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단, 쇄신이냐 해체냐' ⑦…각계, 공단 이대로 안된다 혁신 촉구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위태롭다. 연일 계속되는 공단의 방만경영 논란은 좀처럼 가라앉을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공단이 건강보험료 징수와 건보 재정관리 부실 등의 책임을 외부로 떠넘긴다는 의혹만 커진다. 공단은 쇄신을 통해 건강보험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겠다고 공헌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공단 해체를 주장하기도 한다. 이에 본지는 공단의 ‘쇄신 혹은 해체’를 주제로 7회에 걸쳐 기획기사를 게재했다. 공단을 둘러싼 문제점을 점검하고 근본적인 해결책은 무엇인지 짚어본 시리즈는 이번 주로 마친다.

[청년의사 신문 양금덕]


공단은 올해 건강보험 재정이 당기수지 3조3,903억원의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보장성 강화 등 지출 증가 요인이 있었지만 3년째 흑자다. 누적적립금은 11조6,106억원에 이르렀다. 이처럼 건보재정은 흑자 기조를 유지하고 있지만 아직 안심하기는 이르다.

공단의 건강보험 재정추계 결과에 따르면 고령화 시대로 인해 의료비 지출이 계속 늘어 이르면 내년부터 적자를 기록하게 된다. 오는 2020년이면 7조2,168억원의 당기수지 적자가 예상되는데 이같은 추세가 이어지면 2050년에는 건보 지출이 204조원을 넘게 되고 무려 54조9,594억원의 당기수지 적자를 기록해 누적 적자는 1,109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이처럼 건보 재정의 관리가 중요한 때인 만큼 재정관리를 맡고 있는 공단에 대한 요구도 많아지고 있다. 공단이 체납보험료 징수나 부당청구액 환수조차 제대로 못하고 있다는 비판과 함께 쇄신과 개혁이 필요하다고 보는 것이다. 만약 이대로 건보제도와 공단을 방치했다가는 건보재정 부족분이 결국 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져 고스란히 후세에게 돌아갈 것이 뻔하다.

이에 전문가들은 정부가 보험자의 역할을 재정립해 보험재정 관리에 힘을 쏟아야 한다고 말한다. 공단은 방만한 경영을 쇄신하고 중·장기적인 재정관리 방안을 수립해야 하며 정부 또한 이를 적극적으로 관리 감독해야 할 때다. 보험료 장기체납과 부당청구로 인한 누수를 제도적 결함 탓으로 돌리는 행태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미다. 그러지 못한다면 차라리 보험자로서의 자리를 내 놓고 해체해야 한다는 과격한(?)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이처럼 전문가들은 건강보험의 지속가능성을 위해서는 어떠한 형태로든 쇄신이 필요하다는 데 한목소리다. 그렇다면 과연 공단과 건강보험제도는 어떻게 바뀌어야 할까. 그간 수없이 제기됐던 공단 혁신의 다양한 방법 및 그 실현 가능성을 짚어봤다.

공단 개선방안은 ‘쇄신’, ‘경쟁’, ‘해체’의 세 가지 방안으로 요약된다.

‘쇄신론’은 다시 1-(a) 현재의 사회보험체계를 유지하되, 공단을 관리·감독하는 새로운 기구를 두는 방안과, 1-(b)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이하 건정심) 역할을 크게 확대해 정부 개입을 강화하는 방안으로 나뉜다.

‘경쟁론’도 두 가지인데, 2-(a) 공단을 4개 권역 등으로 분리해 경쟁체제를 도입하는 방안과, 2-(b) 네덜란드 방식과 비슷하게 민간보험 간 경쟁을 통한 다보험자 체제로 전환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해체론’은 3 건강보험공단은 해체하고 노인장기요양보험을 관리하는 새로운 기구만 남기는 방안이다. 징수 업무는 국세청으로 넘기고, 관리 업무는 주민센터 등이 대신하면 된다는 주장이다.

