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차병원 전홍재 교수, "소라페닙 대비 사망위험 42% 낮춰"
"생존개선 물론 삶의질 개선까지…급여 시 안 쓸 이유 없어"

간암은 폐암, 유방암 등 다른 주요 암종 대비 치료제 발전이 더딘 분야였다. 특히 2차 이상 치료에서 치료 옵션은 계속해 확장돼 왔으나, 1차 치료에서는 10여년 전 허가 받은 첫 표적항암제 '소라페닙' 이후 생존 개선을 확인한 약제가 전무했다.

이런 상황에서 '티쎈트릭∙아바스틴 병용요법'이 지난 7월 31일 국내 간세포암 1차 치료에 최초로 허가를 받았다. 기존 소라페닙 대비 통계적∙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생존기간 연장, 반응률 개선 효과를 확인했기 때문이다.

이에 분당차병원 혈액종양내과 전홍재 교수를 만나 티쎈트릭∙아바스틴 병용요법의 임상적 가치와 국내 간세포암 치료 전략의 변화 양상을 조명해 봤다.

분당차병원 혈액종양내과 전홍재 교수
분당차병원 혈액종양내과 전홍재 교수

-간세포암 1차 치료에 면역항암제가 입성했다. 티쎈트릭 이전 표준요법으로 사용돼 온 치료제의 한계는.

'소라페닙'은 지난 10년 이상 간세포암 1차 표준 치료제로 사용됐다. 소라페닙의 도입으로 간세포암 환자의 생존기간이 2~3개월 개선됐다. 하지만 소라페닙 치료는 수족증후군이라는 뚜렷한 부작용이 있고, 환자들이 갖는 두려움도 분명했다. 아쉽게도 소라페닙 이후 오랜 기간 간세포암 1차 치료는 발전이 없었다. 최근 반응률을 개선하고 부작용을 감소시킨 '렌바티닙'이라는 치료 옵션이 생겼지만, 이 역시 우월성이 아닌 비열등성을 보여줬을 뿐이다. '티쎈트릭∙아바스틴 병용요법'은 10년 이상 소라페닙을 넘어서는 약제가 없었던 간세포암 치료에서 마침내 기존 치료제를 훨씬 넘어서는 결과를 보여줬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소라페닙 대비 우월성을 입증한 티쎈트릭의 대표 임상 IMbrave150 연구 결과에 대해 소개하면.

IMbrave150 연구는 사전에 계획된 임상 목표를 초기부터 모두 달성한 성공적인 연구다. 물론 장기 추적관찰이 필요하다. 아직까지 생존기간의 장기 추적 데이터가 나오지는 않았지만, 티쎈트릭∙아바스틴 병용요법은 대조군 대비 사망 위험(OS HR=0.58)을 42%, 질병 진행 및 사망 위험를 41%(PFS HR=0.59) 낮췄다. 그리고 반응률(ORR)도 27.3%로 대조군보다 개선시켰다. 특히 티쎈트릭∙아바스틴 병용 투여군의 5.5%에서는 완전관해(CR)가 나타났다.

-그동안 다른 면역항암제들은 간세포암에서 효과를 입증하기 어려웠는데, 티쎈트릭의 IMbrave150 연구가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간세포암의 표준치료가 10년 동안 바뀌지 않았던 이유는 다른 암과 달리 '간 기능'을 고려해야 했기 때문이다. 위암, 대장암을 치료할 때 위나 대장의 기능은 잘 고려하지 않는다. 다소 부작용이 있더라도 암을 잘 치료할 수 있다면, 그 약은 성공했다고 봤다. 하지만 간세포암은 80~90%의 환자들이 B형, C형 간염에서 간경화로, 그 다음 암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간세포암 치료제는 두 가지를 만족시켜야 한다. 암을 잘 잡으면서 동시에 간 기능은 떨어뜨리지 않아야 한다. 다시 말하면 독성이 약해 삶의 질은 유지할 수 있으면서 효과는 좋아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처음 면역항암제가 나왔을 때 기대가 컸다. 면역항암제는 부작용이 적고 다른 암에서 꽤 효과를 보였기 때문에 분명히 간세포암에서도 효과가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일반적으로 항암제의 효과를 측정하기 위해서는 중앙값(median)을 본다. 면역항암제의 큰 장점은 치료 효과가 있는 환자가 장기 생존할 수 있다는 점이다. 간세포암에서도 면역항암제에 반응한 환자들은 실제 굉장히 큰 도움을 받았다. 이렇게 장기 생존하는 환자들의 비율이 많으면 이러한 효과는 중앙값에 반영된다. 그러나 간세포암에서 면역항암제 단독요법 반응률은 일관되게 15~20% 정도로 굉장히 제한적이었다. 일부 환자들에게 도드라진 효과는 중앙값에 표현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많은 면역항암제의 임상연구들이 성공에 제한이 있었던 것이다.

