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니매화레이저’ 이미 40대 판매…함소아제약 “초음파 진단기도 개발할 것”식약처 “의료기기로 허가했을 뿐”…복지부 “내부 검토해봐야” 판단유보

[청년의사 신문 송수연] ‘한의사용 레이저기기’가 출시됐다. 의료기기로 품목허가를 받은 레이저기기가 한의사들에게 판매되고 있다는 표현이 더 정확하다. 함소아제약이 한방레이저의학회와 공동개발했다는 ‘하니매화레이저’가 그것이다. 함소아제약은 이 기기가 한의사들을 위한 CO₂프락셔널레이저(Fractional laser)라고 했다. 그러면서 한방의료기기가 아닌 현대의료기기라는 점을 부인하지 않았다.

대한의사협회나 대한피부과의사회 등 의료계는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사용은 불법”이라며 ‘경악’했지만 함소아제약은 “왜 안되느냐”는 입장을 보였다. 함소아제약은 하니매화레이저를 시작으로 초음파 등 진단기기로 개발 범위를 확대해 한의사들에게 현대의료기기 선택의 기회를 주겠다는 계획까지 밝혔다.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사용 문제가, 정부가 마련한 공식 논의 테이블인 ‘국민의료 향상을 위한 의료현안협의체’가 아닌 외부에서 확산되고 있는 셈이다. 더욱이 보건복지부는 이번 논란에 대해 한발 물러선 태도를 보여 함소아발(發)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전쟁’이 시작되는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함소아 레이저, 한 달 새 40대 판매


▲ 함소아제약이 한방레이저의학회와 공동개발했다는 '하니매화레이저'.(사진제공 : 함소아제약)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5월 28일 중소의료기기업체인 스트라텍이 ‘COSCAN III’라는 모델명으로 신청한 탄산가스레이저수술기를 품목허가했다. 이 기기가 바로 함소아제약이 한방레이저의학회와 함께 개발했다는 하니매화레이저라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식약처가 한의사용 의료기기를 허가해줬다는 논란이 일었다.

탄산가스레이저수술기는 탄산가스를 레이저 매질(medium)로 하는 기기로, 조직의 절개·파괴·제거 등에 사용된다. 3일 현재 식약처가 품목허가를 해준 탄산가스레이저수술기만 총 127개이며 그 중 하나가 하니매화레이저인 것이다.

하니매화레이저는 다른 탄산가스레이저수술기의 사용목적에 ‘통증완화’가 추가된 제품이다. 하니매화레이저는 탄산가스 레이저수술기와 조사기가 합쳐진 조합기로 고출력일 경우 수술기, 저출력일 경우 조사기로 사용할 수 있다.

함소아제약은 한 달 전부터 온·오프라인에서 하니매화레이저 판매를 시작해 현재까지 40대를 한의원에 판매했다. 실제로 한방의료용품을 판매하는 한 사이트에서는 하니매화레이저가 ‘전화상담제품’으로 판매되고 있다. 함소아제약에 따르면 하니매화레이저 1대 가격은 1,500만원(정가)이다.

함소아제약은 “통증치료는 물론 다양한 효능을 갖고 있는 하니매화레이저는 매화침의 원리를 현대화해 한의사를 위한 CO₂프락셔널레이저로 맞춤설계됐다”며 “하니매화레이저는 1만600nm의 파장을 이용한 탄산가스 레이저로 수분 함유랑이 많은 피부조직에 잘 흡수돼 효과적으로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높은 출력의 레이저빔을 짧은 시간 안에 피부에 조사해 주변 정상 피부조직의 손상을 최소화하면서 피부 진피심층까지 침투해 표피와 진피의 재생콜라겐을 왕성하게 한다”며 “하니매화레이저광은 반사나 산란이 적어 표적에 대부분의 에너지를 집중시킬 수 있고 피부 및 통증 부위의 병변에 정확하게 미세한 부분까지 작용할 수 있다”고 했다.

