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김진현 교수, 일시적 확대 후 10~20년 후 조정해 나가야
서울시립대 나백주 교수, 권역별 공공의대 설립해 공공의사 양성 해야
김헌주 정책관 “교육부 및 의료계와 적재적소 배치하는 틀 만들 것”

정부가 오는 2022년부터 의대 입학정원을 한해 최대 400명씩 늘려 10년간 4,000명을 증원한다는 정책을 발표했지만, 오히려 부족한 의사인력을 충원하기에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을 비롯해 참여연대, 보건의료단체연합 등 시민사회단체는 31일 공동으로 여의도 한국노총 대회의실에서 ‘공공의료 의사는 어떻게 양성해야 하나’ 토론회를 개최했다.

서울대 간호대 김진현 교수(경실련 보건의료위원장)는 ‘중장기 의사인력 필요수요 공급체계’를 주제로 한 발제에서 현재 3,058명으로 묶여 있는 의대 입학정원을 향후 5,000명 정도로 늘려야 의료인력 수급 균형을 맞출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취약한 공공의료, 인구고령화,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 등의 요소를 고려하면 입학정원은 현재 정부가 제시한 4,000명보다 더 많아야 한다고 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의사공급과 의료이용량을 고려해 의대 입학정원에 따른 의사 수급 전망을 살펴보면 현재 의대 입학정원인 3,058명이 배출됐을 때 2030년이 되면 1만5,144명이, 2050년이 되면 5만123명이 부족하다.

정부가 제시한 4,000명의 경우에도 의사 공급부족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입학정원을 4,000명으로 늘렸을 때 부족한 의사 인력은 2030년 1만434명, 2050년 2만6,573명으로 추계됐다.

또 입학정원을 5,000명으로 증원할 경우 부족한 의사 인력은 2030년 5,434명에서 2050년 1,573명으로 부족한 인력 폭이 줄어들게 된다.

이에 김 교수는 “정부가 제시한 4,000명으로는 수급을 맞출 수가 없다. 5,000명이 되면 균형선에 근접하게 맞출 수 있다”며 “최소 입학정원이 5,000명 부근은 돼야 한다. 4000~5,000명 사이가 돼야 현상유지를 할 수 있는 정도”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시장상황과 중장기 전망을 고려하면 단계적 증원보다는 일괄 증원 후 10~20년 후부터 입학정원을 조정해 줄여나가는 방안이 합리적인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인원이 아닌 분배가 문제라고 하지만 총량이 부족한 상황에서 어떻게 배분하든 부족한 건 마찬가지”라며 “총량이 부족하니 불균형이 클 수밖에 없다. 총량을 대폭 증가시키지 않으면 민간과 공공 모두 어려워진다”고 했다.

"지역의사제 도입 실효성 있나…권역별 공공의대 설립해야"

정부가 발표한 의대정원 확대정책 가운데 지역의사제 도입에 대한 실효성을 제기하며 권역별 공공의대 설립을 통해 공공의사를 양성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서울시립대 도시보건대학원 나백주 교수는 “지역에서 근무할 지역공공의료 인력도 양성돼야 할 필요가 있다”며 “전국을 3~4대 권역으로 나눠 새로운 공공의대를 신설하고 맞춤형 공공의학교육을 시행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

나 교수는 “지방에는 도서지역이 많은 지역과 산간지방이 많은 지역, 공장지대가 많은 지역 등 각 지역별 공공의료요구가 차이가 크고 지역마다 고유 질병 특성에서 차이가 날 수 있어 이에 맞춘 공공의료인력이 양성돼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지역 공공의료인력 관리체계를 새롭게 구성해야 한다고도 했다.

나 교수는 “지역공공의료 인력에 대해 별도 지역공공보건의료 관리체계가 만들어져야 한다”며 “지역보건법과 지방공무원법을 면밀히 검토해 필요한 사항을 마련하고 보건복지부에 지역공공보건의료인력을 담당하는 부서를 같이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나 교수는 “의사 인건비 등도 이슈가 되겠지만 의사만이 아니라 다른 직종은 어떤지도 살펴야 하고 지역공공의료에 복무할 수 있도록 급여, 복지 및 교육 여건이 고려되도록 해야 한다”며 “특히 의대교육과 연구 및 졸업 후 후속교육 연구가 매우 중요하다”고 했다.

복지부, 의대정원 확대 유관단체와 협의…권역별 공공의대 설립엔 회의적

정부는 의대정원 확대 정책에 대해 오랫동안 고민하며 의견수렴을 해 온 사안이라고 강조하며 유관단체와 긴밀히 협의해 추진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하지만 권역별 공공의대설립 제안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보건복지부 김헌주 보건의료정책관은 “의사인력이 부족한 건 사실이라고 생각한다. 정원확대 추진 과정도 감염병 사태 이전부터 여러 차례 의견을 수렴해 왔던 사안”이라며 “지역이나 광역, 분야 등으로 의사부족으로 인한 문제가 드러나고 있다고 보고 논의해 왔다”고 말했다.

김 정책관은 “단순히 배출된 의사를 배정한다는 게 아니라 잘 키울 수 있고 잘 활용할 수 있는 지자체 학교에 배정할 계획”이라며 “교육부 및 의료계와 한정된 정원을 적재적소에 배치할 수 있도록 틀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했다.

특히 “지역의사제의 경우 지자체가 얼마나 적극적으로 의사를 잘 키워내고 10년 의무 복무기간 만이 아니라 지역의료에 헌신할 수 있도록 비전과 대안을 제시할 수 있을지 깊이 판단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김 정책관은 “전국지역 공공의대를 설립하는 문제에 있어서 공공성도 중요하지만 의대설립이 쉽지 않다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한다”며 “의대를 만들려면 좋은 의대를 만들어야 하고 의대 졸업 후 이들이 수련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야 하며 공공에 기여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을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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