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 대 의학 과목 비중은 3:7…비중 70%지만 내용은 수박 겉핥기의료기기 논란에 대해선 한의대 교수조차 "한의대 나와 엑스레이 판독 어불성설"


[청년의사 신문 김은영]

정부가 ‘규제 기요틴(guillotine, 단두대)’ 과제로 추진 중인 한의사의 현대 의료기기 사용을 두고 의료계와 한의계가 격돌하고 있다. 정부의 규제 완화 방침을 기회 삼아 현대 의료기기 전면 사용에 적극 나선 한의사들과 이런 한의사의 현대 의료기기 사용을 반대하는 의사들 간의 날선 대립은 갈수록 강도를 높여가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한의사의 현대 의료기기 사용이 허용될 경우 의사면허증 반납 운동을 벌일 각오로 대정부 투쟁에 나서겠다고 선전포고 했으며, 대한한의사협회도 지난 14일 한 차례 기자회견을 열고 적극 여론몰이에 나선 상황이다. 의협은 한의사의 현대 의료기기 사용이 허용되면 반복적인 의료 서비스 이용으로 인해 국민 의료비가 증가되는 것은 물론 한의사의 진단 오류로 의료의 질 저하를 불러올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는 반면 한의협은 오히려 의료기기 사용으로 환자 불편과 의료비 증가를 줄일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한의사들이 의료기기 사용의 정당성을 주장하는 가장 큰 근거는 ‘우리도 충분히 배운다’는 것이다. 실제로 한의협은 “한의과대학교육과정 중 75% 정도가 의과대학 교과과정과 일치한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주장은 사실일까?

이를 확인하기 위해 본지는 전국 한의대 12곳의 한의예과 1학년부터 한의학과 4학년까지 6년 교육과정을 비교해 봤다. 그 결과, 한의대 12곳 대부분에서 교과과목의 70% 이상이 의학과목으로 구성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것이 한의사들이 정말 현대 의료기기를 사용해도 된다는 의미인지는 아직 알 수 없다. 한의대에서는 뭘 배우는지, 과연 충분한 의학지식을 습득하고 있는지 알아봤다.

무늬만 한의대?

한의대 교과과정 중 의학 과목은 얼마나 될까. 본지가 한의대 12곳의 교과과정을 살펴본 결과, 무늬만 한의대는 아닐까 의심이 들 정도로 한의대 교과과정 중 의학과목의 비중은 상당했다. 실제 전통적인 한의학 과목은 일부에 지나지 않았다. 한의학 과목과 의학과목의 비중은 3:7 정도였다.

한의대에서 가르치고 있는 의학과목 이름도 제각각이다. 의학과목 이름을 그대로 차용하고 있는 것은 물론 과목 이름 앞에 ‘양방’을 붙여 마치 새로운 학문인 것처럼 보이는 과목도 있다.

먼저 ▲해부학 ▲조직학 ▲생화학 ▲면역학 ▲피부외과학 ▲소아과학 ▲신경정신과학 ▲안이비인후과학 ▲진담검사의학 ▲영상의학 ▲응급의학 ▲부인과학 등은 의학과목 이름을 그대로 사용하거나 ‘피부+외과’, ‘안과+이비인후과’처럼 새롭게 결합한 과목도 눈에 띠었다.


▲ 경희대 한의과대학 교과과정을 나열한 표에 연두색으로 표시된 과목은 의과대학 교과과정과 동일한 이름의 과목이다. 김은영 기자

의학과목 앞에 ‘양방’을 붙인 과목도 많았다. ▲양방인체생리학 ▲양방병리학 ▲양방생리학 ▲양방예방의학 ▲양방진단학 등이 그것이다.