하니매화레이저 치료영역으로는 ▲통증완화 ▲골관절염 ▲급성요통 ▲사마귀·티눈제거 ▲잡티제거 ▲피부톤개선 ▲여드름 흉터재생 등으로 광고하고 있다. 또한 레이저뜸·레이저침·매화침·생체자극 효과가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통증완화 효과에 대해서는 “전통적인 수술방법에 비해 수술 후 통증을 줄여주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잘 알려진 CO₂레이저는 생체자극효과(bio-stimulation effect)에 의한 것”이라며 “출력을 조절해 조사했을 경우 통증이 완화되는 효과가 있다”고 했다.

식약처 “의료기기로 허가해줬을 뿐”

함소아제약이 한의사용으로 개발했다는 하니매화레이저에 대해 식약처는 의료기기로 허가를 내줬다고 했다. 현행 의료기기 분류체계상 ‘한방의료기기’는 없다.

식약처 첨단의료기기과 관계자는 지난 2일 본지와 통화에서 하니매화레이저 허가 신청 당시 ‘매화침의 원리를 현대화한 한의사를 위한 CO₂프락셔널레이저’라는 내용은 없었다며 “일반적인 레이저수술기와 의료용 레이저조사기로 허가를 신청했고 심사를 통해 의료기기로 허가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의사들에게 의료기기를 허가해준 게 아니라 허가를 신청한 ‘의료기기’를 심사해서 의료기기로서 적합하기 때문에 허가를 내준 것”이라고 했다.

임상시험도 없이 서류심사만으로 하니매화레이저의 통증완화 효과를 인정했다는 대한피부과의사회 지적에 대해서는 통상적인 허가 절차를 따른 것이라고 했다. 새로운 의료기기가 아니라 기존에 있던 두 개의 의료기기를 조합한 복합기기이기 때문에 별도의 임상시험을 거칠 필요가 없었다는 것이다. 그는 “기허가 받은 제품과 비교해 동등하면 임상시험자료제출을 면제하고 있다”며 “해당 제품은 기존 제품을 물리적으로 조합한 것으로 기제품과 동등하기 때문에 임상시험자료제출을 면제했다”고 말했다. 그는 “통증완화 효과도 조사기에 국한된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함소아제약이 하니매화레이저를 사마귀·티눈제거·잡티제거 등에 효과가 있다고 홍보하는 부분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 홍보하고 있는 사마귀·티눈제거, 잡티제거, 피부톤 개선, 여드름흉터재생은 허가사항이 아니다”라며 “이 부분에 대해서는 피부과의사회에서 과대광고에 대한 의문을 제기해서 관련 부서에 문의를 해놓은 상태”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과대광고에 대해 해당 부서에서도 상황을 인지하고 있으며 함소아제약 측 움직임을 지켜보는 중"이라고도 했다.

함소아 “한의사는 왜 레이저 쓰면 안되나”

함소아제약도 하니매화레이저가 의사들이 쓰고 있는 레이저기기와 다를 바 없는 의료기기라는 점을 부인하지 않았다. 오히려 “한의사들도 이미 레이저기기를 쓰고 있다”며 이번 논란이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사용 문제로 확산되길 바라는 듯했다.

함소아제약 조현주 부사장(한의사)은 본지와 통화에서 하니매화레이저에 대해 “현행법에 위반되는 부분은 없다”며 “대한민국 법에서 하지 말라는 것을 했을 때 처벌을 받지만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사용에 대해서는) 하지 말라는 게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조 부사장은 “국민들에게 해가 되지 않는데 한의사는 레이저기기 등을 쓰면 안된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이미 한의사들도 레이저기기를 쓰고 있고 건강보험도 적용해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하니매화레이저를 통증완화용으로 국한해서 사용하거나 판매할 계획이 없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조 부사장은 “한방에서도 전통적으로 한의사들이 사마귀나 점을 제거하는 의료행위를 해왔다”며 “어떤 도구를 이용하느냐는 건 문제가 될 수 없다. 우리(한의사)라고 해서 꼭 침으로 사마귀나 점을 제거해야 하느냐. 레이저가 출혈이 적고 피부 재생이 빠르니 환자들을 위해서라도 쓸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조 부사장은 “피부과 의사들은 한의사들이 사마귀를 제거할 때 난도질을 하길 바라는 것이냐”며 “의사들은 한의사들이 사마귀 제거나 점을 빼는 것을 하지 않았으면 하겠지만 이미 수천년 전부터 해왔던 행위”라고 말했다.

