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감동사례 대국민 수기 대상 받은 명지병원
12시간 걸렸지만 일반 맹장 수술과 같은 수가
57만원÷27명÷12시간=1760원

지난 5월 27일 새벽, 명지병원 의료진은 레벨D보호장구를 갖추고 음‧양압 듀얼 수술실에서 코로나19 확진자의 맹장염 수술을 했다(사진제공: 명지병원).
지난 5월 27일 새벽, 명지병원 의료진은 레벨D보호장구를 갖추고 음‧양압 듀얼 수술실에서 코로나19 확진자의 맹장염 수술을 했다(사진제공: 명지병원).

의사와 간호사 등 의료인 27명이 참여한 수술이었지만 이들이 받은 진료비는 1시간당 1,800원도 안됐다. 급성 충수염(맹장염)으로 응급 수술을 했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 사례다.

지난 5월 27일 새벽 명지병원에는 맹장염으로 수술이 필요한 코로나19 환자가 이송돼 왔다. 명지병원은 음·양압 장비를 갖춘 수술실이 있어 코로나19처럼 감염병 환자도 안전하게 수술할 수 있다.

어렵지 않은 수술이었지만 문제는 대상이 코로나19 환자라는 데 있었다. 수술실은 물론 이동 경로도 철저히 방역하고 수술실에 들어가는 의료인은 레벨D 방호복에 페이스 쉴드까지 착용해야 했다.

소독 등 수술 전후 과정까지 합치면 맹장염 수술 한 번 하는데 12시간이 걸렸다. 그리고 의료진 등 투입된 인력만 27명으로 일반 맹장염 수술보다 3~4배 많은 인력이 투입됐다. 명지병원 곽상금 감염관리팀장은 긴박했던 이날을 기록했고 그 수기는 보건복지부와 의료기관평가인증원이 실시한 ‘코로나19 의료진 감동사례 대국민 수기 공모전’에서 대상을 받았다(‘환자 도착 10분 전입니다’).

하지만 이 수술로 명지병원이 받은 진료비는 57만원으로 기존 맹장염 수술과 다르지 않았다. 코로나19와 장기전을 치르고 있는 의료 현장이 버티려면 감염병 수가 등 의료체계를 재정립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명지병원 감염내과 강유민 교수는 지난 23일 청년의사 유튜브 방송 ‘코로나 파이터스 라이브’(코파라)에 출연해 의료 현장에서 코로나19와 싸우려면 제도적인 지원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강 교수는 “복막염까지 진행된 환자를 전원 받아 수술하는데 투입된 인력이 27명이다. 수술 준비부터 수술 후 환자를 격리하기까지 12시간 정도 소요됐다. 대기 인원과 동선을 정리했던 인원, 사용한 보호장구 등 투입된 자원은 많았지만 병원 수익은 57만원이었다”며 “단순히 57만원을 27명으로 나누고 시간당 비용을 계산하면 1,800원 정도”라고 말했다.

강 교수는 “단순히 돈에 대한 문제가 아니다. 코로나19로 인한 치료비는 전액 보상된다고 생각하는 환자에게 그 외 치료비를 본인이 부담해야 한다고 설명해야 하는 것도 의료진의 몫”이라며 “수술이 끝난 후 폐기물을 처리하는 데도 많은 비용과 인력이 들어가고 이 수술에 많은 의료 인력이 투입된 만큼 다른 수술 2건이 취소됐다”고 했다.

명지병원 감염내과 강유민 교수는 지난 23일 청년의사 유튜브 채널 K-헬스로그에서 진행된 '코로나 파이터스 라이브'에 출연해 코로나19와 장기전을 치르고 있는 의료 현장의 고충을 이야기했다.
명지병원 감염내과 강유민 교수는 지난 23일 청년의사 유튜브 채널 K-헬스로그에서 진행된 '코로나 파이터스 라이브'에 출연해 코로나19와 장기전을 치르고 있는 의료 현장의 고충을 이야기했다.

강 교수는 “우리가 환자를 받아서 건강하게 치료하고 집으로 돌려보낼 수 있어서 자부심을 느끼기도 한다. 하지만 수가나 병원의 손실 등을 생각하면 이런 환자를 또 받아서 수술할 수 있을지 부담감이 생길 수밖에 없다”며 “하면 할수록 우리들의 노력이 보상받기는커녕 손해를 끼치는 게 아닌가 하는 자괴감이 들었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지금까지 무엇이 개선됐는지 생각해봤는데 잘 모르겠다. 감염병 대응뿐만 아니라 항생제 내성 관리 등 감염관리 활동은 하면 할수록 병원 재정을 축내고 잔소리만 하는 사람들로 치부된다”며 “코로나19 사태가 끝나고도 제대로 된 감염관리를 해서 의료의 질을 높이고 국가 지원을 받아 재정적으로도 도움이 되는 분야라는 인식을 심어주기에는 아직 역부족”이라고 씁쓸해했다.

하면 할수록 손해를 볼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하지만 명지병원은 맹장염이었던 코로나19 환자 외에도 110명이 넘는 확진자와 의심환자를 수술했다.

명지병원이 음·양압 장비를 갖춘 차세대 스마트 수술센터의 문을 연 지난 5월부터 10월 16일까지 이 수술실에서 진행한 수술은 117건이다. 같은 기간 음압 혈관조영실에서 실시한 시술도 68건이다. 음‧양압 듀얼 수술실과 음압 혈관조영실에서 수술이나 시술을 받은 환자들은 코로나19 확진자이거나 의심 환자들이다.

명지병원 이왕준 이사장은 “병원 한두 곳이 희생하는 것을 떠나서 코로나19와 같은 위기 상황과 재난적 상황에서 의료기관들이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수가 보상이 제대로 이뤄지고 재난 수가에 준하는 지원이 있어야 한다”며 “현재는 국가지정격리병상이 있는 병동의 빈 병실만 보상해주는 방식”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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