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4학년생 실기시험 미응시로만 끝날 수 있을까
2021년 인턴 부족, 2022년 인턴 과잉, 2025년부터 전문의 부족
의대생 집단휴학, 교수 동참 파업 등으로 번질수도

청와대는 지난 23일 의대생들에게 의사 국가시험 실기시험 추가 응시 기회를 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청와대 류근혁 사회정책비서관은 이날 의사 국시 관련 국민청원에  "추가 기회 부여는 다른 직역 시험 일정과 국민의 수용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 
청와대는 지난 23일 의대생들에게 의사 국가시험 실기시험 추가 응시 기회를 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청와대 류근혁 사회정책비서관은 이날 의사 국시 관련 국민청원에 "추가 기회 부여는 다른 직역 시험 일정과 국민의 수용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

청와대도 의대생들에게 의사국가시험 응시 기회를 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며칠 내로 특단의 조치가 내려지지 않으면, 내년에는 신규 배출되는 의사가 400여명에 불과해진다.

매년 의사 국시에는 3,200~3,300명 정도가 응시해 3,000~3,100명이 합격했다. 하지만 올해는 실기시험 응시자가 438명뿐이어서 이들이 모두 필기시험에 합격한다 해도 내년에 새로 배출되는 의사 인력은 기존의 7분의 1에 불과하다.

보건복지부는 이번 실기시험 무더기 미응시 사태로 인한 인력 공백은 크지 않을 것이며 배치와 역할 재조정 등을 통해 충분히 대응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복지부의 이런 분석이 여당이나 청와대에도 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복지부의 예상은 과연 옳을까?

내년에 2,700명 정도 신규 의사가 부족한 상황이 현실화되면 생길 수 있는 일을 ‘최상’, ‘중립’, ‘최악’의 세 가지 시나리오로 정리했다.

시나리오1. 본과 4학년만 실기시험 미응시

의료 공백 사태는 불가피하다. 그리고 그 파장은 최소 6년간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마저도 의과대학 다른 학년과 전공의들이 동요하지 않고 제자리를 지킨다는 전제 하에서 예상 가능한 ‘최상’의 시나리오다.

인턴도, 공보의도 부족한 2021년

당장 내년 신규 의사가 400명에 불과하면 대다수 대학병원은 인턴을 뽑지 못한다. PA(Physician Asssistant)를 충원한다고 해도 의사인 인턴의 공백을 메우기에는 한계가 있다. 결국 레지던트들의 업무 부담이 증가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전공의법상 레지던트도 주당 근무 시간이 최대 88시간으로 제한돼 있는 만큼 전임의(펠로우)나 교수들의 업무 부담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신규 의사 부족은 공중보건의사 인력난으로도 이어진다. 올해 새로 임명된 공보의(의과)는 750명이었지만 내년에는 전문의 취득 후 공보의가 되는 사람들 외에는 거의 없어, 절반 수준의 확보도 힘들 것으로 보인다. 공보의 부족은 의료 취약지 문제를 더 심화시킬 수 있다. 공보의의 80% 이상이 군이나 읍·면 보건소 등에 근무하고 있는 상황에서 그 숫자가 줄면 공보의 1명이 담당해야 하는 지역은 넓어질 수밖에 없다. 의사가 한 명도 없는 무의촌(無醫村)이 다시 생길 수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처럼 국가적 재난 상황에 투입할 수 있는 상비군 확보도 어렵다. 지난 3월 대구·경북 지역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한국판 후베이성’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하지만 신규로 임용된 공보의 750명을 대구·경북 지역에 임시 투입하면서 의료 인력난을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었다.

올해 의대 본과 4학년생들이 의사 국가시험 실기시험에 응시하지 못할 경우 그 파장은 2025~2026년 전문의 인력 배출에도 영향을 미친다.
올해 의대 본과 4학년생들이 의사 국가시험 실기시험에 응시하지 못할 경우 그 파장은 2025~2026년 전문의 인력 배출에도 영향을 미친다.

인턴은 과잉 공급되고 R1·군의관은 부족해지는 2022년

오는 2022년에는 의사 인력 공급 부족과 과잉 현상이 복합적으로 발생한다.

인턴 부재는 레지던트 1년차로 이어져 2022년에는 레지던트 1년차가 없는 대학병원이 부지기수일 것이다. 그리고 레지던트 1년차 부재는 2,3,4년차의 과중한 업무 부담으로 이어진다.

반면 신규 의사 인력은 예년보다 2배가량 증가한다. 2020년에 의사 국시 실기시험을 보지 못했던 2,700여명과 2021년 본과 4학년생인 3,000여명이 국시에 응시하게 된다. 평균 의사 국시 합격률이 94%라는 점을 감안하면 2022년에만 5,300여명의 신규 의사가 배출된다.

신규 의사 급증은 인턴 경쟁으로 이어지고 2,000명 이상이 탈락하는 사태가 벌어질 수밖에 없다. 인턴 모집에서 떨어진 의사 중 일부는 전문의 수련을 포기하고 일반의로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봉직의가 될 것이며, 이들 중 상당수는 미용·성형 등 비보험 분야로 진출할 가능성이 높다.

2021년에 부족했던 공보의를 2022년에는 대거 충원할 가능성은 있다. 한시적으로 정원을 늘리면 된다. 그러나 이렇게 할 경우 몇 년 후에는 오히려 필요 이상으로 공보의가 많아질 우려도 있다.

