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현장 ‘초고위험군 위한 현장교육 강화’ 필요성 제기

지난 6월 국회 입법조사처는 ‘21대 국회 주요 입법 정책 현안 보고서’를 통해 보건복지 분야 핵심 현안 중 하나로 고혈압 등 만성질환 관리 강화를 꼽았다.

감염병 관리대책 강화뿐 아니라 만성질환을 철저히 관리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사회 전반적인 여론을 감안한 것이다.

하지만 고혈압, 고지혈증 등 만성질환으로 초래된 심뇌혈관질환의 체계적인 관리를 위해서는 권역심뇌혈관질환센터 운영과 함께 효율적인 운영이 되도록 지원책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권역심뇌혈관질환센터, 심뇌혈관질환 환자 골든타임 확보에 한 몫

정부는 사회적 부담이 크고 사망률이 높은 심뇌혈관질환의 체계적인 관리 필요성을 인식하고 2006년부터 심뇌혈관질환종합대책을 실시해 왔다.

2008년 권역심뇌혈관질환센터 3개소 지정을 시작으로 순차적으로 확대, 현재 전국적으로 14개의 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전국 어디서든 환자들이 응급 상황에 처했을 때 신속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해 사망률을 낮추겠다는 복안이다.

특히 권역심뇌혈관질환센터 사업은 응급 환자들의 이송 시간을 줄이고 적기에 치료할 수 있도록 병원의 진료역량을 강화한다는 측면에서 우수한 정책으로 평가받는다.

권역심뇌혈관질환센터는 ▲심뇌혈관질환의 적정 진료를 위한 응급 및 전문치료 시스템 구축 ▲수도권 중심의 의료시설 집중에 따른 지역간 건강 격차 해소 ▲심뇌혈관질환 예방 관리의 중심 역할을 담당한다.

신속한 처치가 중요한 급성 심근경색증과 뇌졸중의 경우 24시간 전문 진료를 할 수 있는 의료진의 상주 당직률을 확대하고, 특히 급성 뇌졸중 환자들을 집중 치료할 수 있는 시설을 도입해 치료의 질을 크게 향상시켰다는 평가다.

실제로 급성심근경색 환자가 응급실에 도착해 시술까지의 시간은 기존 평균 70.9분에서 47.8분으로 크게 단축됐고, 환자가 응급실 도착 후 90분 이내에 시술될 확률이 99.3%로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심근경색, 뇌졸중 환자의 표준 진료지침(Critical pathway, CP)을 개발하고 지속 관리해 전문적인 처치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 외에도 의료인, 환자 및 보호자용 표준 진료지침을 개발해 주요 변이 요인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변이 요인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보완하면서 진료를 표준화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유병력자 관리 운영지침 개선 시급

하지만 권역심뇌혈관질환센터가 지난 10여년간 응급환자의 치료 접근성을 개선하고 치료의 질을 향상하는 등 여러 성과를 보였으나 유병력자 관리에는 여전히 사각지대가 존재한다.

환자들의 재발 방지 및 관리 순응도 향상을 위해 입원 환자 대상 1:1 교육을 진행하고 있지만 교육 자료가 개괄적이고 추상적으로 서술돼 사실상 환자를 효과적으로 교육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

유병력자 관리를 포함한 전반적인 운영 방향을 제시하는 권역심뇌혈관질환센터의 현행 운영지침은 매년 개정되고 있지만 환자들에게 직접 적용되는 내용의 변화는 사실상 전무한 상태라 실효성 있는 운영을 위해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에 지난 4월 7일부터 시행된 ‘심뇌혈관질환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수정안에는 심뇌혈관질환 정의에 이상지질혈증이 새롭게 추가됐음에도 불구하고 같은 날 발표된 복지부의 ‘권역심뇌혈관질환센터 2020년 운영지침’에는 해당 내용이 전혀 반영돼 있지 않다.

