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 김효수 교수, HOST-Reduce-Polytech-ACS 연구 가치 강조
"보다 강한 약제를 써야 한다면 '티카그렐러'보다는 '프라수그렐'"

급성관상동맥증후군(ACS) 치료 환자에서 동서양인 간의 허혈/출혈 위험(ischemic/bleeding risk)이 상이하다는 사실은 이미 입증된 바 있다. 일반적으로 동양인이 서양인보다 허혈 위험은 낮은 반면, 출혈 위험은 더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기에 더해 경피적관상동맥중재술(PCI)을 받은 ACS 환자는 급성과 만성 단계에 따라 허혈/출혈 위험이 변화하는데, 급성 단계(acute phase)에서는 허혈 위험이 더 높고, 만성 단계(chronic phase)로 넘어가면 허혈 위험은 감소하고 출혈 위험이 높아지게 된다.

그러나 현재 사용 중인 항혈전 치료 전략은 대부분 미국, 유럽을 포함한 서양인 위주의 연구를 통해 수립돼, 동양인에서 적합한 항 혈전 약물과 투여 용량, 투여 주기 등을 찾아야 한다는 데 의료적 요구가 있어 왔다.

이런 가운데 최근 온라인으로 개최된 유럽심장학회 연례학술대회(ESC 2020)에서 동아시아 ACS-PCI 환자의 최적의 치료전략을 수립하는 데 근거가 될 만한 연구 결과과 발표돼 화제다.

이에 ESC 2020에서 발표된 HOST-Reduce-Polytech-ACS 연구의 책임연구자인 서울대학교병원 순환기내과 김효수 교수를 만나, 발표 내용 소개 및 해당 임상연구 결과가 실제 치료 현장에 가져올 변화 등에 대해 들어봤다.

서울대학교병원 순환기내과 김효수 교수
서울대학교병원 순환기내과 김효수 교수

-ESC 2020 Late-Breaking Clinical Trial 세션에서 발표한 내용을 요약하면.

우린 과거 6년 동안 수행해 온 연구자 주도 임상 HOST-Reduce-Polytech-ACS 연구를 통해 '프라수그렐 기반 단계적 축소요법(Prasugrel based DAPT De-escalation therapy)'이 ACS 환자에서 효과적인 새로운 치료전략임을 밝혀냈다. '프라수그렐'은 작년 독일 뮌헨 그룹이 발표한 ISAR-REACT 5 임상연구에서 '티카그렐러'보다 조금 더 낫다는 결과가 나온 바 있다. 연구진은 PCI 후 DAPT 요법에 있어 초반 1달 동안 프라수그렐 정량(10mg)을 쓰다가 이후 11개월 동안 용량을 줄이는(5mg) '단계적 축소요법'의 효과를 검증하고자 했다.

1차 평가변수로는 모든 원인으로 인한 사망, 치명적이지 않은 심근경색, 스텐트 혈전, 반복적 혈관 재형성, 뇌혈관사고 및 표준화된 출혈 기준인 BARC class ≥2의 출혈 사건으로 구성된 12개월차 'NACE(Net adverse clinical events)'를 비교했다. 1년 동안 약 3,500명의 환자들을 스크리닝했으며 이 중 2,348명의 환자들이 단계적 축소요법군과 표준요법군(12개월간 아스피린 + 프라수그렐 10mg)에 무작위 배정됐다. 스크리닝한 환자 중 약 1/3 정도(1075명)가 75세 이상 혹은 60kg 미만 혹은 일과성 허혈발작 이력이 있어 프라수그렐을 쓸 수 없는 환자들로, 이 경우에는 따로 다른 약제를 쓰면서 관찰군으로 관리해 12개월차 경과를 관찰했다.

