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총리,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서 복지부에 직접 지시
의협 “합의 이행은 긍정적이지만 코로나19 안정화 상황 아냐”

정세균 국무총리가 보건복지부 박능후 장관에 의정협의체의 조속한 구성을 직접 지시했지만 의료계 반응은 차갑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이 아직 안정화되지 않았을 뿐더러, 의대생 의사 국가시험 실기시험 재응시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는 의료계 생각이다.

정 총리는 지난 1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복지부 장관은 의료계와의 대화를 통해 의정협의체를 조속히 구성, 국민과 의료계 모두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지혜를 모아 달라”고 말했다.

지난달 4일 의료계와 정부‧여당의 합의대로 코로나19 상황이 안정화됐으니 의대 정원 확대 및 공공의대 신설 등 의료현안에 대해 협의체를 구성해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의료계는 의정협의체를 구성해 합의 이행을 논의하는 측면은 긍정적이지만 코로나19가 아직 안정화됐다고 보긴 어렵다는 입장이다.

대한의사협회 관계자는 지난 15일 본지와 통화에서 “정 총리의 발언 취지가 이번 주 월요일부터 하향된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와 맞물려서 (의정협상을)진행하라는 것 같다”면서 “일단 ‘의정간의 합의를 이행하라’는 건 협회 주장이기도 하고 협의체를 구성하는 것도 합의 이행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보인다. 하지만 (정부‧여당과의)합의 내용이 의정협의체만 있는 게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정부가)‘코로나19가 안정됐다’고 보는 거 같은데 우리 생각은 전혀 그렇지 않다. 집단감염도 계속되고 있고 경로가 불명확한 감염 비율도 상당히 높은 상황”이라며 “단순히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 하향을 안정화라고 보기 어렵다. 지금은 안정화를 논할 때가 아니라 신중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또 9‧4 합의 이후 정부‧여당의 태도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의정합의문에는 ‘코로나19 위기의 극복을 위해 의협과 복지부는 긴밀하게 상호 공조하며 특히 의료인 보호와 의료기관 지원에 대한 구체적인 대책을 마련해 시행한다’고 돼 있다”면서 “하지만 9월 4일 이후 이와 관련해 정부에서 과연 무슨 일을 했냐”고 비판했다.

이어 “지난 한 달간 복지부의 입장이 계속 달라졌다. (의대생 국시 재응시가)‘안 된다’고 하는 건 동일하지만 처음에는 ‘학생들이 시험을 안보겠다고 해서 안 된다’고 하다가 그 다음에는 ‘국민 여론 때문에 안 된다’고 하고 지난주에는 ‘재발 방지 약속이 없고 대신 사과를 하는 건 안 된다’고 했다. 이는 상당히 부적절한 요구이자 갑질”이라고 성토했다.

특히 “정부가 의대 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설립을 추진하는 이유는 10년 간 의사 4,000명을 늘리겠다는 것인데 ‘내년에 2,700명의 의사가 배출되지 않아도 문제가 없다’고 한다”면서 “앞뒤가 맞지 않는 말을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아울러 “복지부와의 합의 내용을 보면 여당과의 정책 협의 결과를 존중한다고 돼 있는데 지금 여당과의 협의체도 못 꾸리고 있다”면서 “(여당이 의료계를)못 잡아먹어서 안달이다. 요즘 여당에서 나오는 이야기를 보면 ‘합의를 한 게 맞나’라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복지부가 의정협의체 구성을 앞서 의대생 국시 문제 해결에 전향적인 자세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정부가 당장 의대생 국시 문제를 해결하든, 단기간에 해결이 안 되더라도 최소한 전향적인 의지와 자세를 보여줘야 한다”면서 “의사 인력 배출 문제를 다루는 의정협의체라면 정부가 먼저 나서야 한다. 의대생들을 구제해 주는 차원이 아니라 눈앞에 와 있는 의료 현장의 혼란을 막고 궁극적으로 국민건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움직여야 한다. 그래야 의정협의도 상호 신뢰를 가지고 생산적인 결론을 도출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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