조 부사장은 “한의사들은 이미 레이저를 쓰고 있다. 레이저 침술의 경우 건강보험도 적용된다”며 “건강보험 적용만 안될 뿐 다른 영역에서도 당연히 레이저를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레이저기기는 이미 나온 지 오래된 기기로 한의사들도 당연히 써도 되는 기기”라고 주장했다.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사용이 현행법상 불법이라는 지적에 대해서도 “의료계의 주장일 뿐”이라며 “의사들도 수술기로 허가된 레이저기기를 미용 목적으로 쓰고 있지 않나. 본인들은 수술기를 미용 목적으로 쓰고 있으면서 한의사만 안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된다”고 했다. 조 부사장은 “한의사는 전반적인 의료행위를 할 수 있기 때문에 당연히 미용시술도 할 수 있고 현재 미용시술 전문 한의원도 많다”며 “한의사들이 레이저를 미용시술에 사용해서는 왜 안되는지 충분히 따져볼 문제”라고 말했다.

하니매화레이저의 과대광고 지적에 대해서는 “의료광고심의를 받아야 하는 광고에는 그런 표현(사마귀 제거 등에 효과가 있다)을 쓰지 않았다”며 “광고심의를 받지 않아도 되는 곳에서는 그런 표현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양방(의학)에서도 오프라벨이라고 해서 적응증 이외 행위를 많이 하지 않나”라고 주장했다.

초음파 등 진단기기도 보급하겠다는 함소아

함소아제약은 현재 한의사들을 대상으로 하니매화레이저 사용법을 교육하는 등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오는 29일 대전시한의사회가 진행하는 보수교육에서도 관련 교육을 진행할 예정이며 이미 네트워크 한의원 등을 대상으로 집단 교육도 하고 있다.

조현주 부사장은 “한의사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진행하고 있는데 반응이 좋다. 그리고 우리가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많이, 빨리 판매되고 있다”며 “판매를 시작한 지 한 달 정도 됐는데 40대가 팔렸다. 한방병원에는 데모 버전이 주로 갔고 대부분 로컬(한의원)에 판매됐다”고 말했다. 조 부사장은 “아무래도 한의사가 있는 회사에서 만들고 한방레이저의학회가 뒤에 있다 보니 한의원 원장들이 믿는 것 같다”며 “기존에는 한의사들이 레이저를 쓰고 싶어서 주문을 하면 관련 업체에서 ‘쓰다가 걸려도 우리는 모르는 일’이라고 했다면 우리는 적극적으로 나서서 문제가 되면 언제든 연락을 달라고 하니 안심을 하는 것 같다”고 했다.

한의사 대상으로 판매하는 의료기기를 레이저에서 초음파 등 진단기기로 확대할 계획도 밝혔다. 조 부사장은 “하니매화레이저는 치료기기인데 앞으로 초음파 등 진단기기 개발도 고려하고 있다”며 “요즘 한의사들도 초음파기기를 많이 사용하고 있으며 위법으로 고발당해도 과대광고 등 다른 문제만 얽혀 있지 않으면 무혐의 처분이 나고 있다”고 강조했다. 조 부사장은 “현재 초음파기기가 너무 고가이고 전문적으로 세분화돼 있는데 한의사들은 그런 수준의 초음파기기까지는 필요 없다”며 “지금 판매되고 있는 초음파기기를 한의사들이 사용해도 법적으로 문제될 건 없다고 보지만 그래도 한의사들에게 맞는 초음파기기를 개발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현대의료기기 사용 확정 짓기 위한 싸움”

함소아제약은 하니매화레이저에 대한 의료계의 반발을 예상했다며 이번 기회에 적극적으로 나서서 한의사들의 사용권을 주장하겠다고 했다.

조 부사장은 “한방레이저의학회는 한의사들이 레이저기기를 무리 없이 사용할 수 있도록 법적인 장치와 학술적인 지원을 하기 위해 만든 학회다. 이미 준비는 돼 있다”며 “사회적으로 논란이 돼서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사용 문제를 법적으로 확정짓기 위해 이런 일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 부사장은 “걸릴 때 걸리더라도 일단 쓰고 보자는 것보다는 적극적으로 한의사들의 현대의료기기 사용 권리를 주장하겠다”며 “문제가 되면 대처해서 현대의료기기 사용 권리를 갖겠다”고 강조했다.