그 결과, 단계적 축소요법군에서 12개월차 NACE 발생률이 7.2%인데 비해 표준요법군은 10.1%로 나타났다. 위험비(hazard ratio)는 0.7로, 단계적 축소요법이 표준요법 대비 NACE 발생 위험을 30% 감소시켰다. 프라수그렐 투여 용량이 갈라지는 1개월을 기점으로 랜드마크 분석을 한 결과, 사건 발생 곡선(Event curve)은 더 벌어져 11개월 동안의 NACE 발생률이 단계적 축소요법군에서 5.5%, 표준요법군에서 8.2%로 나타났다. 위험비는 0.66으로 단계적 축소요법이 표준요법 대비 NACE 발생 위험을 34% 감소시켰다.

2차 평가변수로는 두 가지를 관찰했는데 먼저 효과(Efficacy)를 보았다. 심혈관질환으로 인한 사망, 심근경색, 스탠트 혈전, 허혈성 뇌졸중을 관찰했는데, 이런 것들이 다 혈전(thrombosis)과 관련된 요소들이다. 약물 투여 용량을 줄였으니까 혈전 위험이 올라가지 않을까 염려했지만 단계적 축소요법군에서 1.4% 대 표준요법군 1.8%로 나타났다. 즉, 프라수그렐 용량 감소에도 불구하고 혈전 사건이 증가하지 않은 것이다. 안전성(Safety)은 BARC ≥2 출혈 사건 발생률을 측정했습니다. 그 결과, 단계적 축소요법군에서 약 3%, 표준요법군에서 약 6%로 나타나 약 절반 수준으로 줄일 수 있다는 결과를 얻었다.

뿐만 아니라 하위그룹 분석을 통해 이같은 경향이 모든 그룹에서 일관적인지 확인해 보았다. 나이, 성별, 당뇨병 여부, 만성신질환, 임상진단, LVEF, 총 삽입 스탠트 길이, 다혈관 질환 등에 구애받지 않고 단계적 축소요법이 더 우수한 치료전략으로 나타났다. 또한 관찰군에서 12개월차 NACE 발생률이 14%로 나타나, 프라수그렐을 쓰지 못하는 환자군에서 예후가 더 안 좋음을 알 수 있었다. 특히, 전체 환자 풀(pool)에서 과연 NACE의 예측인자가 무엇인지 살펴봤는데, NACE 발생 위험이 만성신질환이 있을 경우 2.8배, 나이가 10년 들 때마다 1.3배, 체질량지수(BMI)가 1씩 떨어질 때마다 1.1배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이번 연구에도 제약은 있다. 일단 취약한 고위험군이 포함되지 않았고, 비열등성 입증을 위한 디자인이기 때문에 단계적 축소요법이 NACE 발생 위험을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30%나 줄였다 하더라도 이것이 우월(superior)한 것인지는 알지 못한다. 또한 비 이중맹검 임상인데다 모든 인종에서 일반화 할 수 없는 연구결과이다. 특히, 허혈 사건을 줄였느냐 하는 부분은 결론을 못 내고 있지만, 수치상 늘리지 않는다는 것은 확인했다.

결론을 내리면, ACS 환자에서는 프라수그렐 기반 단계적 축소요법은 표준요법에 비해 열등하지 않다는 것이다. 1년 동안 관찰한 결과 단계적 축소전략이 출혈 위험은 줄이면서도 허혈 사건은 늘리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했다. 때문에 연구진은 프라수그렐 기반 단계적 축소요법이 ACS 환자들의 스텐트삽입술 이후 허혈과 출혈 밸런스를 맞추는 최적의 치료 전략이라고 제안했다.

서울대학교병원 순환기내과 김효수 교수
서울대학교병원 순환기내과 김효수 교수

-이번 연구 결과로 향후 임상 현장은 어떻게 변화할 것이라고 예상하시는지.

지금 현재 한국에서 ACS 환자들에게 사용하는 요법 중 '아스피린 + 클로피도그렐' 병용요법과 '아스피린 + P2Y12억제제(프라수그렐, 티카그렐러)' 병용요법을 사용하는 비율을 비교했을 때, 아직은 '클로피도그렐' 병용요법의 사용 비율이 더 높다. 그 이유는 극동 아시아인에서는 상대적으로 강한 약물을 썼을 때 출혈 손실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연구를 포함해 다른 연구에서도 유사한 데이터가 나오면서 한국, 일본, 중국 등 극동 아시아인 ACS 환자들에서는 표준 용량의 P2Y12 억제제 중에서도 프라수그렐을 많이 사용하고 있다.