특히 매년 발표되는 해당 운영지침서는 환자에게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각 센터의 재량에 따라 교육 세부 내용을 결정할 수 있기 때문에 교육 수준의 편차도 매우 크다.

센터에서 일괄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교육 자료를 명시해 두지 않고 각 센터의 의료진의 판단에 따라 자료를 임의로 작성하는 등 교육 체계도 일원화되지 않은 상황이다.

뇌졸중, 심근경색증 등 경험한 초고위험군 환자교육 우선 보강돼야

현재 권역심뇌혈관질환센터 산하 예방관리센터에서 환자 교육에 참고할 수 있도록 제공하는 표준교육자료를 살펴보면, 약물 치료의 원인이 되는 질환별 위험요인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다.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흡연 등 질환별 위험요인이 단순 나열되어 있고, 복용 약물 정보 및 심근경색과 뇌졸중의 주요한 원인인 이상지질혈증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콜레스테롤 수치 및 가족력 등의 요인이 누락되는 등 제한적인 정보만이 담겨 있다.

이미 심근경색이나 뇌졸중을 경험한 병력이 있는 초고위험군 환자들은 치료와 관리 기준으로 삼아야 할 혈당 및 콜레스테롤 수치가 정상인보다 현격히 낮음에도 이에 대한 교육이 잘 이뤄지고 있는지 관리감독이 어려운 실정이다.

특히 심근경색은 재발 위험이 높은 질환임에도 불구하고 상당수의 환자가 복용 약물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나 현행 교육 방침의 문제가 드러나기도 했다.

대한심혈관중재학회에서 진행한 ‘2019 급성심근경색 후 재발 예방을 위한 환자 대상 인식 조사’ 결과에 따르면 급성심근경색증 재발 방지를 위해 어떤 약물을 복용하고 있는지를 인식 여부를 질문하는 문항에 약 13%의 환자가 잘 모른다고 답변했으며, 13.5%의 환자가 보통이라고 했다.

표준화된 교육 지침 등 촘촘한 유병력자 안전망 필요

이에 재발 방지를 위해 꾸준한 치료와 관리가 병행돼야 하는 심뇌혈관질환 유병력자들을보다 철저히 관리할 수 있도록 운영 지침의 전반적인 개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각 센터별 교육 지침을 일원화해 필수 교육 주제 외에도 환자들이 숙지해야 할 질환 및 치료 정보를 정확히 전달하고 후속 모니터링이 효율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지침 개정 시 심혈관 및 대사질환 관련학회인 대한심장학회, 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 등의 최신 치료 가이드라인을 반영해 일관성 있고 표준화된 교육 자료를 제공하는 방안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의료 현장의 최신 치료 지견을 담고 있는 치료 가이드라인을 참고해 최신 정보를 전달하고 현재 추상적인 수준의 교육 자료를 구체화하기 위해 질환 관리 시 꼭 지켜야 할 목표 수치를 명시해 환자들을 보다 체계적으로 교육해야 한다는 것.

이와 관련 인하대병원 인천권역심뇌혈관질환센터 심장내과 박상돈 교수는 “심뇌혈관질환을 한번 경험한 유병력자의 경우 재발이 일어나지 않도록 지속적인 치료와 관리를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하지만 현행 권역심뇌혈관질환센터 운영지침에서 제시하는 것은 단순 예시에 그치고 있어 결론적으로 각 병원별 상황에 맡겨 두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유병력자와 같은 초고위험군 환자들을 위한 현장 교육을 강화해 재발률을 낮출 수 있도록 현행 운영 지침의 개선 및 운영 지원 방안 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심근경색, 뇌졸중 등 심뇌혈관질환으로 사망하는 국내 환자는 연간 5만명에 이른다. 권역심뇌혈관질환센터 운영 지침의 개선과 효율적인 운영 지원이야말로 치명적인 심뇌혈관질환의 사회적 부담을 줄이고 환자들의 삶의 질을 제고한다는 측면에서 유병력자 관리를 위한 정책적 안전망이 요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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