또 내과의 경우 장기를 5개(간, 심장, 신장, 비장, 폐)로 세분화시켜 각 질환에 대한 한방적인 처치를 가르치지만 결국 의학 과목인 ‘내과학’이 그 바탕이 되고 있다. 이에 ▲간계내과학 ▲폐계내과학 ▲비계내과학 ▲신계내과학 ▲심계내과학 등의 과목을 배우고 있었다.

한의예과 1학년부터 한의학과 4학년까지 점차 학년이 높아질수록 의학과목에 대한 수업 비중도 올라갔다. 경희대 한의대의 경우 한의학과 4학년 한 해 동안 ▲간계내과학 ▲부인과학 ▲비계내과학 ▲소아과학 ▲신경정신과학 ▲신계내과학 ▲심계내과학 ▲안이비인후과학 ▲응급의학 ▲재활의학과학 ▲진단학 ▲폐계내과학 ▲피부외과학 등 13개 의학 과목을 배우고 있다. 반면 같은 시기에 배우는 한의학 과목은 ▲사상의학 ▲침구학 등 2개 과목이 전부다.

동국대 한의대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한의학과 4학년의 경우 한 해 동안 ▲피부외과 및 실습 ▲간계내과 및 실습 ▲심계내과 및 실습 ▲비계내과 및 실습 ▲폐계내과 및 실습 ▲신계내과 및 실습 ▲부인과학 및 실습 ▲소아과학 및 실습 ▲신경정신과학 및 실습 ▲안이비인후과 및 실습 ▲병원경영학 ▲응급의학 ▲법의학 ▲보건법규 등 14개 의학 과목을 배웠다. 한의학 과목은 ▲침구학 및 실습 ▲사상체질의학 및 실습 ▲한방재활의학 및 실습 등 3개 과목뿐이었다.

한의대 교과과정 중 의학과목이 70~80%라는 사실을 그대로 받아들이면, 전통적인 한의학 과목의 비중은 20~30%에 불과한 셈이다. 도대체 한의대에서 한의학은 언제 배우는 것일까. 한 한의대 교수는 교육은 절대적인 시간으로 계산할 수 있는 게 아니라고 강조했다. 과거 6년에 걸친 한의대 교과과정을 통해 배우던 전통 한의학적 지식이 의학과목에 밀려 20~30%로 축소됐지만 중요한 것은 모두 배우고 있다는 주장이다.

동국대 한의대 한창호 교수는 “의대 6년 과정을 의학전문대학원이 만들어지면서 4년 과정으로 축소해 가르치고 있다는 얘기는 교육은 절대 시간으로 계산되는 게 아니라는 점을 말해주고 있다”면서 “기본적이고 중요한 것을 우선해 가르친다면 강의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의대에서 이뤄지는 교과과정 중 70~80%가 ‘명목상’ 의학 과목으로 구성돼 있지만 이를 두고 실제 의학교육이 이뤄진다고 볼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해 한의대 교수들은 ‘No’라고 말했다. 대부분 개요에 가까운 기본 원리만 습득하고 있다는 표현이 옳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의학 수업은 어떻게?

결국 양방생리학, 양방예방의학, 안이비인후과학, 응급의학, 재활의학, 피부외과학, 소아과학, 신경정신과학 등 아무리 많은 의학과목을 배우고 있다한들 수박 겉핥기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한의대 교수들로부터도 나온다.

의대 교수들이 직접 한의대로 초빙돼 수업을 진행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동일한 수업 내용이라 하더라도 한의학과 원리 자체가 다른 의학에 대해 한의대생들이 100% 수용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강의 내용도 의대와 한의대가 완벽하게 같을 수는 없다.

A한의대 한방내과학교실 B교수는 “의대 교수들이 한의대에 와서 똑같은 강의를 진행한다고 보면 된다. 동일한 교수 방식으로 수업 받고 있지만 한의대에서는 상대적으로 진단적 의미를 (의대보다) 얕게 배우고 있다”며 “열심히 공부해서 시험을 잘 보는 학생들도 있지만 한의대생들이 의학에 대한 내용을 100% 수용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복수면허를 소지하고 있는 내과 전문의인 서울소재 C한의대 D교수도 한의대 교과과정 중 의학교과 비중이 70%라는 의미지, 의대에서 의대생들이 배우는 전체 분량 중 70%를 배운다는 의미는 결코 아니라고 강조했다.