쇄신, 제3의 눈이 필요하다

먼저 쇄신론은 현재의 단일보험체계를 그대로 두는 것을 전제로 한다. 37년간 국가 주도형 건강보험체계를 운영한 보편적 의료전달체계에 내실을 기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여기서 핵심은 보험자의 역할이 강화돼야 한다는 것으로 건강보험사업의 운영주체인 보건복지부장관이 실질적인 사업을 운영하는 공단에 대한 관리·감독을 철저히 해야 한다는 의미다.

현재는 공단이 보험을 주도적으로 운영하고, 복지부는 예산과 지출을 승인할 뿐 재정의 관리 운영 과정에는 직접적인 개입을 하지 않는다. 기획재정부 역시 법률에 따라 국고지원금을 이전하는 것 외에 재정활동 감시 역할은 하지 않는다. 즉, 건보 재정의 책임자가 부재한 상태로 건보재정의 안정적 관리와 투명성 확보를 위해서는 제3의 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때문에 거론되는 것이 1-(a) 복지부와 기재부가 참여하는 ‘재정감독기구’를 설치하는 방안이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이은경 부연구위원은 최근 ‘건강보험 재정의 지속가능성 제고를 위한 재정당국의 역할’을 주제로 한 보고서에서 이같은 문제점을 지적한 바 있다. 그는 건강보험 지출이 빠른 속도로 증가해 향후에도 지속가능성에 심각한 우려가 있는데 재정을 감독하는 기관이 없다며, 국가 재정의 책임자인 재정당국은 정부 재정에 포함되지 않은 건보에 관여할 인센티브가 없고 건보 재정 전체는 물론 국고지원도 국회의 심의·의결을 받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에 그는 건보 재정을 국가통합재정의 일부로 편입시켜 정부가 관리하는 방법, 기재부와 복지부가 함께 독립적인 재정감독기구를 설치하는 방법을 제시했다.

이중 건보를 국가 재정으로 편입하자는 것은 기금화 주장과 유사한데 국회 등 일부에서도 주장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재정의 관리·감독은 강화될 수 있지만 말 그대로 ‘재정’을 중심으로 예산 편성 등이 이뤄질 수 있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생각이다. 하지만 별도의 관리감독 기구가 필요하다는 데는 공감대가 더 넓다. 그동안 공단이 연간 40조원에 달하는 건보재정을 운용하면서 회계가 불투명하고 방만 경영으로 인한 재정누수가 적잖다는 지적이 많기 때문이다.

새정치민주연합 김성주 의원은 “복지부는 공단의 한해 예산 전체에 대해서는 파악하고 있지만 실제 예산 편성과 집행에 대해서는 관여하지 않고 있다. 국민의 입장에서는 보험자인 공단이 국민을 위한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들여다 볼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남은경 팀장도 “국민이 낸 건보료가 합리적으로 쓰이는지에 대한 검토가 안 되고 있다. 수입은 보험료로 정해져 있지만, 약가나 수가의 산정 등 지출과 관련된 여러 과정에 대해서는 관리·감독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프랑스의 경우 재정당국이 건보지출 통제와 재정건전성 제고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프랑스는 보건예산 배분을 사회보장재정법(Social Security Financing Act)에 의거해 정하는데, 매년 사회보장 재정상태, 향후 4년간 재정추계 등 지출목표를 담아 국회 승인을 거친다. 이렇게 정해진 사회보장 지출과 재원은 사회보장기금의 공무원들이 지출통제 작업을 하고 있다. 에스토니아는 건강보험 적립금 제도를 도입해 건보 재정에 문제가 생겼을 때 재무부가 적립금 사용을 승인하고 모니터링하는 등 재정 운영 및 감독에 관리하고 있다.

