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제2차 전국의사총파업에 나선 의료계를 향해 연이어 강경 대응 방침을 밝히자 대한의사협회 최대집 회장이 ‘파시스트적 행태’라고 맞대응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27일 청와대에서 열린 교회 지도자 초청 간담회 모두발언을 통해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을 설명하며 “설상가상으로 의료계의 집단행동이 국민들에게 더 큰 불안과 고통을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문 대통령은 “지금 세계는 이 코로나 방역을 전쟁이라고 표현을 하고 있다”면서 “2차 세계대전 이후에 가장 큰 위기고, 또 가장 큰 피해를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전시 상황이 되면 휴가를 가거나 외출을 나갔던 군인들도 군대로 돌아와서 총을 잡는다”면서 “지금 이 코로나19 위기 상황에서 의료인들이 의료 현장을 떠난다는 건 전시 상황에서 군인들이 전장을 이탈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다른 비유를 하자면 사상 최대의 화재가 발생했는데 소방관들이 그 화재 앞에서 파업을 하는 것이나 진배없다”고 평했다.

또 “의대생들이 ‘지금 의사 국가시험을 거부한다’고 하는데, 그렇게 된다면 의대생 개인에게도 아주 막대한 그런 손해가 일어나고, 국가적으로도 큰 부담이며 큰 손실이 되지 않을 수 없다”면서 “의료계가 이 코로나 때문에 국민들이 겪고 있는 고통을 결코 외면하지 않을 것이라고 믿고, 또 그렇게 기대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정부로서는 한편으로는 의료계와 진정성 있는 대화를 나누면서 또 다른 한편으로는 법과 원칙대로 임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정부가 가지고 있는 선택지가 크게 있지는 않다”고 압박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24일 열린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도 대화를 강조하는 한편, 의료계 집단행동이 계속될 경우 ‘단호하게 대응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문 대통령은 “의료계의 집단행동도 자제해 주기 바란다. 코로나19 확산 저지에 국가적 역량을 모아야 할 상황에서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하는 집단행동은 결코 지지받을 수 없다”면서 “정부 정책에 반대하거나 비판할 수 있지만 합법적인 선을 넘어선 안 된다. 정부는 국민의 생명권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휴진, 휴업 등의 위법한 집단적 실력 행사에 대해 단호하게 대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최 회장은 문 대통령이 코로나19 대응을 제대로 하지 못했을 뿐더러 의사들의 기본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최 회장은 27일 자신의 SNS에 “의사들의 총파업은 코로나19 위기 상황에서 정부가 4대악 의료정책을 강행함으로써 의사들이 진료의 현장에서 거리로 내몰린 것으로 그 원인과 책임은 대통령과 정부에 있다”면서 “문재인 대통령이야말로 코로나 위기상황에서 4대악 의료정책을 무단적으로 강행하는 것은 ‘전시 상황에서 아군 병사들의 등 뒤에서 총질을 해대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평했다.

또 “문 대통령이 지난 1, 2월 코로나19 사태 초기 중국발 입국금지를 하지 않고 문을 활짝 열어둔 건 전시 상황에서 적군에 대문을 열어주면서 아군 병사들에게 진지를 지키라고 한 것”이라며 “덕분에 우리 13만 대한민국 의사들은 2월 중순부터 코로나19 환자 폭증 사태를 겪었고 그야말로 우리 몸을 갈아 넣어 이 사태를 겨우 수습했다”고 성토했다.

최 회장은 “대한민국 의사들 대부분은 공무원이 아니다. 민간의 영역에서 활동하는 자유로운 개인들로서 대통령이 이래라 저래라, 정부 공무원들이 이래라 저래라 명령하고 통제하는 존재들이 아니다”라며 “위헌적인 법률로 의사들을 탄압하고, 의사들의 국민으로서 당연히 누려야 할 기본권과 자유를 부정하는 발언들을 당장 멈추라”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최 회장은 “‘민주주의를 옹호한다’는 문 대통령의 지금 행태는 완전히 자유민주주의를 부정하는 행위이며 20세기 초중반 유럽을 지배했던 파시스트 지도자의 행태”라고 비난했다.

또 ‘방역은 관심 없고 기득권 지키기에 몰두하는 의사 바이러스’라고 페이스북에 쓴 더불어민주당 김경협 의원을 비판하기도 했다.

최 회장은 “김경협 의원이라는 자가 13만 대한민국 의사들을 ‘악성 바이러스’라 칭하며 ‘방역은 관심 없고 기득권 지키기에 몰두하고 있다’는 악의적 비난을 퍼붓고 있다”면서 “이는 대한민국 의사들에 대한 최고 수위의 악의적 비난이자 모욕, 명예훼손 행위이며 망언이다. 오늘의 망언 행위에 대해 그 책임을 분명히 져야한다”고 질타했다.

최 회장은 이어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켜내고 있는 대한민국 의사들이 악성 바이러스라며 그 더러운 주둥아리를 놀리고 있는 김경협 의원, 당신은 대체 뭐냐”면서 “국회에 똬리를 틀고 생쥐에 기생하며 생명들을 죽이는 악성 페스트균이냐, 화려한 색깔로 생명들을 유인해 치명에 이르게 하는 붉은 독버섯이냐”라고 반문했다.

다른 의협 관계자도 본지와 통화에서 “의사가 바이러스고 탈영병이냐”며 “코로나19 사태에서 그토록 헌신한 의사들을 어떻게 그렇게 비유할 수 있냐”고 성토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정부가 고소‧고발 등을 언급하며 의료계를 돌아갈 수 없는 강으로 밀어 넣고 있다”면서 “이렇게 되면 의료계는 (정부와의 대화에)못 들어간다”고 전했다.

한편 최 회장은 현재 진행 중인 2차 총파업에 있어 회원들의 참여와 단합을 독려했다.

지난 1차 총파업에 비해 특히 개원가의 참여율이 낮게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7일 정오 기준으로 전국 17개 시·도에서 휴진 현황을 파악한 결과, 전국 의원급 의료기관 3만2,787곳 가운데 2,926곳이 휴진, 8.9%의 참여율을 기록했다.

최 회장은 27일 대회원 서신을 통해 “이번 투쟁은 단순히 4대악 의료정책에 대한 저지를 위한 투쟁이 아니다”라며 “앞으로 우리 의사들이 지금까지 그랬듯 철저하게 대한민국 의료를 지탱하고 유지하기 위한 ‘도구’로서 이용되고 통제당할 것인지, 아니면 의료정책의 수립에 있어 분명한 주체이자 정부의 존중 받는 파트너로 거듭날 것인지를 결정짓는 중대한 싸움”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지금은 무엇보다 서로를 믿고 일치된 목소리를 내야 할 때이자 협회를 중심으로 단합해야 할 때”라며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고 있는 지금이 가장 중요한 시점이다. 절대로 믿음과 연대의 끈을 놓지 말아 달라”고 피력했다.

최 회장은 “정부의 거센 압박 속에 저마다의 고민이 있을 줄 안다. 하지만 분명한 건 우리가 하나가 되면 해낼 수 있다는 것”이라며 “회원 여러분의 관심과 동참, 그리고 연대를 간곡하게 호소드린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