또 간세포암 환자 대상 임상연구에서 '니볼루맙'의 반응률은 20% 미만인 반면, 40%는 첫 번째 반응 평가에서 질병이 진행됐다. 면역항암제의 가장 아쉬운 점은 효과를 보거나, 못 보거나 둘 중 하나로 결과가 갈린다는 점이다. 그런데 티쎈트릭∙아바스틴 병용요법은 반응률을 30% 가까이 올림과 동시에, 첫 반응 평가에서의 진행 정도를 20%까지 낮췄고, 해당 치료 요법의 임상적 효과가 중앙값에도 반영될 수 있었다. 이는 전체 환자들이 골고루 티쎈트릭∙아바스틴 병용요법의 치료 효과를 받도록 기여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최근 티쎈트릭∙아바스틴 병용요법과 같이 면역항암제를 기반으로 한 병용요법이 주목받고 있다.

암세포가 정상적인 세포와 다름에도 살아남을 수 있는 이유는 면역세포가 암세포를 공격하지 않기 때문이다. 암세포가 정상세포와 다르다는 것을 알려주는 일종의 표식이 있으면 면역항암제가 충분히 효과를 발휘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을 때는 암세포의 정체를 밝히는 역할을 담당하는 약제가 필요하다. 티쎈트릭과 병용 투여하는 '아바스틴'도 이 같은 '투명 망토'를 벗겨내는 역할을 담당한다. 고전적으로 생각했던 아바스틴의 기능은 암 혈관 형성을 억제해서 암이 먹고 살 수 있는 영양분이 못 가게 막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제 면역항암치료 시대에는 아바스틴이 면역을 북돋우는(boosting) 역할로 더 많이 인식되고 있다. IMbrave150 연구가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같은 맥락에서 항암 바이러스와 CTLA-4 계열 면역항암제(예; 이필리무맙)도 아바스틴과 같이 면역관문억제제의 작용을 도울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약제들이다. 이러한 병용 전략은 간암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며, 다양한 암에서 시도되고 있다.

-다른 면역항암제 연구들을 보면 시험군과 대조군의 생존 그래프가 초기 3개월에서 'cross-over'되는 현상이 종종 확인된다. IMbrave150 연구는 어떤가.

IMbrave150 연구에서 티쎈트릭∙아바스틴 병용요법의 생존 그래프는 처음부터 소라페닙과 격차를 벌리기 시작했으며, 마지막으로 관찰했을 때 그 격차가 벌어진 채로 유지되고 있었다. 여전히 장기(long-term) 데이터는 지켜봐야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사전에 설계했던 목표를 모두 만족했기 때문에 성공한 연구로 평가할 수 있다. 그럼에도 우리가 면역항암치료를 할 때 궁금한 것은 실제 환자의 생존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를 보고자 하기 때문에, 티쎈트릭∙아바스틴 병용요법으로 치료를 받은 환자들의 장기 생존 효과와 장기간 치료제를 투여하면서 어떤 부작용이 생길 수 있는지를 확인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다른 1차 치료옵션들은 모두 경구제다. 티쎈트릭∙아바스틴 병용요법 모두 주사제로 주기적으로 병원에 방문해야 하며, 치료제를 투여하는 동안에도 전문가의 관찰이 필요하다. 투약 편의는 낮은 것이 아닌가.

