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MO Colloquium 세션서 TKI 단독치료 한계 극복 논의
삼성서울병원 안명주 교수 좌장 5개국 전문가들 머리 맞대

아스트라제네카가 개발한 3세대 상피세포성장인자수용체(EGFR) 타이로신키나제억제제(TKI) '타그리소(성분명 오시머티닙)'가 기존 1~2세대 TKI 대비 무진행생존 및 전체생존 개선을 최초로 입증하며 1차 표준요법제로 자리잡고 있는 가운데, 국내외 최정상급 폐암 전문가들이 모여 1차 치료제로서 타그리소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논의에 나서 주목을 받았다.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안명주 교수는 지난 23일 온라인으로 진행된 유럽종양학회 연례학술대회(ESMO Virtual Congress 2020) Colloquium 세션의 좌장을 맡아 전세계 폐암 전문가들과 함께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 치료의 현재와 미래를 전망했다.

*출처. ESMO 2020
*출처. ESMO 2020

이날 안명주 교수는 '1차 치료에서 타그리소가 최상의 단독제제인가?(원제: Is Osimertinib the best single agent if 1st line?)'를 주제로 세션의 오프닝 발표를 맡아 진행했다.

안 교수는 "무진행생존(PFS), 전체생존(OS), 중추신경계 활성(CNS activity), 안전성 및 환자의 순응도 측면을 모두 고려했을 때, 오시머티닙은 1차 치료제로서 우선적으로 선호된다"면서도 "오시머티닙의 획득 내성은 불가피하며, 이질성을 가졌다는 점에서 환자의 전체생존 개선을 위한 최적의 순차치료 전략 혹은 다른 제제와의 병용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논의된 접근법은 크게 두 가지였는데, TKI와 항암화학요법의 병용 그리고 TKI와 신생혈관억제제(anti-angiogenic agent)의 병용이었다.

싱가포르 국립암연구소 로스 수(Ross Soo) 박사는 1세대 EGFR TKI인 '이레사(성분명 게피티닙)'가 항암화학요법과의 병용으로 1차 치료에서 타그리소 단독요법 못지 않은 강점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연구 결과, 이레사와 항암화학요법 병용군의 PFS는 16~21개월로 타그리소 단독군의 18.9개월과 유사했으며, OS는 50.9개월로 나타나 타그리소의 38.6개월 대비 월등한 차이를 보였다는 것이다.

로스 수 박사는 "각각의 치료 전략은 장단점이 존재한다"며 "오시머티닙 치료는 중추신경계 반응이 뛰어나며, 경구제로서 복용 편의가 좋고 부작용이 적은 반면 객관적반응률(ORR) 개선 효과를 적고 값이 비싸며, 2차 치료에 남은 옵션이 항암화학요법뿐"이라고 말했다.

로스 수 박사는 '타그리소'의 가격을 지적하며 비용효과적이지 못하다고 강조했다. 한달 치료 비용이 약 1만6,000달러인데, 1차 치료에 타그리소 사용이 비용 대비 효과적이지 않다는 연구 결과들이 미국과 브라질, 중국 등에서 속속 발표된 바 있다는 것이다.

이어 로스 수 박사는 "게피티닙과 항암화학요법의 병용은 가용성과 접근성이 좋으며, EGFR T790 변이가 생긴 환자에서 오시머티닙이라는 치료옵션이 있는 반면 병원 방문 및 정맥 투여로 투약 편의가 나쁘며 부작용이 심하다는 단점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공동 좌장을 맡은 독일 폐질환연구센터 그로스한스도르프 폐클리닉(Lung Clinic Grosshansdorf) 마틴 렉(Martin Reck) 박사는 TKI와 신생혈관억제제 병용이 새로운 표준치료법이 될 가능성을 가졌다고 내다봤다.

EGFR과 VEGFR 수용체가 가지는 공통된 기전으로 이들을 억제하는 두 약제를 병요할 경우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마틴 렉 박사는 또한 "전임상 시험 결과 VEGF억제제가 T790 변이와 관련된 내성 발현을 지연시킬 수 있다"고도 강조했다.

마틴 렉 박사는 이런 주장의 근거로 또 다른 1세대 약물 '타쎄바(성분명 엘로티닙)'와 VEGF억제제인 '아바스틴(성분명 베바시주맙)' 병용 연구 및 VEGFR2 억제제 '사이람자(성분명 라무시루맙)'와의 병용 연구 결과를 예로 들었다.

마틴 렉 박사는 "비소세포폐암 환자의 2차 치료에서 엘로티닙과 베바시주맙을 병용을 엘로티닙 단독요법과 비교한 3상 임상 BeTa Lung 연구 결과, EGFR 변이 하위그룹 분석에서 전체생존(OS) 위험비(HR)가 0.44로 나타났다"라며 "또한 일본인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 환자의 1차 치료에서 엘로티닙과 베바시주맙을 병용을 엘로티닙 단독요법과 비교한 2상 임상 JO25567 연구에서는 1차 평가변수인 PFS 중앙값이 베바시주맙 병용군에서 16개월, 엘로티닙 단독군에서 9.7개월로 나타나 유의미한 무진행생존기간의 연장을 나타냈다"고 말했다.

또다른 일본인 대상 3상 임상인 NEJ026 연구에서도 결과는 유사했다. 마틴 렉 박사는 "베바시주맙과의 병용은 3세대 TKI인 오시머티닙과도 연구 중"이라며 "이번 ESMO 2020에서 발표된 초록(Abstract 12590)에 따르면, 일본에서 지료 경험이 있는 진행성 EGFR T790 변이 폐암 환자를 대상으로 오시머티닙과 베바시주맙 병용을 오시머티닙 단독요법와 비교 연구 중"이라고 말했다.

마틴 렉 박사에 따르면, EGFR TKI와 병용 연구 중인 신생혈관억제제로는 '사이람자'도 있다. 3상 임상인 RELAY 연구에서 타쎄바와 사이람자 병용 효과를 타쎄바 단독요법과 비교 평가했다는 것이다.

마틴 렉 박사는 " 그 결과 1차 평가변수인 PFS 중앙값이 라무시루맙 병용군에서 19.4개월로 엘로티닙 단독군의 12.4개월 대비 통계적으로 유의한 연장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안명주 교수는 마무리 멘트를 통해 "최근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 1차 치료에 다양한 치료옵션들의 사용이 가능해졌다"며 "1~3세대 EGFR TKI 단독요법뿐 아니라 엘로티닙과 베바시주맙 혹은 라무시루맙 병용, 게피티닙과 항암화학요법 병용이 가능하며, NCCN 가이드라인에서도 이들 요법을 (게피티닙과 항암화학요법 병용 제외) 선호 옵션으로 권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안 교수는 "우리가 1차 치료옵션을 선택할 때 전신효과는 물론 중추신경계 효과, PFS, OS, 안전성, 환자의 순응도 및 비용을 고려해야 하는데, 오늘 논의에서도 언급됐듯이 각각의 치료옵션은 강점과 약점을 지니고 있다"라며 "따라서 약제를 선택할 때 우리는 이 모든 요소를 고려해 환자 개인에 맞는 치료법을 선택해야 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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