한을 제한하는 의료법상 일부 조항을 삭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팀장은 “의료인의 자유의지를 몰각하고 의료인 단체의 자지를 부정하면서 결과적으로 국민의 보건권 및 건강권을 위협하는 실효성도 없는 군사 독재 정권의 유산물인 의료법 제59조와 제30조(의료인 단체의 협조 의무), 제32조(의료인 단체의 감독)은 의료법에서 퇴출돼야 한다”면서 “30조를 ‘의료인 단체의 권한과 의무’라는 제목 하에 국가적 책무로서 의료인 단체에 대한 보건의료 정책 참여 보장 및 지원 사항을 규정하고, 선언적 성격인 정부의 협력 의무를 규정할 것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의료인, 정책 동반자 아닌 국가 보건의료 정책 실현 위한 도구"

대법원 사법정책연구원 김봉철 연구위원은 사견을 전제로 의료법 제59조에 입법적 하자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 연구위원은 “의료법 제59조의 입법적 하자성은 의료법 그 자체의 문제성에 근거 하고 있다”면서 “의료법은 의료인 보다는 국민 건강의 보호하고 증진에만 그 목적이 있는 대표적인 규제법”이라고 평했다.

이어 “의료법 의료인과 의료행위를 포괄적 규제하면서, 규제위반에 대한 광범위한 처벌을 규정하고 있다”면서 “더욱이 이 법 제59조 외에 제30조 제1항은 의료인단체 중앙회로 하여금 보건복지부장관으로부터 의료와 국민보건 향상에 관한 요청을 받으면 협조하도록 돼 있다. 여기서 알 수 있듯이 의료인은 의료법을 통해 보건의료 정책의 동반자가 아닌 국가의 보건의료 정책을 실현하기 위한 도구로 전락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 제14조 제1항도 업무개시 명령을 규정하고 있으나, 제2항은 업무개시 명령의 절차적 요건으로서 국무회의의 심의를 규정하고 있고, 제3항에서 업무개시 명령에 대한 사후적 통제를 위해 업무개시 명령에 대한 구체적 이유와 향후 대책을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에 보고하도록 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의료법 제59조 제2항은 그 어떠한 절차적 요건도 규정하고 있지 않다. 즉, 복지부장관 등의 자의적 판단만으로도 업무개시 명령이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또 “적법절차의 원칙에 부합하는 의료인 단체 등의 의견청취규정은 명문화돼 있지 않고 의료인의 명령수용에 대한 손실보상 규정이 없는 것도 입법적인 하자로 판단된다”면서 “복지부장관 등의 명령에 대한 수용은 직업윤리와 의료인과 의료인단체의 자발적 참여적인 측면에서 다뤄야할 문제”라고 강조했다.

김 연구위원은 “앞으로 보건의료에 관련된 입법이나 정책 결정에서 있어 의료인 단체가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절차를 만들고 규정을 강화하는 게 중요하다”면서 “의료정책은 후세대 의료인을 위해 세심하게 만들어져야 한다”고 피력했다.

다만 김 연구위원은 의료법 제59조가 의료인 직업수행의 자유, 양심실현의 자유, 자기결정권, 일반적 행동자유권 등을 제한하지만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결정을 받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추상적인 위험 가정해 명령 내리고 처벌…법익 규정성에 맞지 않아"

법무법인 오킴스 김용범 대표변호사는 조만간 의료법 제59조에 대한 행정명령과 관련해 헌법소원을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김 변호사는 “외국 어느 나라도 우리나라처럼 전문가 집단의 전문성을 폄훼하는 곳은 없다. 전문성이 사회를 위해 보다 더 잘 발휘될 수 있도록 전문가 집단을 다독이며 함께 가야하는데 왜 자존심에 상처를 주는지 모르겠다”면서 “(업무개시명령 위반시)진료 거부에 준하는 정도의 구체적인 법익 침해가 발생했을 때만 형사처벌을 하는 게 옳다. 추상적인 위험을 가정해 명령을 내리고 처벌하는 건 법익 규정성에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 변호사는 “사직서를 제출한 전공의에 대해서도 ‘행정명령이 효과가 있다’고 주장하는 걸 봐도 의료법 제59조가 얼마나 직업수행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인지 확인할 수 있다”면서 “입법적으로 해결해야 하지만 그 과정에서 사회에 대한 울림을 만들어야 한다. 그런 관점에서 한 달 이내에 의료법 59조에 기한 행정명령과 관련해 헌법소원을 제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고 이상 전과'만으로도 면허취소? 법조계도 결격사유 놓고 이견

