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과도하게 형벌법규 적용 확장…의료계서 매장시키는 결과 초래”
“전문가단체 자율성 강화 방향으로 보다 근본적인 정책 검토돼야”

의사 등 의료인이 성범죄나 강력범죄를 저질러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경우 면허를 취소하고 3년간 재교부를 금지하는 방안이 추진되자 의료계가 불만의 목소리를 높였다.

더불어민주당 강선우 의원은 최근 이같은 내용을 담은 ‘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 했다.

개정안은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2조에 따른 성폭력 범죄 또는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 제2조에 따른 특정강력범죄를 범해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고 그 집행을 종료하거나 집행을 받지 않기로 확정된 날부터 3년이 지나지 않는 경우에는 의료인이 될 수 없도록 했다.

또 의료인이 성폭력 범죄 또는 특정강력 범죄를 범해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는 경우 면허를 취소할 수 있도록 하고, 이 경우 3년 이내 재교부를 금지하는 한편, 성폭력 범죄 또는 특정강력 범죄로 면허가 취소된 후 면허를 재교부 받은 의료인이 다시 성폭력범죄 또는 특정강력범죄를 범해 면허가 취소되는 경우 면허 재교부를 금지하는 게 주 골자다.

강 의원은 “현행법에선 의료인 결격사유 및 면허취소사유로 의료관계법령 위반으로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경우를 규정하고 있는 반면, 성범죄나 강력범죄를 범한 경우는 별도로 규정하고 있지 않다”면서 “다만, 이 경우에는 의료인 품위유지의무 위반에 해당한다고 보아 1년의 범위에서 그 자격을 정지할 수 있을 것이나, 성범죄를 이유로 의료인 자격이 정지된 경우는 극히 드물어 성범죄를 범하더라도 제한 없이 의료행위를 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강 의원은 “성범죄 또는 강력범죄를 범했음에도 제한 없이 의료행위를 할 수 있다면, 그로부터 진료를 받는 일반 국민은 불안할 수밖에 없고 의료인 일반에 대한 신뢰도 손상될 것”이라며 “일반 국민이 의료인을 신뢰하며 안심하고 진료를 받을 수 있기 위해선 성범죄 또는 강력범죄를 범한 의료인의 의료행위를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피력했다.

하지만 의료계는 해당 개정안에 대한 반대 입장을 강 의원실에 전달했다.

대한의사협회는 7일 정례브리핑 자료를 통해 “해당 개정안은 헌법상의 평등원칙에 위배될 소지가 있고, 의료인 면허에 대해 차별적인 처벌 규정을 두는 것에 대해 문제가 있으며 특정 직역에게 해당 업무 수행과 무관한 범죄행위임에도 불구하고 불합리하게 차별적으로 이중처벌의 잣대를 두는 건 형평성에 반하는 과잉규제”라며 “해당 법안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의협은 “성범죄는 형법을 포함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등에 의해 법률에 의해 법적 처벌을 받도록 규정돼 있다”면서 “더불어 현행 의료법상 품위손상행위 중 하나인 ‘비도덕적 진료행위’에 해당, 자격정지 12개월의 행정처분 기준이 마련돼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의료인은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에 의해 성범죄를 저질러 형이 확정된 경우 10년 동안 의료기관을 운영하거나 취업 또는 사실상 노무를 제공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면서 “이미 관계 법률에서 강력한 제재규정을 마련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성범죄의 경우 불순한 의도로 ‘의료인에게 성폭력범죄를 당했다’고 주장하는 경우 그 범죄의 특성상 ‘피해자의 일관된 진술’만으로도 공소가 제기되고 유죄판결까지 내려질 수 있다”면서 “이를 감안하면 해당 개정안은 의료인의 직업선택의 자유만을 과도하게 침해하는 부적절하고 헌법 불합치적인 수단이 될 소지가 다분하다”고 지적했다.

의협은 성폭력 등의 문제는 분명 시정해야 하는 매우 중대한 문제임이 분명하나 자칫 사적관계에 있어서의 성적자기결정권 침해, 무고 등의 문제와 상충되는 경우를 배제할 수 없다고도 했다.

아울러 의료인 신분에 중대한 제재를 가하려면 개별사안에 있어 그에 상응하는 적절한 제재인지 등 수단의 적합성에 대한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는 게 의협의 생각이다.

나아가 “의료인 직무 수행과 무관하게 발생한 특정강력범죄의 경우에도 의료인에게 의료업 직무 수행을 못하도록 하는 건 의료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다른 직업군과 비교할 때 형평에 반할 소지가 다분하고 과도하게 형벌법규 적용을 확장한 것”이라며 “또 의료계에서 매장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에 의협은 “현재 협회에서 중앙윤리위원회, 전문가평가제 시범사업을 운영하며 자율적 규제를 확대하고 있고, 전문가의 사회적 비위행위에 대해 전문가 단체 스스로의 전문가 윤리에 따라 엄격하게 정화하는 노력을 기울이는 게 절대적으로 요구되는 문제일 뿐 아니라 이를 발본색원하고자 하는 염원에 부합되는 것인 만큼 전문가단체의 자율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보다 근본적인 정책 마련이 검토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저작권자 © 청년의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