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의대 박은철 교수, 가칭 ‘자살정보기관’ 설립 주장
아주의대 정영기 교수, 자살자 95% 정신장애…정신질환 관리 우선 해야
자살 고위험자를 효과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정신건강적 개입과 사회복지적 개입 등 통합적 개입이 이뤄질 수 있도록 자살예방정책을 변경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
연세의대 예방의학교실 박은철 교수는 지난 21일 사회정의를 바라는 전국교수모임이 ‘우리나라의 자살 현황, 의미 그리고 예방정책’을 주제로 개최한 좌담회에서 정부의 자살예방정책의 효과가 미미하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에 따르면 정부는 자살 고위험자 발굴 수단으로 자살시도자 사후관리를 시행 중이며, 전국 응급시설 521곳 중 63곳을 대상으로 자살시도자의 동의를 얻어 정신건강적으로 개입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 2016년부터 2018년까지 자살시도자 중 사후조치에 동의한 비율은 54.6%에 그쳐 정신건강적 개입과 더불어 사회복지적 개입이 필요하다는 게 박 교수의 설명이다.
박 교수는 “지난 2016년부터 2018년까지 응급실을 방문한 자살환자는 연평균 1만2,731명인데 자살 사망자의 약 20배가 자살을 시도한 것으로 추정할 경우 자살시도자는 27만3,400명에 이른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한국의 자살 주요 동기가 경제문제(25.7%)인 점을 감안할 때 정신건강적 개입 이외에 사회복지적 개입도 필요하다”고 했다.
이에 자살 고위험자를 효과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방안으로 가칭 ‘자살정보기관’ 설립을 주장했다.
자살정보기관은 전국의 응급실, 경찰, 119 구급대, 병의원 등 다양한 기관에서 자살시도자와 자살자 유족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자살시도자의 자살관련 심층정보를 국민건강보험공단 및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공유할 수 있도록 한다.
또 이 정보를 정제해 시군구 정신건강복지센터와 복지행정부서로 전달해 자살시도자와 자살자 유족에 대한 자살예방 개입을 시행할 수 있도록 사회복지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
더불어 자살평가 수가(송부비용 포함)를 신설해 자살시도자를 진료하는 의료기관이 자살에 대한 심층정보를 획득하고 이를 자살정보관리기관으로 보낼 수 있도록 유인책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박 교수는 “지난 2018년 실시된 자살실태조사에서 자살예방을 위한 개인정보동의 예외 인정에 대해 79.1%가 찬성했다”며 “자살시도의 많은 부분은 자살시도자가 우리 사회에 보내는 응급구조신호다. 이 신호에 우리 사회가 반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자살 예방, ‘보고 듣고 말하기’ 중요
자살예방을 위해서는 정신질환 관리가 우선적으로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아주의대 정신건강의학과 정영기 교수는 ‘자살의 정신의학적 의미’를 주제로 한 발제를 통해 자살 요인 중 정신질환의 연관성이 가장 크다고 설명했다.
정 교수에 따르면 자살 당시 95%가 정신장애를 가진 것으로 진단됐으며, 이 중 80%가 우울증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자살 전조 징후를 파악해 자살 위험군에 속하는 사람들을 전문가와 연계하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했다. 특히 일상생활 속 ‘보고 듣고 말하기’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정 교수는 “자살에 이르게 하는 생물학적, 사회적, 경제적, 심리적, 문화적 측면의 다양한 요인들 중 정신질환의 연관성이 가장 크다. 자살예방을 위해 정신질환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자살 사망자의 92%는 3개월 내 주변 사람들에게 다양한 자살 경고 신호를 보내기 때문에 일상생활에서 ‘보고 듣고 말하기’가 중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