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인숙 전 의원 “의대 신설은 태양광 아냐, 아무데나 깔아선 안돼”
대개협 김동석 회장 “의대 정원 확대 정책, 의료백년 망칠 정책”
대전협 박지현 회장 “정부, 의사를 맨홀 뚜껑 정도로 여겨”
의대협 조승현 회장 무기한 수업‧실습 거부, 동맹휴학도 불사”

대한의사협회가 14일 오후 서울 여의대로에서 개최한 전국의사총파업 궐기대회에는 의사와 의대생 1만여명이 참석했다. ⓒ김찬혁 기자
대한의사협회가 14일 오후 서울 여의대로에서 개최한 전국의사총파업 궐기대회에는 의사와 의대생 1만여명이 참석했다. ⓒ김찬혁 기자

의사와 예비의사인 의대생들이 거리로 나와 의과대학 정원 확대, 공공의대 신설, 첩약 급여화, 비대면 진료 확대 정책을 ‘4대악 의료정책’이라고 비판하며 철회를 요구했다.

대한의사협회는 제1차 전국의사총파업일인 14일 오후 3시, 여의대로에서 ‘4대악 의료정책 저지를 위한 전국의사총파업 궐기대회’를 개최했다.

또 같은 시각 부산(부산시청 시민광장), 광주·전남(김대중컨벤션센터), 대구·경북(대구스타디움 야외광장), 대전(대전역 광장), 제주(새마을금고 제주연수원)에서도 집회가 진행되고 있다.

이날 행사에선 의대 정원 확대 계획이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박인숙 전 자유한국당(미래통합당 전신) 의원은 “공공의대 신설과 공공의대 신설은 무식한 정부와 정치인들의 합작품”이라며 “이 나쁜 정책을 반드시 막아야 한다. 여러분이 이 정책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전 의원은 “지역의료격차 해소를 위해 의대를 만들고 의사를 더 배출한다는 게 말이 되냐”면서 “진정으로 지역의료격차를 해소하고 싶으면 지역에 인력, 장비, 시설 등을 팍팍 지원해주면 된다”고 강조했다

특히 “지역의사제라고 해 한 지역에 의사를 10년을 묶어주겠다는데 여기가 북한이냐”면서 “이런 식이라면 환자도 지역을 떠나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많은 정치인들이 자기 지역에 의대를 만들라고 아우성인데 의사 한 명을 키우는데 얼마나 많은 노력이 들어가는지 아냐”면서 “의대 신설은 태양광이 아니다. 아무데나 깔아선 안된다”고 꼬집었다.

박 전 의원은 “‘정치가 잠잘 때 경제가 발전한다’는 말이 있는데 ‘정치가 잠잘 때 의료가 발전한다’고 말하고 싶다”면서 “정치인과 정부가 전문가들에게 자율성을 보장했다면 우리 의료는 지금보다 더 높은 수준일 것이다. 정치계가 정말 국민건강을 위한다면 정답은 이미 있다. 지금 시행 가능한 일을 즉각 시행하라”고 조언했다.

왼쪽부터 대한개원의협의회 김동석 회장, 서울시의사회 박홍준 회장, 박인숙 전 자유한국당 의원, 대한전공의협의회 박지현 회장,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 조승현 회장. ⓒ김찬혁 기자
왼쪽부터 대한개원의협의회 김동석 회장, 서울시의사회 박홍준 회장, 박인숙 전 자유한국당 의원, 대한전공의협의회 박지현 회장,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 조승현 회장. ⓒ김찬혁 기자

대한개원의협의회 김동석 회장은 “우리나라가 산부인과 의사 수가 부족해 지방에서 산부인과가 사라지고 있다고 생각하냐”면서 “절대로 아니다. (정부는)‘필수의료 담당 의사를 늘리겠다’는 걸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의사가 부족한 게 아니라 수술이나 분만으로는 병원을 운영할 수 없으니 지방에서 사라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상황에서 필수의료 근무를 강제로 10년간 시켜도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필수의료 담당 의사는 또다시 사라질 것이란 게 김 회장의 생각이다.

김 회장은 또 의대 정원 확대에 찬성하는 병원계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김 회장은 “의사를 늘리면 의사가 넘쳐나서 ‘저임금으로 쉽게 고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큰 착각”이라며 “‘저수가를 정상 수가로 만들자’고 정부에 먼저 항의를 해야한다”고 피력했다.

또 “봉직 의사를 계약직이 아닌 정년 보장부터 하면 의사 채용이 쉬워질 것”이라며 “왜 쉬운 길을 놔두고 10년 후 의사 증원에 바람을 잡나. 제발 후배들의 앞길에 재 뿌리지 말아달라”고 꼬집었다.

김 회장은 “의대 정원 확대, 공공의대 신설은 세금 낭비이며, 의료백년을 망칠 정책”이라며 “그 피해는 모두 국민 몫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서울시의사회 박홍준 회장은 “과연 누가, 무엇이, 우리를 이 폭염 속 아스팔트 위로 내몰았냐”면서 “정부는 이미 폭주기관차가 됐다. 세상을 거꾸로 몰아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 회장은 “의사 되는데 단 한 푼도 보태주지 않은 정부가 의사는 공공재라고 하고 현대의학 단 한 시간도 실습 못한 한의사가 의사면허를 받겠다고 한다”면서 “환자 한 번 치료해 본 적이 없는 사람들이 의료제도를 송두리째 망가뜨리고 있다”고 성토했다.

젊은 의사들은 최근 ‘의사는 그 어떤 인력보다 공공재로 생각한다’는 복지부 관계자 발언에 분노했다.

대한전공의협의회 박지현 회장은 “교과서 사는데 십 원 한 푼 보태준 적 없는 정부가 이제는 의사들 보고 ‘공공재’라 부른다”면서 “의사를 맨홀 뚜껑 정도의 소모품과 동일 시 하는 정부의 태도를 보고, 우리는 그들이 의료계를 망쳐놓는 건 이제 시작이라고 확신한다. 어떤 분야든 손만 대면 엉망진창을 만들어 놓는 정부에게 ‘세계 최고 수준의 대한민국 의료만큼은 제발 건드리지 말라’고 명령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회장은 “다양한 분야에서 다양한 일을 하는 의사들이 모두 모여 한 목소리를 내는 기적이 일어났다”면서 “이제 힘을 합쳐 저들과 끝까지 싸우려 한다. 그러기 위해 우리 젊은의사들은 대한민국의 모든 의사들, 그리고 대한민국 의료를 걱정하는 모든 사람들과 함께 할 것을 결의한다”고 피력했다.

예비 의사들은 정부와 여당이 의대 정원 확대 입장을 바꾸지 않는다면 국시 거부 및 동맹휴학, 무기한 수업‧실습 거부에 돌입하겠다고 경고했다.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 조승현 회장은 “의대협은 오늘부로 공식적으로 의사 국가시험 거부에 관한 논의를 진행한다”면서 “그럼에도 당정이 현실을 직시하지 않고 재논의에 대한 입장 표명이 없다면 무기한 수업‧실습 거부와 동맹휴학을 불사하겠다”고 압박했다.

한편 각 지역에서 열린 집회에도 많은 의사와 의대생들이 참여해 의대 정원 확대 정책을 반대했다.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광주‧전남의사회 650명이 참석했으며 대구스타디움 야외광장에서 개최된 대구·경북의사회 집회에는 무려 3,000여명이 참여했다. 또 대전역 광장에도 700여명이 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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