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0명 넘은 소아청소년 코로나19 환자
소아감염 전문의 없는 지역 많아
소아감염학회 김기환 총무이사 “전문 인력 확충 필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이 성인 환자 중심으로 이뤄지다보니 상대적으로 소아청소년 대책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30일 기준 국내 코로나19 환자는 총 1만2,800명이며 이중 7%인 901명이 19세 이하 소아청소년이다. 이들 중 9세 이하는 193명이다.

대한소아감염학회 김기환 총무이사(인천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는 지난 26일 청년의사 유튜브 채널 K-헬스로그에서 진행된 ‘코로나 파이터스 라이브’(코파라)에 출연해 성인 환자 중심으로 수립된 코로나19 대응체계를 지적했다.

김 이사는 코로나19 발생 초기 검사를 받을 수 있는 의심 증상을 ‘폐렴’으로 한정한 부분을 대표적인 사례로 꼽았다.

김 이사는 “코로나19 사태 초기 방역 과정에서 아쉬웠던 기준이 몇 개 있었다. 그 중 하나가 코로나19 검사나 격리 기준을 폐렴 증상으로 제한한 부분”이라며 “소아 환자는 대부분 발열과 기침 증상을 동반하는데 폐렴을 우선 시 하다 보니 오히려 구멍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다”고 말했다.

대한소아감염학회 김기환 총무이사는 지난 26일 청년의사 유튜브 방송 '코로나 파이터스 라이브'에 출연해 성인 중심으로 구축되고 있는 코로나19 대응체계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대한소아감염학회 김기환 총무이사는 지난 26일 청년의사 유튜브 방송 '코로나 파이터스 라이브'에 출연해 성인 중심으로 구축되고 있는 코로나19 대응체계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김 이사는 “성인 환자 입장에서 볼 때는 폐렴으로 진행돼야 문제라고 생각했을 수 있지만 9~10세 환자는 감기를 충분히 이겨낼 수 있는 면역을 갖고 있어서 코로나19 감염 증상인지 잘 판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내·외 연구논문에 따르면 코로나19에 감염된 소아청소년 환자는 성인보다 그 증상이 가볍고 무증상인 비율이 높다.

김 이사는 “현재 코로나19가 법정감염병으로 지정돼 있어서 격리치료가 원칙이다. 최근 나온 가이드라인에서도 소아 환자는 생활치료센터에도 입소하지 못하고 격리입원해야 한다. 격리 시 보호자도 함께 격리된다”며 “소아 환자들 대부분 증상이 별로 없고 기침도 하루 이틀 하다가 끝난다. 현실적인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코로나19 대응 체계를 논의할 때 소아청소년 환자를 위한 소아감염 분야 의견은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 이사는 “소아감염 전문가 의견이 반영되는 게 제한적이다. 그래서 소아감염학회 차원에서 소아청소년 가이드라인을 따로 만들어서 질병관리본부에 제공했다”고 말했다.

60명에 불과한 소아감염 전문의
소아감염 전문의 절반은 수도권에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소아감염 전문의 양성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아감염학회에 따르면 현재 소아감염을 전공한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는 86명이며 지금까지 활동하고 있는 전문의는 60여명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수도권에 집중돼 있어 소아감염 전문의가 한명도 없는 지역도 많다.

김 이사는 “소아감염 전문의가 많이 부족한 상황이며 그들 중 절반 정도가 수도권에 있다. 소아감염 전문의가 한명도 없는 시도도 있다”며 “국가지정격리병상을 운영하는 의료기관 중 소아감염 전문의가 있는 곳이 30% 정도 밖에 안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소아중환자실도 많지 않아 소아 중환자는 성인 중환자실 일부를 빌려 쓰는 경우가 많다. 소아중환자실을 따로 운영하려면 시설과 인력 투자가 필요하다”며 “소아중환자실 운영이 병원 경영에는 도움이 되지 않아 시설과 인력 투입이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소아감염 분야 전문 인력을 더 확충해야 한다. 그래야 안전한 진료 환경이 구축된다. 이 부분에 대한 국가 차원의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미국과 유럽에서 많은 환자가 발생한 소아청소년 다기관염증증후군과 코로나19 관련성에 대해서는 “아직 정확하게 원인관계를 설명하긴 어렵다. 다기관염증증후군은 기존에도 있던 증상으로 가와사키병이 그 중 하나”라고 말했다.

그는 “가와사키병은 동아시아에서 많이 발생하지만 코로나19 연관성이 주목되는 소아 다기관염증증후군은 미국과 유럽에서 많이 발생했으며 흑인 비율이 조금 높다”며 “유전적 배경에 대한 연구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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