D교수는 “한의대에서 영상의학에 대해 배우고 있지만 영상의학의 개요에 관한 기본적인 내용을 가르치는 것”이라며 “임상의 기초인 각 장기별 진단에 대한 부분 등 한의학적 원리를 이해할 수 있도록 수업하고 있다”고 했다.

한의대를 졸업하고 의료기기를 사용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의료기기 관련 실습이 이뤄지는 것도 아니었다. 더욱이 의대 교수들이 수업 참여가 어려울 때는 전공의나 외부 강사(전문의)가 그 자리를 대신하기도 했다.

동국한 한의대 본과 4학년 E씨는 “영상의학이나 진단검사의학은 의대 교수들이 들어와 수업 하고 있다”며 “질환 중에서도 한의학적 처치가 드문 치루나 대장용종과 같은 경우 특히 (의대 교수) 수업이 많은데, 간혹 교수를 대신해 전문의(임상강사)나 전공의가 들어오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정말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 가능할까

그렇다면 ‘한방 전문의’가 되면 어떨까. 현대 의료기기를 사용할 수 있는 ‘자격 충분조건’을 갖춘다고 할 수 있을까. 대답은 역시 ‘No’다. 현재 한의사 전문의 제도에 따라 8개 세부 과목으로 구분돼 있지만 의학을 모방했을 뿐 전문성도 한의학 고유의 정체성과도 거리가 멀다는 의견도 나왔다.

지난 2000년부터 시행된 한의사 전문의 제도는 한방병원이나 대학병원에서 인턴 1년, 전공의 3년 등 총 4년의 수련과정을 거친 후 전문의 자격시험을 통과해야 취득할 수 있다.

한의사 전문의의 수련 및 자격인정 등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한방내과 ▲한방부인과 ▲한방소아과 ▲한방안이비인후피부과 ▲한방신경정신과 ▲한방재활의학과 ▲침구과 ▲사상체질과 등 8개 세부 전문과목으로 나눠진다.

C한의대 D교수는 “(한의사) 전문의 제도는 전문성을 띤 것이라기보다는 의학을 모방한 것”이라며 “고유의 한의학은 과별 구분이 없는 게 옳다고 생각한다. 한의학은 의학보다 원시적이고 확실하지 않은 맹점이 있지만 그걸 부인하면 한의학 정체성을 상실하게 되는 것”이라고 했다.

D교수는 “전통적인 한의학 진단이 가능한 테두리 안에서 하는 게 한의학이지 의학적 진단 방법을 사용해 진단하고 치료를 위해 한약을 쓰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전문의가 된다고 하더라도 현대 의료기기를 사용하고 판독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시대 흐름에 걸맞은 한의사 배출을 위해 전문의 제도가 도입됐지만, 전문의 과정에 지원하는 한의대생들은 많지 않다. 실제 졸업을 앞둔 한의대생 중 한방 전문의 과정에 지원하는 비율은 20~30% 정도에 불과하다.

한의대 6년 교육과정을 수료하고 총 4년의 시간을 더 투자하더라도 한방 의료 현장에서 전문성을 인정받기 어렵기 때문이다.

경희대 한의대 본과 4학년에 재학 중인 E씨는 “현재 전공의 수련을 받는 경우가 졸업생의 20~30% 정도에 그치고 있다”며 “4년의 별도 시간을 투자한다고 해도 크게 달라지는 점이 있을지 의문”이라며 “(전문의 자격을 위한) 수련의 필요성을 많이 느끼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히려 전문의 과정 중 현대 의료기기 사용 방법에 대한 과목이 추가될 경우 수련을 받을 의사가 있다고 밝힌 한의대생도 있었다.

