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의총 "혈액검사로 백혈병 치료 검증?…한의사의 자의적 해석""한방 치료 효과 포장하려고 현대의료기기 사용…피해는 국민이 입게 될 것"

[청년의사 신문 김은영]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 사용을 두고 의료계와 한의계 간 갈등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한의사들이 현대의료기기를 통한 검사 결과를 단순히 한약 등 치료 효과를 포장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전국의사총연합은 지난 9일 혈액검사 결과를 들어 간염을 비롯한 백혈병, 사구체신염, 요로감염증 등을 치료했다고 홍보한 한의원들의 사례를 공개하며 “자의적으로 해석해 환자들에게 홍보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의총은 약물요법과 식이요법으로 치료 시작 한 달 만에 만성림프구성 백혈병을 80% 가량 치료했다는 A한의원 사례를 들었다. A한의원은 3개월 후 백혈병이 치료될 수 있다고 홍보하기도 했다.


A한의원은 혈액검사 결과를 통해 만성림프구성 백혈병 환자의 백혈구 수치가 한의학적인 치료 전 1만750개에서 치료 후 7,850개로 호전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전의총은 만성림프구성 백혈병의 경우 혈액검사만으로는 병의 진행 여부를 정확히 알 수 없는 것은 물론 자의적인 해석이 포함된 결과라고 지적했다.

전의총은 “만성림프구성 백혈병환자는 RAI risk 점수 2~3 이상부터 치료하는데 A한의원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말초혈액혈구검사만 갖고 절대로 알 수 없다”며 “이 검사수치만 갖고 판단한다고 가정할 때 환자는 특별한 치료가 필요 없는 안정적인 상태를 의미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그럼에도 A한의원 한의사는 혈액검사 수치가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정확히 알지 못했기 때문에 한방 치료 후 의미 없는 미약한 변화만 보고 ‘백혈병 80% 완치 사례’로 광고했다”면서 “한의사들의 자의적인 해석으로 인한 피해는 환자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했다.

또 선천성 요로방광기형으로 사구체신염과 신우신염 및 기타 요로 감염증상이 있던 환자가 한의학적 치료방법으로 호전됐다고 홍보한 B한의원의 사례도 들었다.

B한의원은 해당 한의원에서 1개월 간 치료 받은 환자의 경우 크레아티닌 수치가 4.3에서 4.1로 저하, BUN이 46에서 43으로 저하됐으며 소변염증과 박테리아가 사라져 한방 치료에 좋은 반응을 보였다고 광고했다.

이에 대해 전의총은 “B한의원의 주장은 소변검사에 대한 이해 부족이 빚어낸 결과”라며 “현대의학에서 요로감염 유무와 중증도 판단은 증상, 혈액검사에서 염증수치를 종합적으로 판단해 진단하게 되며, 요로계 세균감염 여부는 균배양 검사 결과로만 진단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전의총은 “해당 환자의 경우 요 현미경검사 상 세균 및 백혈구의 숫자, 화학반응 검사 결과는 환자의 요로에 세균이 늘었는지, 줄었는지 판단하는 기준이 될 수 없다”면서 “물을 많이 마셔서 소변이 희석되거나 소변 카테터를 교체하는 것만으로도 검사 결과는 달라진다”고 말했다.

이들은 “B한의원은 소변 검사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으며 이를 판독할 능력이 부족한 상태”라면서 “자의적인 해석을 통해 환자에게 자신의 한약을 잘 포장하기 위해 혈액검사를 이용한 것”이라고 했다.

때문에 전의총은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 사용을 허용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전의총은 “의사들의 혈액검사 해석과 한의사들의 시각이 다른 상황에서 한의사들이 현대의학적인 혈액검사를 시행해 자의적으로 해석한 것으로 인한 피해는 환자들에게 돌아갈 것”이라며 “한의사의 주관적인 판단에 환자의 진단과 치료가 달라지는 한의학은 혈액검사와 맞지 않을뿐더러 해서도 안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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