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의사 신문 양금덕] 국민건강보험공단이 7월 1일 창립일을 기념해 릴레이(?) 토론회를 열고 있다.

빅데이터 열풍에 맞춰 건강보험 진료내역을 활용한 포본 코호트 DB를 소개하고 건강보험 빅데이터 활용 방법도 제시한다. 건강보험과 장기요양보험의 규제를 개혁하고 과잉 진단과 진료의 문제점을 짚어보는가 하면 진료비청구지급체계 정상화 방안도 논의하고 있다.

이렇게 지난주부터 금주까지 토론회만 총 7회다. 물론 연례 행사인 창립기념식과 봉사활동 등도 열렸다.

이 많은 행사를 기획하고 준비하느라 관련 부서에서는 수개월간 심혈을 기울였을 테다.

그런데 유심히 들여다보면 이 토론들은 하나같이 제도의 문제점만을 꼬집고 있다. 또 하나같이 건보재정의 안정화와 국민편익을 전제하고 있다. 수년째 반복되는 ‘건강보험의 지속가능성’을 위해서는 건강보험 제도라는 틀을 바꿔야 한다는 논리를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개혁과 쇄신, 빅데이터. 언뜻 보면 공단의 외침은 그럴싸해 보인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공단 말대로 소득 중심으로 건강보험료 부과기준을 바꾸기만 하면 국민들의 보험료 불만이 줄어들까.

공단 말대로 요양기관이 진료비 청구를 심평원이 아닌 공단에만 하면 자격관리가 잘되고 검찰도 잡지 못하는 사무장병원도 척척 잡을 수 있을까.

체납된 2조원의 보험료도 단숨에 거둬들일 수 있을까. 이렇게만 하면 건강보험제도가 훌륭하게 정착될까.

물론 37년간 지나치게 변치 않은 건보체계가 바뀌어야 한다는 취지에는 공감한다. 그러나 공단은 가장 중요한 무언가를 놓치고 있다. 건보제도를 관리, 유지해 나가야하는 공단 임직원이다.

건강보험이 도입된 1977년부터 공단은 바뀌지 않은 제도만큼이나마 임직원들의 나태함도 그대로였다.

직원이 수억원씩 보험료를 횡령하는 일도, 자격확인 업무를 간과하는 것은 물론 체납보험료는 연간 2조원 가량에 호화청사 건립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그래서 아쉽다. 중년으로 들어서는 건강보험의 개혁만 외칠 게 아니라 업무를 수행하는 공단도 한번쯤은 자정을 고민하고 노력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어떨까.

공단은 전국민을 대상으로 한 보험제도를 운영하는 거대조직이다. 이는 대대적으로 건보제도의 틀을 바꾸기에 앞서 이를 도맡아 수행할 직원들의 청렴과 업무능력향상 등 자질을 강화하는 것이 선행돼야 하는 이유다.

제 아무리 그릇을 닦고 땜질을 한들 변함없이 고여 있는 물은 말라가고 썩어들기 마련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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