같은 경희대 한의대에 재학 중인 F씨는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이 허용될 경우 (전문의) 수련 과정에 의료기기 사용 방법에 대한 과정이 포함되면 수련을 받을 의향이 있다”며 “아마 수련 과정을 통해 의료기기 사용에 대해 배우겠다고 할 한의대생들이 많을 것”이라고 했다.

한의학 교육의 질 평가 必

한의대 교과과정의 70%를 의학 교과목으로 대체할 만큼 한의학의 과학화는 그럴듯해 보인다. 하지만 무엇보다 무늬만 그럴듯한 교과과정에 대한 적절하고 공정한 수준의 평가가 이뤄져야 교육의 질적인 측면에서도 성과를 거둘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한의대에서 의학 과목에 대한 양질의 교육이 이뤄지기 위해 가장 먼저 영상의학이나 진단검사의학 과목 등의 경우 전문가인 의대 교수들이 적극 교육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줘야 한다는 게 한의계 측 주장이다.

동국대 한의대 한창호 교수는 “제대로 된 전문가가 학생들을 가르쳐야 한다. 현재는 한의대로 초빙할 수 있는 의사 구하기가 어려운 실정이다”라며 “의사들도 한의사들을 적극 가르쳐야 한다.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이 국민 건강을 위해 필요한 일이라면 의사들이 적극 교육에 참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한의사의 현대 의료기기 사용이 정 의심스럽다면 한의사 국가시험 이외에 의료기기 사용과 관련된 해당 과목에 대해 별도로 시험을 보게 하는 것도 한의대 교육과정의 질을 높이고 의료기기 사용에 관한 잡음을 없앨 수 있는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한 교수는 “한의사들의 의료기기 사용이 의심스럽다면 (의료기기) 관련 과목에 대한 시험을 적극 강화하면 된다. 당연히 교육의 질은 올라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의료일원화, 이제 시작해야 할 때다

#1. 우리나라에서 가장 좋다는 한의대에 재학 중인 A씨는 요즘 고민이 많다. 한의학과 4학년인 A씨는 졸업을 앞두고 있지만 거취 문제에 대한 고민으로 밤잠을 설칠 정도다. 봉직 한의사로 한의원에 취직을 해야 할지, 대학병원에 남아 전공의 수련을 받고 전문의 자격을 취득해야 할지 고민이 된다. 사실 전공의 수련의 경우 졸업을 앞둔 한의대생들 중 20~30% 정도만 선택할 정도로 반드시 필요한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A씨가 고민을 거듭하고 있는 것은 다른 이유가 있다.

최근 정부의 ‘규제 기요틴(guillotine, 단두대)’ 과제로 검토되고 있는 한의사의 현대 의료기기 사용이 새로운 기회가 될지 모른다는 생각에서다. 정부가 경제 활성화의 일환으로 한의사의 현대 의료기기 사용에 관한 규제를 완화시켜 준다면 한의사들의 새로운 활로가 생기는 셈이다. 한의대에서도 기본적인 개론뿐 아니라 지금껏 배우지 못했던 실습까지 현대 의료기기에 대한 교육을 확대시켜 교육 기회를 제공해 주지 않을까 내심 기대가 된다. A씨는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이 허용되고, 의료기기에 대한 허용 범위가 확대된다면 전공의 수련과정을 선택할 생각이다. 그런데 걱정이다. 정부가 앞으로 6개월간 대화를 통해 논의하기로 했지만, 의료계의 반발이 거세기 때문에 분위기가 심상치 않아서다.