이 연구위원은 “외국에서는 건보 재정지출을 줄이기 위해 감독하는 기구가 있다. 우리도 고령화 사회의 의료비 지출 증가 등을 감안해 이러한 부분을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쇄신안은 1-(b) 복지부 산하 건정심의 역할을 강화해 정부 개입을 확대하는 방안이다. 건정심은 요양급여기준, 요양급여비용, 보험료율 등 건강보험정책에 관한 사항을 심의 의결하는 복지부장관 자문 및 의결기구다. 그간 건정심이 주요 정책을 결정해 왔지만 정책 수립 과정과 사후관리 등 관리 범주를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곧 건보제도의 보험자인 국가가 전면에 나서서 공단의 업무수행을 관리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필요하다면 건정심 산하 소위원회를 확대해 공단의 재정운영위원회 역할까지 도맡아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서울대 김윤 교수는 “공단의 방만 경영과 심평원과의 갈등 등의 논란은 거버넌스의 문제 때문에 발생하고 있다”면서 “정부가 건보법으로 보험자의 임무를 수행하는 공단과 심평원의 역할을 분명히 해줘 불필요한 업무 중복과 갈등을 막아야 한다. 공단은 실질적인 결정권이 없는 데도 재정관리 책임에 대한 비난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그는 “정부가 건정심 역할을 확대해 건보제도 운영에 전면으로 나서야 하며, 공단이 투명하게 업무를 수행하는지 관리·감독을 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양대 사공진 교수는 “건보제도를 아우르는 개혁을 위한 넓은 의미의 건정심 개편은 찬성한다”면서 “그런 의미에서 올해에는 건정심 소위원회가 수차례 회의를 열고 중기 보장성 강화를 위한 계획을 수립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간 건정심이 단편적으로 보장성 강화를 위한 목표를 설정하고 관리, 평가를 하는 한계가 있었다면 향후 생애주기별로 체계적인 보장성 강화가 가능하도록 방향을 설정해 나가고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단순히 역할을 확대하는 차원이 아니라 업무의 합리화 및 효율화를 도모하는 형태로 내실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경쟁, 단일보험이든 사보험이든

다음은 공단이 준정부기관으로 무사안일주의에 빠져 있다는 비판에서 비롯되는 ‘경쟁론’이다. 경쟁을 통해 비효율을 타파하자는 것이다. 경쟁론은 다시 2-(a) 1만2,677여명의 단일조직인 공단을 몇 개로 분리해 상호 경쟁체계를 유지하는 방안과, 2-(b) 네덜란드처럼 사보험 간 경쟁을 통해 비용을 줄이고 효율을 높이는 방안으로 나뉜다.

먼저 2-(a) 공단 분리 방안은 현재 본부를 중심으로 6개 지역본부, 178개 지사로 나뉘어 있는 단일 조직을 4개 정도의 권역별 지역공단으로 나누어 상호 경쟁을 유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공단은 지역본부 및 지사 등의 규모가 타 사회보험에 비해 커 조직 관리와 통제가 안 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실제로 지사는 각각의 지사장이 인력 배분 및 운영 등을 총괄하도록 돼 있어 지역단체와의 유착 등 부정부패도 끊이지 않았다. 이에 공단별로 가입자의 보험료 관리 및 서비스 제공을 하도록 해 해마다 운영성과를 평가해야 한다는 논리다.

하지만 이 방법은 국내 의료전달체계를 감안하면 현실적인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우리나라는 국민들이 거주지와 상관없이 의료기관을 자율적으로 선택하므로 지역 간 경쟁이 원초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단국의대 박형욱 교수(변호사)는 “지역공단 간의 경쟁이 과연 가능할지 의문이다”면서 “논리대로라면 경쟁을 통해 A지역이 B지역의 가입자를 차지할 수 있는 구조여야 한다. 하지만 의료이동이 잦은 국내 사정을 감안하면 어떻게 경쟁구도가 성립할지 설득력이 없다. 막연히 현행 보험체계가 비효율적이라 경쟁을 통해 효율을 높이면 좋겠다는 아이디어 차원인 듯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한의사협회 관계자는 “공단을 지역군으로 분리하면 해당 지역 내에서 의료서비스를 우선적으로 받을 수 있도록 전달체계도 함께 구축해야 한다”면서 “일부 빅5병원 진료 등이 필요한 경우에는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방안도 병행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심평원 측은 공단 직원들에게 인센티브를 부여하면 일정부분 가능할 수도 있다고 봤다. 의료비 지출과 서비스 만족도, 재정관리가 잘되는 지역공단 직원은 일종의 인센티브를 지급해 보험자로서의 동기부여 효과도 볼 수 있다는 기대다.

