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필수의료가 중요한 만큼 이에 걸맞게 사회적 존중‧대우 해줘야”
“필수의료 의사들은 자신의 정당한 권리도 주장할 수 없나”
병의협 비대위 “파업 당시 필수유지 의료행위 중단된 적 없어”

의료법에 필수유지 의료행위를 규정, 정당한 사유없이 정지, 폐지, 방해를 하지 못하게 하는 방안이 추진되자 의료계가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다.

더불어민주당 최혜영 의원은 최근 ‘의료법에 필수유지 의료행위를 규정하고 정당한 사유 없이 필수유지 의료행위를 정지‧폐지 또는 방해하는 행위를 할 수 없도록 하며 위반 시 제재근거를 마련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의료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해당 개정안에 대해 의료계는 의사들의 정당한 권리는 막는 법이라고 평했다.

대한의사협회 김대하 대변인은 16일 본지와 통화에서 “해당 개정안은 부적절한 법안이며 우리 국회에서 이런 법이 통과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면서 “과연 국회에서 이런 법안을 내는 게 실제 필수의료와 국민 건강에 도움이 되는지 생각해 봐야 한다”고 꼬집었다.

김 대변인은 “필수의료 분야는 환자 생명과 직결되는 부분이기에 당연히 중요하다”면서 “문제는 필수의료가 중요한 만큼 이에 걸맞은 사회적 존중과 대우를 해줘야 하는데 그간 정부와 국회는 어땠나. 지난 8월 당시 의무만 강조하며 강제적으로 업무개시명령을 내렸다. 의사들이 필수의료를 전공하는 것 자체를 꺼릴 수밖에 없는 분위기를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또 “필수의료니까 무조건 단체행동을 하지 말라는 건 말이 안 된다. 필수의료 분야에 있는 의사들은 자신의 정당한 권리도 주장할 수 없느냐”면서 “의사들이 왜 단체행동을 했겠나. 다른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 대변인은 “지금도 (필수의료)기피현상이 있지만 올해 전공의 모집에는 그 영향이 더 클 것이다. ‘올해는 소아과 등에 아예 지원자가 없다’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면서 “법안의 취지는 알겠지만 정말 그 취지를 달성하려면 필수의료 인력에 대한 지원이나 존중을 할 수 있는 그런 법안부터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봉직의들은 ‘지난 8월 의료계 단체행동 이후 여당이 의료계를 상대로 보복성 악법들을 마구 발의하고 있다’고 분노의 목소리를 높였다.

대한병원의사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는 16일 성명을 통해 “여당은 필수유지 의료행위를 핑계로 의사들의 정당한 단체행동을 법으로 금지시키려는 시도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면서 “기존 무분별하게 발의했던 의료 악법들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비대위는 “여당 의원들은 의료계 단체행동 이후 지속적으로 의료 악법을 발의하고 있다”면서 “의료 현장에 대한 무지를 그대로 드러낸 과잉 입법인 친절한 의사법에, 개인과 민간 보험사 간의 계약인 실손 보험에 대한 청구대행까지 의료기관에 떠넘기는 실손 보험 청구 대행법까지 발의돼 환자와 의료기관에 막대한 피해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아예 의사들의 단체행동을 법으로 금지시키기 위한 법안까지 발의됐다”면서 “법안 발의 이유를 보면, 법안 발의 취지부터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채 발의자 본인들의 자의적인 판단에 의해서 법안 발의의 정당성을 주장하고 있다. 또 발의 이유에는 의료에 대한 무지와 의료 현장에 대한 몰이해가 고스란히 담겨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지난 8월 전공의와 전임의 파업이 시작되자 대학병원들은 정규 수술을 연기하고, 입원 환자와 외래 환자를 줄였지만 수련 병원의 필수유지 의료행위가 중단된 적은 없었다”면서 “그 교수들이 계속 업무를 하면서 응급실, 중환자실, 신생아 중환자실, 수술실, 투석실 등 필수유지 의료행위가 이루어지는 곳을 지켰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여당에서는 마치 파업으로 인해 병원의 필수유지 의료행위가 이뤄지지 않은 것처럼 호도하면서, 이를 핑계로 의사들의 단체행동을 법적으로 금지하려는 파렴치한 행동을 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아울러 “피교육자 신분인 전공의 및 전임의가 파업을 한다고 해서 병원 업무가 마비되는 대한민국 수련 병원의 의사인력 운용 시스템은 절대로 정상이 아니다”라며 “따라서 올바른 생각을 가지고 있는 국회의원이라면 이번 일을 계기로 대한민국 의사 인력 운용 시스템의 문제를 지적하고, 병원이 보다 많은 전문의 등의 의사 인력을 채용할 수 있도록 법과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현재 여당은 이런 근본적인 시스템 개혁에는 아무런 관심이 없고, 오로지 현재의 왜곡된 의료체계를 정치적으로 이용하기 위해 의사들을 탄압할 생각만 하고 있다는 게 비대위의 지적이다.

비대위는 “현재 정부와 여당은 의료 및 사회 전 분야를 규제로 압박하고, 자신들의 의견에 반하는 목소리를 내는 세력들을 적폐로 규정해 인권까지 말살하는 독재국가에서나 있을 법한 탄압을 자행하고 있다”면서 “의료계와의 대화나 협의의 과정도 없이 이뤄지는 정부와 여당의 막무가내 식 정책 및 법안 추진에 저항할 방법이 파업밖에 없는 의사들에게 이제 남은 선택지는 없다. 정부와 여당이 시키는 대로만 일하는 노예로 살거나 의업을 포기하는 것 말고는 다른 방법이 없다”고 피력했다.

비대위는 “정부는 문재인 케어 이후부터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포퓰리즘 의료정책과 4대악 의료정책을 중단하고, 의료계의 의견을 적극 수용해야 한다”면서 “본 회는 국민 건강과 대한민국 의료시스템을 파탄으로 몰고 가는 정부와 여당의 잘못된 행태에 저항할 것이며, 전 의료계 및 국민과 함께 끝까지 투쟁하겠다”고 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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