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선과 건선관절염의 이해 ②

건선은 자가면역 질환의 일종으로, 단순한 피부 질환이 아니라 심혈관 질환이나 대사 증후군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는 전신 질환이므로 다각적인 치료가 필요한 질환이다. 특히 건선 관절염은 장기적으로 환자의 활동 능력과 일상 생활에도 영향을 미치므로 적극적인 치료가 필수이다. 이에 건선과 건선 관절염의 병인과 위험 인자에 대해 정리해 보고 임상적인 특징과 진단 방법 및 효과적인 치료 전략에 대해 3회에 걸쳐 게재 한다. <편집자 주>

▲ 노영석 교수 / 한양의대

건선은 붉은 발진과 함께 하얀 각질로 덮여 있는 형태를 보이며, 호전과 악화를 반복하는 만성 피부질환이다. 피부와 함께 건선 환자를 괴롭힐 수 있는 또 다른 요인이 있는데, 바로 ‘관절’이다. 피부와 관절이 무슨 관계가 있을지 연결 짓기 어려울 수도 있지만 건선관절염은 건선 환자에서 5~10명 중 1명 꼴로 발생하는 드물지 않은 질환이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역학조사에 따르면 건선 환자의 약 10.5%가 건선관절염을 동반하고 있으며, 외국에서는 6~42%까지 동반율이 다양하게 보고되고 있다. 건선관절염은 대개 건선이 발생한지 1~10년 후에 관절 증상으로 나타나고 남녀 발병률은 거의 차이가 없으며 어느 연령에서나 발병 할 수 있다. 건선이 20~30대의 젊은 층에서 가장 많이 발생한다는 사실을 고려할 때 건선관절염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몸의 변화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고 전문의와 상의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건선관절염의 병인
건선관절염의 유발 원인은 건선의 발병 원인에서 찾아볼 수 있다. 건선은 면역체계 이상으로 발생하는 자가면역질환으로, 필요 이상의 과잉 염증반응으로 인해 피부세포가 정상보다 빠르게 증식되는 것이다. 이러한 염증반응을 일으키는 세포나 사이토카인 등이 관절 내에 증가하게 되면 건선관절염이 발생하는 것이다. 면역학적 요인 외에 감염, 외상과 같은 환경적 요인과 유전적 요인도 건선관절염의 병인에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건선관절염의 분류 및 진단
건선관절염은 병의 중증도, 양측성 여부, 그리고 관절 부위에 따라 크게 다섯 가지 유형으로 구분할 수 있다.

1) 말단지절관절을 주로 침범하는 말단지절 관절염, 2) 5개 이하의 관절을 침범하는 비대칭적 소수관절염, 3) 류마티스 관절염과 유사한 대칭적 다발관절염, 4) 관절의 변형과 파괴를 초래하는 단절관절염(arthritis mutilans), 5) 천장관절(sacroiliac joint)과 척추관절을 포함한 척추염(spondylitis)이다.

건선관절염은 2006년에 제시된 CASPAR (classification criteria for psoriatic arthritis) 기준에 따라 진단 내릴 수 있으며 X-ray나 MRI 등의 추가적인 영상학적 검사도 진단에 도움이 된다(표 1). 이 분류 기준은 반드시 말초 관절염, 척추 병변 또는 골부착염 등의 염증성 근골격계 질환을 가진 환자에서만 해당되며 만족하는 항목의 점수 합이 3점 이상일 때 건선관절염으로 진단한다.


▲ [표 1] 건선관절염 분류 진단 기준(CASPAR 기준)


건선관절염의 임상 양상
건선관절염은 말초관절염, 척추염, 골부착부염(enthesitis), 건막염(tenosynovitis), 그리고 손발가락염(dactylitis)과 같은 관절 증상을 보일 수 있다. 말초관절염은 30분 이상 지속되는 조조강직(morning stiffness)이 특징이고 관절의 운동을 통해서 완화되는 양상을 보인다. 이러한 관절염이 장기간 지속될 시에 심각한 관절 변형이 초래되며 “pencil-in-cup appearance”라는 특징적인 방사선학적 소견을 보인다(Am J Clin Dermatol 2003;4(7):441-447)(그림 1).


▲ [그림1] 말초관절염의특징적인방사선학적소견: pencil-in-cup appearance

척추염은 강직성 척추염에 비해 요통이나 운동장애 등의 증상이 심하지 않고 말초관절염이 잘 동반되는 특징을 가지며 요추보다 경추 침범이 빈번하다. 골부착부염과 건막염은 힘줄(tendon)이 뼈에 부착하는 부위에 염증을 뜻하며 아킬레스건, 족저근막 및 골반 뼈에 부착하는 힘줄을 잘 침범한다. 손발가락염은 손가락이나 발가락 전체의 미만성 부종이 특징이며 흔히 “sausage digit”으로 불린다(그림 2). 관절 증상 외에도 약 80~90% 환자의 손발톱병변이 잘 동반되는데 손발톱박리(onycholysis), 황갈색반점(oil-spot), 손발톱 과다각화증(nail hyperkeratosis), 손발톱함몰(nail pitting) 등이 관찰될 수 있다.


▲ [그림2] 손발가락염: 소시지가락(sausage digit)

건선관절염의 감별진단
건선관절염은 특히 류마티스관절염과의 감별이 중요한데 류마티스관절염보다는 비대칭적이고 침범관절수가 적은 경향을 보이며 주로 말단관절이 침범된다. 손발톱병변과 함께 골부착부염 및 손발가락염도 류마티스관절염에 비해 흔하고 건선관절염의 20~30%에서 척추관절염 소견도 관찰된다. 또한 류마티스관절염은 여성의 빈도가 높은데 반해 건선관절염은 남녀간의 차이가 없고 대부분 류마티스인자가 음성이라는 특징이 류마티스관절염과의 감별점이다.

예후
건선관절염은 진행성 질환으로 기존 연구에서 건선관절염 환자를 10년 이상 추적관찰 한 결과 약 55%의 환자에서 중증(>5개 이상)의 관절 변형으로 진행된 결과를 보고한 바 있다. 이와 같이 건선관절염은 만성적으로 진행하며 삶의 질 저하뿐만 아니라 운동 제한, 수명 단축 등의 기능적 문제를 동반한다. 또한 발병 초기부터 관절 손상이 심하게 진행될 수 있으므로 관절 통증과 같은 작은 신호를 절대 가볍게 여기지 말고 전문의와의 상의를 통해 조기 진단을 통한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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