다음은 2-(b) 민간보험 활성화를 통한 다보험체계이다. 현재는 국민건강보험 외에 보조적 성격의 민간보험이 활용되고 있는데, 아예 사보험 회사들이 공보험을 운영하도록 함으로써 경쟁을 통해 저비용 고효율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자는 논리다. 이런 주장은 보험료 부담대비 보장성이나 국민 만족도가 과거 조합주의 시절보다 못하는 의견과 함께 제기되기도 한다. 다만 전문가들은 사보험의 무분별한 경쟁 구도보다는 네덜란드의 新건강보험제도를 선호했다. 정부가 전체 의료비 지출을 통제하면서 사보험 간 경쟁 구도를 관리·감독하는 형태를 말한다.

네덜란드는 정부의 지나친 의료공급 통제로 의료비 지출이 오히려 늘어나고 의료기관, 국민들의 반발이 커지자 2006년부터 시장경쟁체계를 도입했다. 공보험과 사보험으로 이원화 된 체계를 하나로 통합한 것인데, 보험의 운영은 전적으로 민간보험회사에 맡겼다. 대신 정부는 국민이 가입해야 할 보험료 범위나 수가와 약가의 상한가격만 정하고 민간보험사가 병원과 자율적으로 계약해 질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그 결과 병원들의 진료비 거품은 빠지고 국민들의 의료비 지출은 감소했고 보험회사는 의료서비스 질과 가격을 잡기 위해 인수합병 등을 통해 대형화되어 갔다. 네덜란드의 실험은 지금도 전 세계 전문가들의 관심의 대상이다.

국내에도 이같은 체계에 대한 논의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한양대 사공진 교수는 “과거 이같은 경쟁체제 도입을 주장을 해왔지만 사실상 물 건너간 이야기다”고 소회를 털어놨다. 그는 과거 일부 경쟁체계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한 바 있다. 지금의 보험체계로는 의료서비스 수준 향상은 물론 의료비지출 통제에도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대한의원협회 관계자도 “지금의 공단은 독점상태로 경쟁 대상이 없다. 체납자 관리 등 제 역할을 못하고 있으면서도 바뀌려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라면서 “이대로 유지될 바에야 오히려 다보험자 경쟁체제 도입을 도입해 독일처럼 직역별 보험을 하는 편이 낫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네덜란드의 경우 민간보험이 경쟁을 하되 정부가 일부 관여해 가입자의 건강유지와 질병예방을 위한 서비스를 관리 감독한다”면서 “서로 경쟁을 해서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공단 해체 “충분히 가능하다”

해체는 공단의 방만경영과 업무태만 지적이 나올 때마다 거론된 주장이다. 해체론을 외치는 이들은 공단이 보험자로서 재정관리 등 제역할은 제대로 못하면서 인건비 등 지출만 늘리고 있다며 정체성 문제까지 거론했다. 특히 공단이 부실경영 논란을 해소하기 위한 자정 노력은커녕 인건비 인상, 청구권 이관, 현지조사권 부여 등을 주장하고 있어 차라리 해체하라는 말까지 나온 것이다.

해체가 가능하다고 보는 이들은 비단 의료계 뿐만은 아니었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 공단의 업무 또한 개선돼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특히 공단의 주요 업무인 보험료 부과와 징수 업무는 전산화 추세에 따라 일부 축소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그 대안으로 나온 것이 3 보험료 부과와 징수업무는 국세청으로 이관하고 공단은 해체한다는 시나리오다. 현재 공단은 보험료 자격·부과(2,237명)와 징수(2,541명) 관리 등에 5,000여명의 직원과 상담사를 배치하고 있다. 그럼에도 누적 체납보험료는 2조3,992억원(2014년 6월 기준)으로 연간 보험료 수입의 6% 수준이다. 보험료 관리나 징수에 한계가 있는 만큼 이 업무를 국세청에 맡기는 편이 효율적이라고 보는 근거다.