프라수그렐은 하루에 한 번, 티카그렐러는 하루에 두 번 복용해야 하는 점도 영향을 미친다. 또한 프라수그렐은 내약성이 워낙 좋아서 부작용이 거의 없지만, 티카그렐러는 호흡곤란이나 멍이 쉽게 드는 등 진료현장에서 쓰기 불편한 점이 있다. 따라서 비교적 강력한 P2Y12 억제제를 사용해야 할 경우에는 프라수그렐을 많이 사용한다. '강력한 약을 쓸 필요가 있는 경우'라면, 스텐트를 삽입하고 약 1개월 정도로 비교적 혈전 환경(thrombotic milieu)가 많이 남아있는 경우를 말한다.

스텐트 삽입 후 혈관이 안정되면 프라수그렐 용량을 반으로 줄여도 된다. 진료현장에서 ACS 환자 중 약 2/3은 프라수그렐을 사용할 수 있다. 처음엔 10mg 쓰다가 5mg 로 줄이면 출혈 발생이 줄어들기 때문에 환자들의 불만도 감소한다. 그렇다고 허혈 위험이 높아지지 않기 때문에 일거양득이다. 따라서 이번 연구가 진료현장에서는 굉장히 중요한 가이드라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위그룹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프라수그렐 단계별 축소요법의 효과를 극대화 할 수 있는 환자군을 꼽는다면.

하위그룹 분석 결과를 보면, 나이에서는 위험 감소 경향이 비슷하다. 하지만 성별로 보면 남성보다는 여성에서 프라수그렐 기반 단계적 축소요법이 조금 더 혜택을 많이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이 남성보다 체격이 작기 때문에 출혈 합병증 발생 가능성이 좀 더 많은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런 환자에서는 특히 단계적 축소요법이 더 큰 혜택을 제공할 수 있다. 또한 만성신질환(CKD) 환자에서도 의외로 출혈 부작용이 관찰돼, 이런 환자들도 적극적으로 단계적 축소요법을 적용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번 ESC 2020에서 가이드라인을 개정하며 '프라수그렐'을 '티카그렐러'보다 우선 권고했다. 이번 HOST-Reduce-Polytech-ACS 연구도 맥을 같이하는 것으로 보인다.

사실 유럽에서는 티카그렐러 시장이 더 크다. 왜냐하면 티카그렐러가 영국 아스트라제네카 제품이고 영업 및 마케팅 활동이 굉장히 활발해 전 세계적으로도 티카그렐러가 높은 시장 점유율을 가지고 있다. 프라수그렐은 유럽 내에서는 비교적 독일에서 사용율이 높다. 그 이유가 아마 뮌헨 그룹이 수행한 ISAR-REACT 5 임상연구 때문이 아닐까 생각된다.

이 연구 역시 제약회사가 관련되지 않은 연구자 주도 임상이다. 당초 독일 연구진들은 연구 전 티카그렐러가 더욱 우수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런데 뚜껑을 열어보니 프라수그렐이 더 우수하다는 결과가 나왔다. 물론 이 연구 디자인의 허점때문에 프라수그렐에게 유리하게 나왔다는 아스트라제네카 측의 반론도 있지만, 결과는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프라수그렐에게 유리하게 나왔다. 그래서 유럽에서 재조명을 받고 있는 듯하다.

이와 같은 맥락으로 HOST-Reduce-Polytech-ACS 연구는 현재의 관습을 재성찰하는 계기가 됐다는 점에서 가치가 있다. 백인에서 티카그렐러가 메인으로 사용되고 있다고 해고, 출혈 경향이 높은 극동 아시아인조차 백인과 같은 관습에 머물러 있을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프라수그렐 사용으로 클로피도그렐 같은 안전성을 유지하면서, 혈전 발생 위험을 크게 낮추는 효용성을 얻을 수 있다는 게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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