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렘데시비르'와 병용해 치료기간 단축…긴급사용승인 등 신청 계획
2월 초 영국 베네볼런트AI社 최초 제시...항바이러스제와의 병용도 예측

올해 초 영국 연구진이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이미 허가돼 있는 치료제 중 가장 유망한 코로나19 치료제로 제시한 릴리 '올루미언트(성분명 바리시티닙)'가 길리어드 '렘데시비르'에 이어 두 번째로 명예의 전당에 오르게 될 전망이다.

릴리는 지난 14일(현지시간) ACTT-2 임상시험에서 자사의 JAK억제제 '올루미언트'가 길리어드 '렘데시비르'와 병용해 치료기간 단축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ACTT-2 임상시험은 미국 국립보건연구원(NIH) 산하 국립알러지감염성질환연구소(NIAID)가 지원하고 있는 대표적인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연구이다.

해당 연구에서 '올루미언트'는 최초의 코로나19 치료제인 렘데시비르와의 병용요법으로 렘데시비르 단독요법과 비교 평가됐으며, 그 결과 '올루미언트'를 병용한 군에서 회복기간이 하루 정도 더 단축된 것이다.

릴리는 해당 결과가 "통계적으로도 괄목할 만한 수준의 차이"라고 말하며, 이를 근거로 해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긴급사용승인(EUA) 신청은 물론 전세계 보건당국과 코로나19 치료에 대한 '올루미언트'의 허가 신청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한편, '올루미언트'는 현재 류마티스관절염 치료에 사용되고 있는 야누스 인산화효소(JAK)1/2 억제제이다. 흥미롭게도 코로나19 치료에 대한 '올루미언트'의 가능성을 처음 제시한 것은 인공지능(AI)이었다.

작년 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출현이 최초 보고되고, 중국의 과학자들이 글로벌 데이터베이스에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유전자 분리체를 공유한 지 채 2달도 되지 않아, 영국 연구진이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올루미언트'를 가장 유망한 치료제로 제시했다.

영국 임페리얼 컬리지 런던의 저스틴 스테빙(Justin Stebbing) 교수는 지난 2월 4일 국제학술지 란셋(Lancet) 'Correspondence'란에 인공지능 스타트업 베네볼런트AI社와 공동 연구한 결과를 최초 게재했다.

베네볼런트AI의 자체 알고리듬을 통해 코로나19 치료에 적합한 기허가 약물을 검색한 결과 '올루미언트'가 최종 도출됐다는 것이다.

그림. 클라트린-매개 내포작용(endocytosis)을 통한 바이러스 유입 과정(출처 Lancet Infect Dis 2020; published online Feb 27. https://doi.org/10.1016/S1473-3099(20)30132-8.)
그림. 클라트린-매개 내포작용(endocytosis)을 통한 바이러스 유입 과정(출처 Lancet Infect Dis 2020; published online Feb 27. https://doi.org/10.1016/S1473-3099(20)30132-8.)

연구진은 대부분의 바이러스가 인간 세포 내로 침투할 때 일어나는 '수용체 매개 내포작용(endocytosis)'에 집중했다.

당시 미국 국립알러지감염성질환연구소(NIAID)는 텍사스대학교 연구진들과 함께 코로나19 바이러스 표면의 스파이크(S) 단백질 구조를 밝혀낸 바 있는데, 이 스파이크 단백질이 인간 세포 표면의 ACE2와 결합해 바이러스 침투 과정이 시작된다고 가정한 것이다.

이에 연구진은 ACE2의 내포작용을 촉진하는 'AAK1(AP2-associated protein kinase 1)'을 억제함으로써 바이러스 침투 과정을 방해할 수 있다는 가정하에, 이미 개발된 성분 중 AAK1와 친화력이 높은 성분을 인공지능을 활용해 검색했다.

총 378개의 AAK1억제제가 검색됐으며, 연구진은 AAK1에 대한 친화력 및 약제의 독성을 고려해 후보들을 추려나갔다. 그 결과 이미 의학적 사용이 허가된 기허가 약물 47종 중 '올루미언트'가 가장 적합한 약물로 도출된 것이다.

최종 후보에는 '올루미언트'와 같은 강력하고 선택적인 JAK억제제인 '자카비(성분명 록소리티닙)', '인레빅(성분명 페드라티닙)' 등도 있었지만, 내포작용에 필요한 효소를 억제하기 위해서는 현재 허가용량을 크게 초과해 사용해야 한다는 점에서 결국 제외됐다.

연구진은 '올루미언트'가 1일 1회 경구 투여가 가능하고, AAK1에 대한 높은 친화력을 가져 허가용량으로도 충분한 억제 효과를 내며, 안전성 프로파일이 허용 가능한 수준이리는 점에서 최종 약물로 꼽았다.

뿐만 아니라 '올루미언트'가 혈장 단백질과의 결합력이 적어, 약물대사효소 및 약물수송체와의 상호작용을 최소화함으로써 다른 치료제와의 병용요법으로도 높은 잠재력을 가진다고 예측했다.

연구진은 "올루미언트는 약물대사효소인 CYP와의 상호작용이 적어 (당시) 코로나19 치료에 사용되고 있는 직접 작용 항바이러스제와의 병용 가능성도 가지고 있다"며 "올루미언트와 항바이러스제의 조합은 바이러스 감염성, 바이러스 복제 및 비정상적인 숙주 염증반응(사이토카인 폭풍)을 감소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결국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얻은 예측은 현실에서 그대로 실현됐다. 인공지능(AI) 활용이 긴박한 감염병 사태에서 치료제 개발에 필요한 시간적, 인적 역량을 강화할 수 있음을 제대로 보여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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