특히 보험료 부과업무의 상당수는 이미 전산화됐으며 보험료 납부 또한 자동이체, 카드결제 등 자동화된 만큼 여건은 충분하다는 평가다. 또 민원의 80%를 차지한다는 보험료 부과체계 관련 민원은 부과체계를 소득중심으로 개편할 경우 크게 줄어들 것이고, 건보증은 IC카드로 대체하면 자격관리 업무도 거의 없어진다는 주장이다. 기존의 공단 인력은 예방증진사업 등 새로운 서비스나 점차 역할이 커질 장기요양보험 등에 투입하면 된다.

의원협회 관계자는 “지역가입자의 보험료 산정기준은 복잡하지만 소득기준으로 단일화되면 국세청이 보유한 소득 자료로 충분히 징수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전병목 박사 또한 “징수업무에 노하우가 있는 국세청이 보험료를 징수하면 공단 운영 효율화의 촉매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며 “이미 보험료 부과의 상당부분이 전산화 돼 있는 만큼 국세청에 관련 부과기준을 반영하기만 하면 된다”고 말했다.

보험료 징수 국세청 이관, 가능한가

그러나 국세청 이관에 대해서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이견이 있다. 보험료 부과와 징수는 건보 재정관리와 맞물려있는 만큼 징수업무만 쪼개서 위탁할 수 없다(사공진 교수)는 주장도 있고, 건보뿐만 아니라 4대 사회보험을 함께 이관해야 한다(전병목 박사 등)는 주장도 있다.

전병목 박사는 “건보뿐만 아니라 4대 사회보험 징수를 모두 국세청이나 별도 기관에서 담당하도록 해 표준화된 부과기준을 적용하면 민원도 상당수 줄어들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에 대해 사공진 교수는 “연간 공단이 처리하는 민원 7,800만 건 중 80%가 보험료 관련 민원이라 많은 인력이 할애되고 있지만 부과체계가 소득으로 개편되면 그만한 인력은 사실상 필요없다”면서 “궁극적으로는 공단 직원들이 가입자의 건강증진사업에 매진할 수 있도록 역할 조정이 필요하게 될 것”이라며 공감을 표했다.

다만 그는 징수업무를 국세청으로 이관하는 것에 대해서는 부정적이었다. 보험료 징수는 건보 재정관리와 맞물려있는 만큼 징수만 별도로 분리해 관리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심평원 고위 관계자도 “원칙적으로는 보험료를 국세청에서 걷는 것이 가능하지만 세금을 안내는 하위 30% 계층이 있어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면서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건보와 조세는 엄연히 차이가 있는 만큼 징수업무를 모두 이관하기 보다는 혼합해서 관리해 보완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2007년 국무조정실의 사회보험 적용 징수 일원화 방안에 따르면 오히려 사회보험 통합징수를 통해 서비스나 체납관리가 효과적일 것으로 전망됐다.

국세청에 근로소득신고를 하는 만큼 별도의 신고절차가 필요 없고, 징수 후 체납자 관리도 타 보험과 통합할 수 있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또한 동일 대상에 중복해서 체납 관련 업무를 수행할 필요가 없고, 통합센터를 구축해 보험료 부과와 서비스 서식을 공통으로 만들면 1회 방문 시 4대 보험 업무를 한꺼번에 처리해 서비스 수준도 높아진다는 것이다.