한편 이날 세미나에선 의료법상 형선고와 관련한 의료인 결격사유에 대해서도 다뤄졌다.

의료법 제8조 4호는 ‘의료법’ 또는 ‘형법’ 제233조, 제234조, 제269조, 제270조, 제317조제1항 및 제347조와 ‘보건범죄단속에 관한 특별조치법’, ‘지역보건법’,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마약류관리에 관한 법률’, ‘약사법’ 둥 의료 관련 법령을 위반해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고 그 형의 집행이 종료되지 아니했거나 집행을 받지 아니하기로 확정되지 아니한 자를 의료인 결격사유로 규정하고 있다.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이진국 교수는 의료법상 형선고와 관련한 결격사유를 의료인 ‘특권 조항’이라고 평가했다.

이 교수는 “의료법상 의료인 결격사유가 ‘특권 조항이 아니냐’는 이야기들이 있다”면서 “변호사법이나 공인회계사법 등 타 전문가 자격 등을 규정하고 있는 개별 법률에선 금고 이상의 형 선고 사실만으로 바로 결격을 인정하는데 의료법은 그렇지 않다”고 설명했다.

특히 “(결격사유 요건을)의료 관련 법령 대상 범죄로 좁혀 놨다. 이게 결격을 좁히는 역할을 한다”면서 “특권조항 여부를 판단할 때 비교개념을 사용하는데 이같은 관점에서 보면 특권조항임을 인정할 수 있다. 의료법 제8조4호는 의료인을 보호하기 위한 조항”이라고 평했다.

이어 이 교수는 의료법상 형선고와 관련한 결격사유 규정이 체계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직무범죄는 의료인 결격사유가 아닌 면허취소사유에 포함돼야 한다는 것.

나아가 의료법 제8조 제4호 결격사유를 ‘금고 이상의 형 선고’ 전과로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조계 내부적으로도 이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높았다.

김봉철 연구위원은 “이미 형사처벌을 통해 형벌의 목적을 달성했음에도 불구하고 범죄의 종류와 관계없이 일률적으로 자격결격을 시키는 건 자격결격자에 대해선 사실상 이중처벌에 해당하고, 이로 인해 개인은 너무나 큰 불이익을 받게 된다”면서 “범법자의 재사회화의 측면에서도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직업의 공공성과 국민에 대한 신뢰보호라는 게 너무나 포괄적이고 추상적인 것에 반해 범법자가 받는 불이익은 너무나 구체적”이라며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의료법 제8조 제4호처럼 직무와 관련된 범죄만을 자격결격 사유로 규정하는 게 오히려 타당해 보인다. 체계정합성을 위해 오히려 다른 법률들이 의료법 제8조 제4호를 모델로 삼아 개정돼야 한다”고 피력했다.

대한의사협회 이재희 법제이사(법무법인 명재 대표변호사)도 “모든 범죄의 금고형 이상 선고를 결격사유로 정하는 건 문제가 있다”면서 “결격사유 확대의 근거로 다른 전문가와 비교를 했는데 변호사는 법적 지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으로 고도의 준법에 대한 의무가 요구되고 있다. 하지만 의사는 의학의 전문지식을 가진 사람일뿐 변호사와 동일한 수준의 법적 지식을 가질 것을 요구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변호사법에는 결격사유에 대해 결격기간을 정해 놨는데 의료법은 그렇지 않다”면서 “모든 범죄에 대해 금고 이상의 형 전과를 결격사유로 정하면 직업의 자유 과도하게 침해된다. 모든 범죄보다는 성범죄나 강력 범죄 등으로 대상을 한정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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