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웅제약 “이례적인 전면 재검토” vs 메디톡스 “통상적이고 부분적”
11월 6일 최종 판결에서 판가름…국산 보톡스 수출 부진 지적도

지난 7월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의 예비판결로 메디톡스가 승기를 잡은 것 같았던 대웅제약과 메디톡스 간의 균주 논쟁이 재점화되는 모습이다.

지난 21일(현지시간)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게재한 재검토 결정문 중 일부.
지난 21일(현지시간)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게재한 재검토 결정문 중 일부.

대웅제약은 지난 21일(현지시간) ITC가 대웅제약과 미국 에볼루스(Evolus)사가 신청한 예비결정에 대한 이의제기를 받아들였다고 발표했다.

지난 7월 ITC는 ‘대웅제약이 메디톡스의 영업비밀을 침해했다’는 예비결정과 함께 ‘미국 내 나보타주 10년간 수입금지’ 결정을 내렸다.

이에 대웅제약은 ITC에 ▲균주의 도용 여부 ▲제조공정의 도용 여부 ▲균주와 제조공정의 영업비밀성 ▲ITC의 관할권 ▲엘러간(Allergan)의 당사자 적격(standing) ▲미국 국내산업(domestic industry) 요건 충족 여부에 대해 이의를 제기해왔다. 이번 ITC의 재검토 결정은 이러한 대웅제약의 이의 제기에 기인한 것이다.

ITC의 이번 재검토 결정에 대해 양 측의 평가는 극명하게 갈렸다.

대웅제약은 “이례적”이라며 예비 판결을 뒤집을 기회로 여기는 반면 메디톡스는 “통상적인 절차”라며 확대 해석에 선을 그었다.

이날 대웅제약은 자료를 내고 “ITC가 관할권, 적격, 국내산업 요건, 영업비밀성 등의 법리적인 쟁점뿐 아니라 균주와 제조공정의 도용에 대한 사실관계 자체에 대해서도 이례적으로 재검토 결정을 내렸다. 이는 자사가 이의신청서에서 주장했듯이 ITC 예비결정이 증거와 과학적 사실을 외면한 편향적인 결정이었다는 반증”이라고 피력했다.

아울러 대웅제약은 ITC의 예비결정에 반박하는 현지 전문가들 의견을 공개하기도 했다.

대웅제약은 “세계적인 영업비밀 전문가 밀그림 교수가 ITC에 제출한 공익의견서에서 메디톡스의 균주는 '경쟁우위성'과 '비밀성' 요건이 충족되지 않아 영업비밀이 될 수 없음을 강조했다”고 전했다.

또 “미생물 유전체 분야 권위자인 바트 와이머(Bart Weimer) UC 데이비스(캘리포니아대 데이비스캠퍼스) 교수는 자신의 SNS에서 ITC가 예비결정의 판단 근거로 제시한 미국 노던애리조나대(Northern Arizona University) 폴 카임(Paul Keim) 교수의 유전자 검사 결과에 대해 ‘논리비약’이라고 지적했다”고 주장했다.

대응제약은 바트 와이머 교수가 앞서 예비결정의 판단 근거로 사용된 ‘SNP’(단일염기다형성) 분석과 ‘미생물 포렌식(microbial forensics)’ 방법의 한계를 지적했다는 사실도 환기시켰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예비결정의 오류를 바로 잡아 최종결정에서 반드시 승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같은 날 메디톡스는 이번 재검토 결정이 대웅제약이 주장하는 대로 ‘전면 재검토’가 아닌 ‘대웅의 이의제기 중 일부 재검토이며 통상적이 일반적인 절차’라고 반박했다.

메디톡스 또한 자료를 통해 이번 재검토 결정에 대해 “5명의 위원으로 구성되어 있는 ITC 위원회는 1명이라도 이의 제기를 받아주기로 결정하면 재검토를 한다. ITC 위원회가 예비 판결에 대해 재검토를 하는 것은 통상적이고 일반적인 절차”라며 “이를 통해 예비 판결이 바뀌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메디톡스 관계자는 “과학적 근거와 증거들을 바탕으로 ITC 행정판사가 올바른 판결을 내린 만큼 ITC 위원회에서도 궁극적으로 예비판결 결과를 그대로 채택될 것이라 확신한다”고 말했다.

이번 ITC 분쟁은 2019년 2월 메디톡스와 앨러간(현 에브비)이 대웅제약과 에볼루스를 미국 ITC에 제소하면서 시작됐다. ITC는 지난 7월 메디톡스의 손을 들어주며 대웅제약에 대해 미국 내 나보타의 10년간 수입 금지를 결정했다.

ITC 위원회는 지난 7월 행정판사가 내린 예비결정을 재검토하고 오는 11월 6일 최종결정을 내릴 예정이다. 이후 두 달 뒤 미국 대통령이 승인하면 ITC 판결의 내용은 최종 확정된다.

한편, 대웅제약과 메디톡스가 법적 공방을 벌이며 서로의 수출길을 가로막는 동안 상반기 국산 보툴리눔 톡신 제제의 수출 성적표는 부진을 면치 못했다.

하나금융투자 선민정 연구원은 지난 15일 ‘8월 관세청 통관데이터 보고서’를 통해 “ITC 예비판정에서 10년 수입금지 조치결정이 내려진 미국 수출의 경우 8월 보톡스 수출액은 7.2만 달러(약 8,442만원)로, 올해 4월부터 수출금액이 매우 미미한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저작권자 © 청년의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