나아가 단순 보험료 징수뿐만 아니라 사회보험공단 지사를 통합해 운영하는 방안도 제시됐다. 현재 공단 간 가입자 관리 등 기본 업무가 상당수 중복되고 지사는 지나치게 많아서 재정절감이 필요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공주대 사회복지학과 최인덕 교수는 ‘사회보험 관리운영 효율화의 비용효과분석’ 보고서를 통해 4대 사회보험의 지사 운영의 비효율성을 지적했다. 각 보험공단의 지사가 서로 동일 건물이나 반경 1km이내에 있는 경우가 상당수 있었던 것인데, 이들만 통합해도 연간 최대 5,300억원의 재정이 절감됐다고 계산했다. 구체적으로 공단과 국민연금만 통합하면 절감되는 재정이 연간 2,664억원, 근로복지공단과 고용센터를 통합하면 637억원의 비용효과가 나타난다는 분석이다.

최 교수는 “공단의 주요 문제인 민원 대응도 보험료 부과방식의 개편과 전산화로 통합관리할 수 있을 만큼 발전했고 일부 사회보험포털서비스 기능이 그 역할을 하고 있다”면서 “양질의 급여서비스 관리업무에만 공단이 전념할 수 있도록 효율화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해체 후 남은 과제는…전문성 강화

만약 건강보험료 징수업무를 국세청으로 이관하고 나면 노인장기요양보험과 건강검진 등 건강증진사업의 관리 문제가 남는다. 이중 노인장기요양보험은 별도의 공단으로 분리해 전문성을 키우는 방식으로 해결하자는 주장이 설득력이 있다.

현재에는 공단이 건보와 장기요양을 함께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향후 고령화 사회와 보장성 강화 등에 따라 장기요양의 수급자와 서비스기관이 늘어나게 되는 만큼 별도의 운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대신 장기요양의 효율적 운영과 투명성, 전문성 향상을 위해 청구·심사는 건보처럼 심평원에 맡겨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의료계 한 관계자는 “노인장기요양보험은 공단이 청구부터 지급, 사후관리까지 자체적으로 다 관리하고 있는데 제대로 관리가 되고 있는지 확인이 어렵다”면서 “제도 운영에 필요한 적정인력을 확보하고 제도의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별도 운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 외 공단의 건강증진사업이나 단순한 가입자 관리 등의 업무는 과거(조합주의 시절에) 흔히 주민센터(동사무소)에서 공단업무를 함께 수행했던 것처럼 주민센터나 지역 보건소와의 연계로 충분할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현재 부처 간 업무 중복이 심한 만큼 중복 사업은 통합하고 불필요한 사업은 중단해 체계적인 관리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같은 방안은 지난 4월 기획재정부가 검토한 ‘고용·복지분야 기능점검 추진방안’ 보고서에서도 언급됐다. 공단이 국민건강검진 이외에 건강증진센터 17개소 운영, 노인건강교실, 건강캠페인, 생활습관 개선 등 건강증진사업을 하고 있는데 보건소와 건강증진재단과 업무 중복이 있다는 것이다.

이에 건강증진재단은 통합적인 건강증진사업 모델을 개발하고, 보건소는 구강건강관리, 진료실 운영, 저소득층 영양개선 및 만성질환관리, 금연, 홍보 등의 업무를 공단 산하의 건강증진센터와 협업을, 공단은 건강캠페인, 생활습관 개선사업 폐지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공단 “37년간의 노하우, 줄 수 없다”

이같은 주장에 대해 공단은 효율적이지 못한 방법이라고 반박했다. 수년간 쌓아온 보험료 징수 노하우를 고스란히 국세청에 줄 수 없으며 징수업무를 무 자르듯 쉽게 분리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또 국민들이 보험료를 조세로 인식하게 돼 건강보험제도에 대한 반감이 커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공단 박병태 기획상임이사는 “보험료를 부과하면 직장가입자는 93%가 납부되고 지역가입자는 75%를 납부한다. 추가 독려를 하게 되면 10%정도의 체납만 남게 되는데 그 금액만 연간 8,000억원에 달한다”면서 “이를 받기 위해 2,500여명의 직원이 내규에 따라 체납 고지, 독촉, 압류 등을 해 99.7% 징수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박 이사는 “공단은 20년이 지난 건보료 자료도 관리해 체납징수를 해 건보재정을 확보하려고 하는데 국세청이 이를 관리하게 되면 재정 누수가 생긴다”면서 “나아가 조세형태로 국민이 인식해 무상의료를 요구하는 상황까지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공단 노조 관계자도 “징수 업무는 단순하지가 않다. 악덕 민원에 시달리면서 지속적으로 독촉 고지를 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얻은 노하우를 국세청이 대신할 수 없다. 또 국세청 이관시 인력조정도 불가피한 만큼 찬성할 수만은 없다”고 털어놨다.

