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생한방병원 연구결과에 간학회 “설계부터 대상 환자 선정까지 다 잘못됐다”

[청년의사 신문 송수연] 한약이 간기능 개선에 효과가 있다는 자생한방병원 연구결과에 대해 설계부터 잘못된, 신뢰할 수 없는 연구라는 지적이 나왔다.

자생한방병원은 한약과 간기능의 관계를 알아보기 위해 자생의료재단 산하 7개 병원에 입원한 근골격계 환자 3만2,675명 중 한약을 복용한 6,894명을 추적관찰한 결과를 지난해 5월 발표한 바 있다.


자생한방병원은 연구결과, 입원할 때 간손상 판정을 받은 환자는 354명이었지만 한방치료를 받고 퇴원할 때는 간손상 환자 수가 129명으로 줄었다고 발표했다.

나머지 환자 225명은 간기능 손상에서 이상(143명)이나 정상(82명)으로 상태가 호전됐다고 했다(‘Journal of Ethnopharmacology’ 5월호 게재).

간학회 “간 손상 정의부터 틀렸다”

하지만 대한간학회가 자생한방병원의 연구결과를 검토한 결과는 달랐다.

대한의사협회 한방대책특별위원회가 자생한방병원의 연구결과에 대해 간학회에 자문을 요청한 결과, “연구 설계 자체부터 잘못돼 있어 한약복용 환자의 간독성에 대한 결론 도출은 신뢰할 수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

간학회는 “(자생한방병원의) 대상군 선정방법과 간기능 손상에 대한 정의 및 검사 간격의 불확실성 등 연구설계에서 발생한 중요한 제한점으로 의학적 타당성은 없다”고 판단했다.

간학회는 “저자들의 연구(자생한방병원 연구)에서는 정상 범위의 2배 이상을 간 효소 수치 상승 및 간 손상이라고 정의했다”며 “하지만 최근 약제로 인한 간 손상의 경계치는 약제의 관용 또는 적응 현상 등을 고려해 ▲AST, ALT의 상승 정의 구간을 5배까지 증가 ▲AST 또는 ALT 상승을 동반한 Bilirubin 또는 ALP의 2배 이상 증가로 변경했다”고 지적했다.

간학회는 “해당 논문에서 정의된 간 손상 환자의 경우 간 효소 수치의 비특이적 상승으로 인한 위양성 환자의 존재 가능성도 있을 것으로 판단되며, 방법 및 결론에서 언급됐던 실제 간 효소 수치 역시 기준값 및 상승 정도를 확인할 수 없었다”면서 “연구결과의 객관적인 판단 및 질환 경중을 해석하는데 제한점이 있다”고 했다.

자생한방병원 연구에 사용된 한약제에 대해서도 “각 기관마다 처방되는 한약제의 성분 비율, 용량, 제형이 다르고, 약제 복용 기간 및 용량에 의한 간 효소 수치 변화 정도를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없다”며 “한약복용 환자의 간기능 손상 가능성의 낮다는 주장에는 과학적 타당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간학회는 “연구 방법론적 제한으로 인해 연구 결과의 과학적 타당성 및 객관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자료의 질적인 측면에서도 연구 결과의 신뢰도가 중요한 약점이 된다”고도 했다.

“약물 복용력, 간염 감염 여부 확인도 없어”

자생한방병원의 연구 대상 환자 선정기준도 명확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연구 대상 환자를 선정하려면 약제 복용 후 최소 5일의 시간은 필요하며, 만일 5일 미만이거나 90일상일 경우 간효소 수치가 낮게 측정돼 연구결과의 타당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간학회는 “이에 대한 뚜렷한 명시 없이 그대로 결과에 사용됐을 것으로 판단돼서 검사 결과에 대한 해석이 삐뚤어질 수밖에 없다”며 “기본적으로 환자의 과거 약물 복용력, 체중 및 비만도, 음주력, B형을 제외한 A·C·E형 간염 및 바이러스 감염, 자가면역질환 등의 요소 역시 간 효소 수치의 변동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잠재적 요소이기에 이들의 간 효소의 영향을 확인이 필요하지만, 이에 대한 검사를 시행하지 않은 중요한 제한이 있다”고 했다.

간학회는 “연구 자료에 의한 통계적 유의성은 획득을 했더라도 실제 제일 중요한 연구 설계 자체가 갖는 제한성으로 인해 한약 복용 환자의 간독성에 대한 결론은 타당하지 못하다”고 결론 내렸다.

이같은 자문결과에 대해 의협은 “자생한방병원 측이 한약을 더 잘 팔기 위해 엉터리 연구방식으로 황당한 연구결과를 도출해 언론과 환자와 온 국민을 기만했다”며 “간학회로부터 정확한 학술적 자문이 나온 만큼, 자생 등 한방측은 간 손상 등 한약의 부작용에 대해 더 이상 변명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의협 “혈액검사수치 악용할 수 있으니 환자들 주의해야”


의협은 이어 한의원에서 한방치료를 받다가 독성간염이나 신장 기능 이상 등으로 응급실을 찾는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의협이 지난해 3월 25일 31일까지 전국 응급의학과 전문의 6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97%(64명)가 "응급실 근무 중 한방진료 관련 부작용 사례를 치료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의협 신현영 홍보이사 겸 대변인은 “일부 한의원들이 혈액검사 판독은 물론 수치를 멋대로 해석하며 환자를 유인하고, 허위·과장 광고를 통해 환자를 현혹하고 있어 매우 우려된다”며 “자생의 경우와 같이 한의원에서 혈액검사 수치를 잘못 이해하고 있거나 마치 한방치료가 효과가 있는 것처럼 혈액검사 수치를 악용할 수 있으므로 환자들의 각별한 주의를 요한다”고 말했다.

의협 한특위는 한방의 비과학적인 진료행위 등을 모니터링해 고소·고발하는 등 적극적으로 대처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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