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협, 전공의 대상 설문조사 실시
전공의 88% "불가피한 의료사고 형사처벌 면책해야"
서울아산병원 전공의들 "선의의 의료사고도 처벌하면 필수의료 붕괴"

전공의 10명 중 7명은 살인이나 강간 등 중범죄를 저지른 의료인의 면허는 취소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공의 10명 중 7명은 살인이나 강간 등 중범죄를 저지른 의료인의 면허는 취소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살인이나 강간 등 중범죄를 저지른 의료인은 면허를 취소해도 된다’는 목소리가 젊은 의사들을 중심으로 커지고 있어 주목된다. 단, 불가피하게 발생한 의료사고와는 확실하게 구분해야 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대한전공의협의회가 지난 13일 전공의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10명 중 7명은 살인이나 강간 등 중범죄를 저지른 의료인의 면허를 취소해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했다. 이번 설문에는 전공의 1,464명이 참여했다.

본지가 입수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73.0%가 금고형 이상의 형사처벌을 받은 의료인에 대해서는 면허를 취소할 수 있도록 하는 ‘의료법 개정안’이 국회에 발의돼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모른다 27.0%).

그리고 69.5%는 ‘살인과 강간 등 중범죄를 저지른 의료인의 면허를 취소해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했다. 반대는 30.5%였다.

하지만 고의적이지 않고 중대한 과실이 없는 의료사고에 대해서는 88.5%가 업무상 과실치사상죄를 적용해 형사처벌해서는 안된다고 했다. 이에 동의하지 않는 의견은 11.5%였다.

자료제공: 대한전공의협의회
자료제공: 대한전공의협의회

이번 설문조사는 중범죄를 저지른 의료인과 환자를 살리려다 불가피하게 과실이 생긴 의료인을 구분해서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에 진행됐다. 중범죄자 때문에 ‘업무상 과실치사상’으로 처벌받는 선의의 피해자를 양산하는 상황을 만들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가장 먼저 목소리를 낸 것은 서울아산병원 전공의들이었다. 서울아산병원 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는 내부적인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쳐 중범죄를 저지른 의사와 선의의 피해자를 구별해서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리고 대전협 측에 중범죄자는 의료법상 의료인 결격사유로 인정해 면허를 취소할 수 있도록 하되 불가피한 의료사고에 대해서는 업무상 과실치사상죄를 적용하지 않는 면책 조항을 신설해야 한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서울아산병원 전공의협의회 비대위원인 박한나 전공의(응급의학과 2년)는 지난 13일 밤 본지와 인터뷰에서 "업무상 과실치사상죄 형사면책에 관해서는 대한의사협회가 계속 주장하고 있는 내용이나, 의료인 결격사유 강화 필요성에 대해서는 아무도 인정하지 않는다"며 "이건 기성세대들이 못하는 주장이라 생각하고, 우리만 시작할 수 있는 이야기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성폭행이나, 살인미수, 시체유기와 같은 중범죄를 저지른 의사들도 면허를 유지하면서 '왜 의사면허는 취소되지 않느냐'는 비판이 쏟아졌다"며 "우리 입장에서도 그런 의사와 일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그는 이어 "중대한 과실 없이 불가피하게 발생한 의료사고에 대해서는 업무상 과실치사상죄를 면책해주는 조항이 필요하다"며 "대신 사회적 중범죄를 저지른 의료인의 결격에 대해서는 엄격하게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환자를 살리기 위해 했던 의료행위 때문에 형사처벌까지 받는다면 누가 필수진료과를 전공하려고 하겠느냐”며 “선의의 의료사고에 대한 형사면책이 없으면 필수의료가 붕괴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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