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사연, 국내 기업 제공 상병휴가 현황 분석
조사대상 기업 중 42%만 취업규칙에 병가 명시
한국 노동자 다수 아파도 쉬지 못하지만 비정규직 등 더 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아프면 쉰다’는 국민행동지침이 나왔지만 정작 노동현장은 아프면 쉴 수 있는 환경이 아닌 것으로 조사됐다.

민간기업에서 취업규칙에 병가제도 규정을 담은 곳은 약 40%, 유급병가제공 기업은 약 7%에 불과했다.

특히 정부가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 중 사회안전망 강화를 위한 전략 중 하나로 한국형 상병수당 도입을 천명했지만 기업의 상병휴가 현황조차 제대로 알려지지 않고 있어 문제로 지적됐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보건정책실 김수진 부연구위원과 포용복지연구단 김기태 부연구위원은 최근 보건복지 이슈앤포커스에 기고한 ‘우리나라 병가제도 및 프리젠티즘 현황과 상병수당 도입 논의에 주는 시사점’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우선 연구팀은 “한국에서 상병수당 도입을 위한 논의가 본격화됐음에도 불구하고 아파도 출근하는 노동자의 현황이나 기업이 제공하는 상병휴가 현황은 제대로 알려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연구팀은 “노동패널 및 근로환경조사를 분석한 결과 임시직, 일용직, 비정규직 집단이 기업 상병휴가제도에서 배제될 가능성이 높아 상병수당제도 도입 시 이들 취약 노동집단에 대한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에 연구팀은 국내 기업들의 취업규칙자료, 한국노동패널 자료, 2017년 근로환경조사 등을 통해 국내 기업들의 상병휴가 현황 등을 분석했다.

상시 10인 이상 근로자를 고용한 국내 493개 민간기업의 취업규칙 자료를 분석한 결과, 약 42%의 사업장이 취업규칙에 병가제도 규정을 담고 있었지만, 전체 사업장 중 유급병가를 제공하는 기업 비율은 7.3%에 불과했다.

업종별로 살펴보면 제조업 및 건설업은 평균 47.9%가 병가를 제공하지만 유급병가인 경우는 3%에 그쳤으며, 100인 미만 사업장에서는 그 비율이 0.8%로 더 낮아졌다.

서비스업은 평균 63%가 병가를 제공하지만 유급병가인 경우는 9.6%였고 100인 미만 사업장에서 비율은 7.5%로 제조업의 동일 규모 사업장보다는 높았다.

병가제도가 있는 경우 최대 사용가능 기간은 평균 1.66개월로 제조업 및 건설업이 1.47개월, 서비스업이 1.74개월로 조사됐다.

2016~2018년 한국노동패널 자료를 통해 노동자 개인 수준에서의 병가 현황 분석 결과를 살펴보면 직장에서 병가를 제공한다고 답한 비율은 46.4%, 본인도 병가를 받을 수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42.5%였다.

각 비율은 상용직에서 가장 높고 일용직에서 가장 낮았으며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차이 또한 큰 것으로 나타났다.

300인 이상 사업장을 예로 들면 직장 병가 제공 비율은 ▲상용직 84.3% ▲임시직 51.3% ▲일용직 17.8%였으며, 정규직은 87%, 비정규직은 54.4%로 조사됐다.

본인도 병가를 받을 수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상용직 77.7% ▲임시직 29.1% ▲일용직 6%였으며, 정규직은 82.1%, 비정규직은 33.9%로 나타났다.

다만 연구팀은 노동패널 자료는 병가 제공 여부에서 유급과 무급을 구분하지 않아 유급으로 제한할 경우 비율이 훨씬 낮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2017년 5차 근로환경조사를 바탕으로 아파서 쉰 비율과 아파도 출근한 비율을 세부 집단별로 비교한 결과 ▲임금근로자가 아파서 쉰 비율은 11.1~12.5%로 나타났다.

특히 단순노무직의 경우 아파서 쉰 비율이 8.9%, 아파도 출근한 비율이 16.9%로 출근한 비율이 쉰 비율의 1.9배인 반면 다른 직업군은 1.2~1.5배로 분석됐다.

이같은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연구팀은 “우리나라에서 다수 노동자들은 아파도 쉬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약 50%의 사업장에 병가제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아파서 쉰 비율 대비 일하는 비율은 상당히 높은 편”이라고 밝혔다.

연구팀은 “이는 유급병가제도 도입이 필요함을 보여줄 뿐마나 아니라 병가제도가 법적으로 의무화되지 않고 개별 기업의 재량에 맡겨질 경우 유명무실해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특히 누가 더 아파도 쉬지 못하는지를 비교 분석한 결과 일용직, 비정규직 등에서 병가 적용률이 낮고 아파서 쉰 비율 대비 아파도 출근하는 비율이 특히 더 높았는데, 상병수당 도입 시 이들이 제외되지 않도록 면밀한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연구팀은 “상병수당 도입 과정에서 고용주의 법적 책임을 일정 수준에서 강화하는 것과 공적 영역에서 재원 조달을 통해 아픈 노동자들을 보호하는 두가지 접근이 모두 고려돼야 한다”며 “그 과정에서 취약계층 노동자들이 배제되지 않도록 제도를 설계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청년의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