#2. A씨와 같은 한의대에 재학 중인 B씨도 요즘 고민이 많다. 한의사가 되기 위해 한의대에 진학했지만 6년간 교육과정을 돌이켜보면 의과대학에 진학한 것인지, 한의대에 진학한 것인지 헷갈릴 정도다. 시대에 걸맞은 한의사를 배출하고자 한의대 교과과정에 의학과목을 포함시키고 인체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려는 의도는 이해한다. 또 국민 건강을 위해 배움의 영역을 확장한다는 점도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최근 한의사들도 현대 의료기기 사용을 허용해 달라는 선배 한의사들의 주장은 마뜩치 않다. 비록 학교에서 의료기기에 대한 교육을 받고 있지만 고유한 한의학의 영역이 아니기 때문이다. 현대 의료기기 사용을 허용해 달라는 것 자체가 한의학의 전통성과 정체성을 부정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만약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이 허용된다 하더라도 B씨는 사용할 의지가 없다.

실제 수도권 내 한의대에 재학 중인 한의학과 4학년 학생들과 한 인터뷰 내용을 토대로 재구성한 글이다.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을 두고 대한한의사협회가 여론몰이에 나섰지만 한의계 내부적으로도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음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대목이다. 새로운 기회를 찾아야 하느냐, 한의학의 전통성을 지켜야 하느냐는 한의대에 재학 중인 한의대생의 고민만이 아니다. 한의대 교수들 사이에서도 현대 의료기기 사용을 두고 논란은 뜨겁다.

논란의 두 축은 이렇다. 한 쪽에서는 한의대에서도 이미 70~80% 정도 의학과목 교육을 시행하고 있어 의료기기 사용을 위한 자격이 이미 충분하며, 의학과 다른 한의학 고유의 독창적인 의술을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의료이원화 체제를 고수하면서 한의대 교육과정 내 의대 교수들이 수업에 참여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다른 한 쪽은 한의사들이 의료기기를 사용하게 되는 순간 전통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의료이원화로 매년 1,000여명의 한의사가 과잉 배출돼 취업난을 겪고 있는 현실에서, 차라리 의료일원화를 통해 의사와 한의사를 통합하는 편이 장기적으로 바람직한 의료제도 정립을 위한 길이라고 주장한다.

복수면허를 소지한 한 한의대 교수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한의대를 졸업한 후 의대, 전공의를 거쳐 내과 전문의를 취득했다. X-레이 수만 장을 봤지만 (진단 시) 놓칠 수 있는 부분이 분명히 있다. 한의대를 나와 X-레이를 판독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물론 뼈가 부러졌다 안 부러졌다 정도는 침 치료를 하기 전에 확인하면 이점을 있을 수 있지만, X-레이, CT, MRI를 보고 한의학적 진단에 도움을 받는다면 이미 그것은 한의학이 아닌 것”이라며 “이는 의료이원화 때문에 생긴 폐단이다. (한의사로) 살아남기 힘든 상황을 의료기기로 돌파구 삼으려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한의학의 전통은 사라지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한의사 수는 매년 1,000명씩 늘고 있는데 수요는 줄어들어 한의사들의 설 땅이 없어지고 있다”며 “이를 영상의학이나 혈액검사로 과학화한다고 한의학이 될 수는 없다. 차라리 한의학 제도를 폐지하고 대체의학 중 일부로 한의학을 남겨두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의료계는 의료일원화를 추진하는 쪽에 무게를 싣고 본격적인 움직임에 돌입한 것으로 보인다. 대한의사협회는 의대 교수들에게 한의대 출강 금지 조치를 다시 내렸고, 한국의학교육협의회는 한의대-의대 교과과정을 통합하고 의대 내 한의학 교과목을 개설하는 의료일원화 논의를 시작할 계획이다.

의학교육협의회 박상근 회장은 “한의사의 의료기기 등 규제 기요틴 관련한 실상과 내용, 그에 맞는 대책 등에 대해 논의할 계획”이라며 “규제 기요틴과 관련해 산적한 문제에 대해 논의해 달라는 안건이 나와 본격적으로 얘기를 나눠볼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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