오히려 거꾸로 생각한다. 티쎈트릭∙아바스틴 병용요법은 3주에 한 번만 병원에 와서 주사를 맞으면 끝이다. 매일 시간을 맞춰서 치료제를 복용해야 한다는 것이 오히려 환자들에게 힘들 수 있다. 기존 표적치료제는 1일 1~2회 경구 복용해야 했다. 반면 티쎈트릭∙아바스틴 병용요법은 처음에는 투약 시간이 3~4시간으로 다소 길지만, 3번째 싸이클(cycle)부터는 각각 30분씩 맞으면 된다. 3주에 한 번 1시간만 시간을 내면 평소에는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

또 티쎈트릭∙아바스틴 병용요법은 기존 치료 대비 부작용이 월등히 적기 때문에 삶의 질에 대한 부정적인 영향을 줄일 수 있다. 일반적으로 항암 치료를 하면 삶의 질이 같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IMbrave150 연구에서 소라페닙 투여군은 3.6개월부터 삶의 질이 떨어졌다면, 티쎈트릭∙아바스틴 병용 투여군은 11.2개월, 즉 거의 1년 가까이 삶의 질이 유지됐다. 따라서 티쎈트릭∙아바스틴 병용요법은 삶의 질 측면에서도 기존 치료제보다 월등히 낫다고 볼 수 있다.

분당차병원 혈액종양내과 전홍재 교수
분당차병원 혈액종양내과 전홍재 교수

-분당차병원은 그간 동정적 사용 프로그램(EAP)을 통해 티쎈트릭∙아바스틴 병용요법 치료 경험을 쌓은 바 있다. 처방 경험을 바탕으로 볼 때, 실제 국내 환자에서도 임상연구(RCT)와 일관된 결과가 나타난다고 평가하는지.

동정적 사용 프로그램을 통해 20명의 환자가 등록됐고, 허가 이후에는 약 20명에서 추가적으로 티쎈트릭∙아바스틴 병용요법을 처방했다. 그 결과는 임상연구와 일관되게 나타나고 있어 기대가 크다. 먼저 치료 반응률이 30% 가까이 나오고 있다. 또 앞서 말했듯, 면역항암제 단독요법의 경우 첫 번째 반응 평가에서 병이 진행하는 환자들이 10명 중에 4~5명이 나와 실망스러웠다면, 티쎈트릭∙아바스틴 병용요법은 이런 환자들이 10명 중 1~2명으로 그렇게 많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간세포암 1차 치료에서 주요 쟁점은 소라페닙을 제외하고는 확보된 2차 치료제가 없다는 점이다. 티쎈트릭∙아바스틴 병용요법 이후 2차 치료 옵션에 대한 방안이 있다면.

아직까지 확실하게 답을 내리긴 어렵고, 리얼월드에서 확인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소라페닙과 같은 TKI 제제는 아바스틴과 비슷한 신생혈관생성억제제라 하더라도 작용할 수 있는 부분이 다르기 때문에, 2차 치료에 이들을 사용하더라도 얻을 수 있는 이익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아바스틴은 VEGF를 타겟하는 항체인 반면, 기존의 TKI 제제는 메인 타겟이 VEGF라고 하더라도 '다중 표적' 치료제다. 소라페닙 이후 레고라페닙를 써도 효과가 나타나는 것이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다만 정부에서는 간세포암 2차 치료옵션에 대해 3상 임상연구 데이터를 필수적으로 확인하려 하는데, 그로 인해 많은 환자들이 '풍요 속 빈곤'으로 치료 옵션을 제한적으로 선택하도록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간세포암 환자들에게 기본적인 치료 시퀀스(Sequence)는 만들어줄 필요가 있다.

-간세포암 1차 치료에 티쎈트릭∙아바스틴 병용요법 선택할 때 고려해야 할 사항은 무엇인가.

티쎈트릭∙아바스틴 병용요법은 임상연구를 통해 대부분의 하위그룹(sub-group)에서 소라페닙 대비 더 좋은 데이터를 확인했다. 티쎈트릭∙아바스틴 병용요법을 선택할 때 가격이 가장 큰 제한점이 될 것이다. 급여만 된다면 간이식 환자를 제외한 대부분의 환자에서 티쎈트릭∙아바스틴 병용요법을 쓰지 않을 이유는 전혀 없다. 그러나 급여가 쉽게 적용될 것이냐 하는 부분은 지켜봐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 간세포암 1차 치료에서 가장 긴 생존기간은 소라페닙의 13.2개월이었다. 티쎈트릭∙아바스틴 병용요법은 아직까지 중앙값에 도달하지 않았으나 소라페닙보다는 훨씬 좋을 것이다. 치료 옵션이 많지 않은 간암에서 장기 생존을 기대하게 하는 치료 옵션이 나왔다는 것은 굉장히 고무적이다. 심지어 장기적으로 치료해도 삶의 질을 크게 저해하지 않는다는 점도 큰 장점이다. 티쎈트릭∙아바스틴 병용요법이 급여화 된다면 많은 간세포암 환자들이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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