노인장기요양보험에 대해서는 김태백 장기요양상임이사가 “노인장기요양보험은 수급자 및 기관을 관리 감독하는 전반에 걸쳐 인적 자원과 노하우가 반영되며 그에 따라 관리감독과 평가를 수행하는 만큼 심사업무를 분리할 수 없다. 자체적으로 평가를 강화해 서비스 질을 개선해 나가면 된다”고 말했다.

또 공단은 기존의 건강관리 사업과 공단의 업무는 대상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공단 박병태 이사는 “증진재단은 전체 국민을 대상으로 건강증진사업을 구상하지만 공단은 검진 결과 등에 따라 대사성질환자를 중심으로 관리를 하고 있다”면서 “단순히 시설과 인프라를 구축하는 차원이 아닌 병·의원 진료를 받기 이전, 증상이 악화되기 이전까지 관리하는 게이트 키퍼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신 박 이사는 “내년에 장기요양분야 인력이 증원돼 서비스 개선에 주력할 것이며 정보관리실도 강화하고 현지조사 인력도 충원하는 등 내부적인 변화를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취임한 의사 출신 성상철 공단 이사장은 “공정한 보험료부과체계와 수가·약가·지불제도 등 제도를 개선해 보험재정이 효율적으로 관리돼야 한다”면서 “공단의 빅데이터 등을 활용해 만성질환자 건강관리 체계를 정립해 의료비 급증에 대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시작은 이제부터, 논의의 장 만들자

이러한 다양한 쇄신론과 해체론이 제기되고 있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변화의 필요성과 구체적 방안을 논의하는 장이 마련돼야 한다는 점이다. 비판과 지적만이 아닌 전 국민의 건강보험제도가 한 단계 진보할 수 있기 위해서는 다시금 현 실태를 점검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박형욱 교수는 “우리나라의 의료보장제도를 어떻게 발전시켜나 갈지에 대해 환자와 의료계, 정계가 함께 머리를 맞댈 수 있는 자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의협 서인석 보험이사는 “공단을 둘러싼 각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공단 스스로가 현 실태를 점검하고 투명해질 필요가 있다”면서 “업무의 한계가 있다면 목소리를 내서 개선을 요구하고 현 상황을 공개해 부족한 인력과 지원을 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실련 남은경 팀장 역시 “그간 공단이 보험자로서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없었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현재 상황을 제대로 파악해 잘못된 것을 바로 잡아나가야 한다”고 했다.

나아가 공단 자체적인 연구뿐만 아니라 복지부와 기재부 등 관련 부처가 함께 하는 논의 기구를 만드는 것은 어떠냐는 제안도 나왔다. 사공진 교수는 “과거 건강보장미래전략위원회 같은 기구를 만들어 보험자의 역할에 대한 정의를 먼저 세우고, 그에 걸맞은 역할을 부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면서 “향후 100년을 바라보고 제도적 개선을 논의할 적기가 지금”이라고 말했다.

쇄신이든 해체든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시민단체와 의료계, 학계 등 전문가들은 하나같이 이대로는 안 된다고 말한다. 특히 이들은 공단 내부뿐만 아니라 큰 틀에서의 변화가 필요한 시기임을 강조했다. 전국민건강보험제도의 발전이냐 붕괴냐를 두고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이제 실질적인 논의를 거쳐 특단의 결정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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