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종양학회서 리보세라닙 23개 임상 결과 발표…"다수 암종에 유효"
일각선 다수 질환 '문어발식' 임상에 우려도…"선택과 집중 필요"

유럽종양학회에서 리보세라닙 임상시험 결과를 무려 23개나 발표한 에이치엘비에 대해 관심과 우려가 집중되고 있다.

에이치엘비의 이같은 행보가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과 함께 다수 적응증을 타깃한 ‘문어발식’ 임상에 대해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는 것.

에이치엘비의 리보세라닙 ESMO 2020 주요 발표 내용
에이치엘비의 리보세라닙 ESMO 2020 주요 발표 내용

에이치엘비는 지난 19일(현지시간)부터 3일간 열린 유럽 종양학회 2020 온라인회의(ESMO Virtual Congress 2020)에서 리보세라닙(중국명 아파티닙)과 관련한 23개의 논문을 구두와 포스터 형태로 발표했다.

리보세라닙은 에이치엘비의 자회사 엘레바가 개발 중인 표적항암제다. 혈관내 세포성장 인자수용체-2(VEGFR-2)를 타깃으로 삼아 암 조직의 신생혈관 성장을 억제해 암세포 증식을 막고 면역세포를 정상화시켜 암을 치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번 임상 결과 발표에서 에이치엘비가 가장 자신감을 나타낸 시험은 간암을 적응증으로 한 리보세라닙과 칼렐리주맙의 병용요법 글로벌 2상 결과다.

에이치엘비는 1차 치료에서 PFS(무진행생존기간) 6.4개월, ORR(객관적반응율) 46%, DCR(질병통제율) 79%를 기록했고, 2차 치료에서는 PFS 5.5개월, ORR 25%, DCR 76%를 보여 유의미한 임상 결과를 보였다고 발표했다.

에이치엘비는 이번 결과를 통해 엘레바와 중국 항서제약이 간세포암 1차 치료제로 공동 개발 중인 리보라세닙과 캄렐리주맙 병용요법 글로벌 3상의 성공 가능성도 높게 점쳤다.

에이치엘비 관계자는 “가장 인상적인 결과를 나타낸 시험은 간세포암을 대상으로 한 2상이다. 1차 치료에 대한 ORR 값에서 기존 치료제 대비 탁월한 결과가 도출됐다. 해당 간세포암 대상 글로벌 3상에 긍정적인 청신호라고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에이치엘비는 비소세포폐암 1차 치료제로 리보세라닙과 상피세포 성장인자수용체(EGFR) 타깃인 이레사(Gefitinib) 병용요법 3상에 대한 임상시험 결과도 Proffered Paper(PP) 세션에서 발표했다.

해당 병용요법은 mPFS 13.7개월로 이레사 단독요법 10.2개월보다 월등한(superior) 결과를 보였다.

에이치엘비는 갑상선암과 T세포 림프종을 적응증으로 한 임상 결과 또한 Mini Oral Session을 통해 구두로 발표했다.

방사성 요오드 치료에 실패한 갑상선암 환자 92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3상은 대조군 mPFS 4.47개월, ORR 2% 대비 리보세라닙을 투여한 환자의 mPFS가 22.21개월, ORR이 54%라는 결과를 보였다.

리보세라닙과 캄렐리주맙을 병용으로 투여한 T세포 림프종에 대한 임상 2상에서는 1명의 ‘완전 관해’와 3명의 부분 관해가 관찰돼 ORR 36.4%라는 수치가 나타났다.

아울러, 에이치엘비는 식도암 임상에서 완전 관해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에이치엘비는 수술이 불가한 식도암 환자를 대상으로 리보세라닙, 화학방사선치료 병용요법과 화학방사선치료를 비교한 결과, mOS(전체생존기간 중앙값)는 16개월과 20개월, mPFS는 7개월과 12개월로 각각 나타났으며, 리보세라닙 병용요법의 완전관해는 31명 중 7명(22.6%)으로 화학방사선치료(34명 중 1명)에 비해 획기적으로 높은 비율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에이치엘비는 이밖에도 리보세라닙과 캄렐리주맙의 병용으로 진행된 위암, 대장암, 비소세포폐암에 대한 결과와 파클리탁셀, 도세탁셀, 카페시타빈 등의 세포독성항암제와 병용으로 위암, 비인두암 등에 대한 결과도 발표돼 각종 적응증에 대한 리보세라닙의 범용성과 다양한 약물에 대한 병용 가능성이 확인했다는 입장이다.

에이치엘비는 2024년까지 5개 항암제를 보유한 글로벌 빅파마로 성장하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지난해 에이치엘비가 ESMO 2019 결과 발표 후 꼽은 적응증은 위암, 선낭암, 폐암, 간암 등이다.

다만, 지난해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되면서 2상 이후 신약허가신청(NDA)가 가능할 것으로 점쳤던 선양낭성암종에 대해선 결과를 언급하지 않았다. 에이치엘비는 지난 3월 캘리포니아대에서 해당 적응증 대상 2상 첫 환자를 모집했다고 밝혔다.

일각에선 지나치게 많은 적응증을 대상으로 리보세라닙 임상을 진행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국내와 글로벌에서 허가를 노리고 있다면, 선택과 집중을 고려해야 할 때라는 이유에서다.

현재 에이치엘비는 위암을 적응증으로 하는 리보세라닙 NDA를 연내 신청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달 초에는 리보세라닙 NDA 신청을 위해 FDA와 신약허가 신청 전 회의(Pre-NDA)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에이치엘비 관계자는 “다양한 적응증을 대상으로 임상을 진행한 덕에 다수 암종에 리보세라닙이 유효하다는 사실을 입증할 수 있었던 것”이라며 “마땅한 치료제가 없어 고민하는 암환자들에게 빨리 처방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광범위한 적응증을 대상으로 한 시험이 계속될 것임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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