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량 해외수입 '조직판막', 수입 막힐 가능성 커…원가에도 못미치는 가격이 원인

[청년의사 신문 곽성순] 판막치환술(valve replacement)에 사용되는 조직판막(tissue valve) 시장이 심상치 않다.


국내에서 사용하는 조직판막은 전량 해외에서 수입되고 있는데, 건강보험에서 책정한 조직판막 가격이 원가에도 미치지 않는 상황이 계속되자 업계에서 ‘이대로는 더 이상 조직판막을 수입해 판매할 수 없다’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사용되고 있는 조직판막 제조업체가 전부 해외업체기 때문에 국내에서 유통되는 조직판막은 대부분 해외업체 한국 지사를 통해 수입하고 있다. 그런데, 한국 지사에서 조직판막을 수입하려고 해도 본사에서 ‘한국 시장은 돈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수입 허가를 내주지 않을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지금 수입되고 있는 조직판막이 계속 수입될 수 있을지도 불투명한 상황에서 성능이 개선된 신제품이 수입될 리 만무하다.

상황의 심각성을 깨달아서인지 업계 문제에는 별로 관여하지 않던 학계도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대한흉부심장혈관외과학회(이하 학회)는 학회 차원에서 대응책을 모색하고 있는데, 이대로라면 수술에서 사용할 조직판막이 점차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위기감이 학계를 움직인 것이다.

학회 보험위원인 정재승 교수(고대안암병원)는 “(신제품 조직판막을 사용하지 못하면) 결국 환자 손해다. 의사들에게도 좋지 않다. 해외학회에 나가면 좋은 제품들이 엄청나게 많은데 회사에 물어보면 국내에는 수입을 할 수 없다고 한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내가 전공의 때 쓰던 인공판막 중에 지금 쓸 수 없게 된 것도 있다. 이런 일이 벌써 십 수년째 벌어지고 있는데, 그동안 아무도 이의 제기를 하지 않은 것이다. 흉부외과의사들도 잘못이 있다”고 덧붙였다.

최근 사회적으로 삶의 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의료기술도 환자의 삶의 질을 높이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심장의 판막을 인공판막으로 교체하는 것은 환자에게 여러 가지 제약을 주기 때문에 삶의 질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기계판막의 경우 몸에 이식한 순간부터 와파린을 지속적으로 복용해야 하며, 그에 따른 여러 가지 제약을 감수해야 한다. 반면 조직판막의 경우 이식 후 6개월만 와파린을 복용하면 되기 때문에 이런 제약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조직판막의 경우 기계판막처럼 반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일정 기간이 지나면 재수술을 해야 한다는 단점이 있었지만, 발달된 기술력으로 인해 재수술 기간이 5년에서 현재 15년 가까이 증가된 상태다(전문의 간 의견 차가 있을 수 있다). 이 정도면 단점이라고 볼 수 없을 정도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과 유럽 등에서는 자국 내 인공판막 사용 중 조직판막이 차지하는 비중이 이미 70~80%에 달하고 일부 인공판막 제조업체 중에서는 이미 기계판막 생산을 중단한 곳도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에서는 아직 기계판막의 비중이 절반을 넘고 있다. 물론 이런 현상이 전적으로 조직판막 가격 때문이라고는 볼 수 없지만 성능이 개선된 조직판막을 사용할 수 없는 현실이 영향을 미친 것은 분명하다.

이대로 가다가는 심장에 문제가 있는 우리 국민들은 새로운 조직판막은 구경도 못하는 사이에 각종 제약이 뒤따르는 기계판막을 계속 써야 하는 상황이 온다. 이것이 환자의 ‘선택’이라면 아무런 문제가 없지만 자신이 선택할 수 있다는 것도 모르는 체 ‘결정’되는 것이라면 문제가 크다.

업계에서 원하는 것은 현재 책정된 보험수가를 20% 올리는 것이다. 20%라고 하니 크게 느껴지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학회와 업계에서는 국내 심장수술 건수가 적기 때문에 20% 인상에 소요되는 재정을 ‘8억원’ 정도로 생각하고 있다. 1년에 8억원 때문에 국민의 조직판막 선택권이 위협받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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