반면, 군의관 인력에 문제가 생긴다. 인턴 수료자가 매우 적으니, 인턴 과정을 수료하고 중위 군의관이 되는 사람도 매우 적을 수밖에 없다. 인턴 정원이 한꺼번에 늘어날 수도 없으므로, 중위 군의관 인력 부족은 적어도 3년간 지속된다.

레지던트 공백기 거쳐 전문의 부족 사태로

오는 2023년에는 레지던트 2년차, 2024년에는 레지던트 3년차에 인력 공백이 생긴다. 그리고 이 공백은 다른 연차 레지던트들의 업무 부담으로 이어진다. 가장 유능하고 업무 효율이 높은 동시에 아래 연차 지도 역할까지 일부 맡고 있는 3년차의 부재는 다양한 부작용을 초래할 공산이 크다.

오는 2025년에는 내과 전문의 부족 사태가 발생한다. 3년 수련 과정을 마치고 내과 전문의 자격시험을 볼 레지던트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전체 3년차 레지던트가 400명에 불과한 게 2025년의 현실일 것이다. 신규로 배출되는 내과 전문의가 부족하면 대학병원별로 전임의(펠로우) 확보 전쟁을 치를 수밖에 없다. 또 내과 출신 대위 군의관도 구하기 힘들다. 3년제인 내과 외에 다른 과는 레지던트 4년차에 인력 공백이 발생한다.

2026년에는 내과가 겪은 전문의 부족 사태를 다른 과들이 겪는다. 2020년에 의사 국시 실기시험을 보고 2021년에 면허를 취득한 의사가 400여명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들이 전부 전문의 자격을 취득한다고 해도 2026년 신규 배출되는 전문의는 예년에 비해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다.

시나리오2. ‘의사 1년 늦게 하자’ 의대생 집단휴학

하지만 ‘최상’의 시나리오는 오히려 가장 확률이 낮은 시나리오라는 전망이 나온다. 현재 본과 4학년인 의대생들만 의사 국시에 응시하지 않는 선에서 상황이 끝나지 않을 수 있다는 의미다. 현재 본과 3학년과 4학년생들이 내년에 같이 의사 국시를 볼 경우, 향후 10여 년에 걸쳐 전공의 수련, 군 복무, 취직 등 매 순간 치열한 경쟁과 혼란을 경험하게 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이에 4학년들이 끝내 의사 국시를 보지 못할 경우, 현재 학업을 지속하고 있는 3학년 등 다른 학년도 집단휴학을 통해 의사면허 취득 시기를 1년 뒤로 미룰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지난 8월 의대생들은 단체행동의 일환으로 동맹 휴학을 실행한 경험이 있다. 그리고 전공의보다 더 강경한 모습을 보인 것도 의대생들이었으며 의사 국시 실기시험을 앞둔 4학년보다 그 아래 학년들이 더 강경했다.

의대생들이 집단휴학을 선택할 경우 파장은 의대 입학을 준비하는 수험생들에게까지 미칠 수 있다. 모든 학년이 줄줄이 휴학한 상황에서 신입생을 선발하면 의예과(예과) 1학년이 정원의 2배가 된다. 갑자기 2배로 늘어난 학생을 제대로 교육시킬 수 있는 강의실 등 교육 인프라를 갖춘 의대는 거의 없다.

의대가 신입생 선발을 하지 않을 경우 정원 축소라는 페널티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의대생들이 동맹휴학을 하고 단체행동을 이어가던 시기, 몇몇 의대들은 실제로 2021학년도 신입생 선발을 포기하는 방안을 검토했었다.

물론, 이 경우에도 시나리오1에서 살펴본 혼란은 모두 그대로 발생한다.

시나리오3. 전공의들 다시 거리로…교수까지 동참

의사들이 다시 거리로 나오는 ‘최악의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이 경우 전공의는 물론 대학병원 교수들까지 동참할 가능성도 있다.

본과 4학년생들이 의사 국시를 보지 않았을 때 생길 수 있는 문제들을 가장 잘 알고 있는 게 의사들이다. 특히 파업에 대한 비난 여론이 의대생들에게 집중되는 상황에 대한 부채의식도 있다. 파업을 접는 과정에서 의대생들만 피해를 입었다는 지적도 있다.

이에 의대생 의사 국시 실기시험 미응시 사태가 결국 해결되지 않을 경우, 다시 의사들의 단체행동이 벌어질 개연성은 충분하다. 그리고 그 수위는 지난 파업보다 높아질 것이다.

전공의 파업 이후 진행된 대한전공의협의회장 선거에서 최초 ‘인턴 회장’이 탄생할 수 있었던 배경에도 전공의들 사이에 형성된 강성 여론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대전협 한재민 회장은 선거 운동 기간 내내 박지현 집행부를 ‘온건파’라고 비판하며 강경한 목소리를 내왔다. 게다가 전공의들은 의대생들이 피해를 입거나 정부가 합의 사항을 어기면 다시 단체행동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오래전부터 밝혀 왔다.

전공의들이 다시 거리로 나서면 이번에는 그들을 대신해 병원을 지켰던 교수들도 동참할 가능성이 높다. 지난 파업에서도 시간이 흐를수록 교수들 사이에서는 강경한 목소리가 커졌다. 또한 제자인 의대생들을 보호해야 한다는 명분과 파업을 빨리 끝내기 위해서라도 교수들이 나서야 한다는 인식이 강하기도 하다.

전공의에 이어 교수들까지 거리로 나와 실질적으로 대학병원이 파업에 돌입하게 되면 그 파장은 2000년 의약분업 사태보다 더 클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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