함소아제약의 이런 자신감은 의료계와 치렀던 두 차례의 전쟁에서 승리한 데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함소아제약은 지난해 6월 한의사들이 ‘아피톡신’ 등 천연물신약을 조제·판매해도 법적으로 문제없다는 검찰의 판단을 받았다. 당시 검찰은 의협이 천연물신약을 한의사들에게 유통한 혐의로 함소아제약을 고발한 사건에 대해 불기소 결정을 내렸다. 함소아제약은 즉각 레이저기기와 수액제제도 한의사들에게 보급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지난 1999년에는 청진기를 사용한 함소아한의원에 대해 소아과 의사들이 무면허 의료행위로 고발했지만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조현주 부사장은 “한의사들이 한의학을 바라보는 눈이 위축돼 있다 보니까 겁을 내는 것”이라며 “오히려 적극적으로 나서서 싸움을 양지로 끌어내 정정당당하게 하겠다”고 말했다.


▲ 함소아제약의 '하니매화레이저'

의료계 “함소아 도박행위에 한의사만 피해”

함소아제약의 이같은 움직임에 의료계는 “도박행위”라고 비난했다. 대한피부과의사회는 하니매화레이저 식약처 허가 취소를 요청할 계획이며, 해당 레이저를 사용하는 한의사들을 고발하겠다는 움직임도 있다.

의협 강청희 상근부회장은 “통증완화 효과에 대해 신의료기술 검증도 받지 않았다”며 “더군다나 법으로 규정된 면허 범위 외에 프락셔널레이저로 피부미용 시술까지 한다면 처벌을 더 중하게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강 부회장은 “함소아제약이 이번 레이저기기로 분란을 일으켜 더 많은 한의사들이 사용하게 하려는 의도로 보인다”며 “이 레이저기기가 판매되고 사용됐을 때 법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 부회장은 “한의사가 의료기기를 사는 것 자체를 막을 수는 없지만 그 기기를 사용하는 건 법적으로 제재받을 수 있다”며 “한의사들은 연구 목적 외에 현대의료기기를 사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법적인 책임 여부를 떠나서 돈을 받고 환자들에게 시술을 했다면 더 큰 문제”라며 “업자의 농간에 환자는 물론 한의사들도 속아서 부당 편취로 법적인 책임을 질 수도 있다. 선의의 피해자가 생기지 않기를 바란다”고 했다.

의협 한방대책특별위원회는 “일반 한의사들을 대상으로 함소아제약이 도박행위를 하고 있다”며 “아무 것도 모르고 하니매화레이저를 구입해서 사용한 한의사들은 불법의료행위로 처벌 받아 범법자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기존 레이저기기와 같은 기기를 만들어 식약처 허가를 받은 뒤 느닷없이 음양오행의 원리에 맞게 개발됐으니 한의사도 쓸 수 있다고 우기면서 판매하고 있는 것”이라고도 했다.

피부과의사회와 대한피부과학회도 이번 사안에 공동 대응할 계획이다. 피부과의사회는 “함소아제약은 한방에서 레이저를 공식적으로 사용한다는 목적을 갖고 있다”며 “탄산가스를 내뿜는 레이저가 통증완화 작용을 한다는 근거는 없다. 통증완화 치료만을 목적으로 한다면 조사기만 있어도 가능한데 이를 굳이 조합기로 만들어 수술기까지 붙인 것은 수술하는 데 사용하겠다는 의도”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보건복지부는 하니매화레이저에 대한 판단을 유보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본지와 통화에서 “해당 레이저기기에 대해 식약처로부터 상세한 자료를 받지 못했다. 상세한 자료를 검토해봐야 한다”며 “레이저기기와 관련된 판례 등도 살펴봐야 하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어떤 답변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사용 문제에 대해 의사들은 네거티브 방식으로, 한의사들은 포지티브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다”며 “이번 논란은 내부적으로 검토해봐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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