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욱의 진료실의 고고학자

[청년의사 신문 박지욱] 우리가 당뇨병이라 부르는 병의 영어 이름은 diabetes mellitus다. 이 이름은 라틴어와 그리스어의 조합으로 이뤄져 있는데 diabetes mellitus = dia(=through) + betes(=to go) + mellitus(=honey), 글자 그대로 해석하면 ‘꿀이 그대로 나온다’라는 의미다. 이 말은 우리가 입으로 섭취한 당분이 오줌으로 다 빠져 나온다는 의미인데, 이것을 한자식으로 당뇨병(糖尿病)이라 부르는 것이다.

고대 인도인들은 전신쇠약과 다뇨증이 있는 환자들의 ‘오줌에 벌레들이 유난히 많이 꼬이는’ 현상을 이미 알았고 이를 이용해 질병을 진단하기도 했다. ‘단 오줌(sweet urine)’을 뜻하는 인도말인 ‘맏후메하(Madhumeha)’는 중국, 우리나라, 일본의 의학에 그대로 영향을 미쳐 지금도 糖尿病이라 쓰고 잇다. 하지만 중국어로는 [tang niao bing], 우리말로는 [당뇨병], 일본말로는 とうにょうびょう[tounyoubyou ]라고 쓰고, 발음한다.

서양에서도 기원전 1,500 년경에 씌어진 고대 이집트의 에버스 파피루스(Ebers Papyrus)에 ‘오줌이 많이 나오는 병(passing of too much urine)’ 이야기가 등장한다. 하지만 인도와는 달리 단 맛에 대한 질(質)적인 언급은 없고 다량의 오줌이라는 양(量)적인 비정상에만 관심을 보였다.


▲ diabetes 는 압력 차이를 이용해 물을 옮기는 기구인 사이펀(siphon)을 부르는 그리스어 diabainein 에서 기원했다. 김은영 기자

1세기 경에 카파도키아 출신의 그리스 의사 아레타에우스(Aretaeus the Cappadocian)는 몸 속의 수분이 신장에서 걸러지지 않고 많은 양의 오줌으로 빠져나간다고 이 병에 처음으로 붙인 이름이 diabetes. 이름 자체는 다뇨증(多尿症)이다. diabetes는 압력 차이를 이용해 물을 옮기는 기구인 사이펀(siphon)을 부르는 그리스어 diabainein에서 기원했다. 이처럼 diabetes는 몸 안의 수분을 퍼낸다는 뜻을 지니고 있다.

1684년에, 영국의 저명한 의사 윌리스(Thomas Willis; 윌리스 혈관 고리를 발견했다)는 천 년 동안 “pissing evil(오줌 누는 병)”로 불려진 이 병에 걸린 환자들의 오줌이 ‘단 맛’이 나는 것을 서양인으로서는 처음으로 확인했다. 단맛 나는 오줌 병의 이름을 라틴어로 ‘꿀’을 의미하는 mellitus를 더해 오늘날에도 사용하는 이름 diabetes mellitus을 붙였다.

1794년에는 독일 의사 프랑크(Johann Peter Frank)는 다뇨증이긴 하지만 단 맛은커녕 아주 싱거운 오줌을 많이 누는 병을 diabetes insipidus(요붕증(尿崩症))라고 불렀다. insipidus란 라틴어로 ‘아무런 맛이 없다’는 의미다. 이때부터 diabetes는 오줌의 맛에 따라(?) mellitus(단 맛)와 insipidus(싱거운 맛)로 확실히 구별하였다. 물론 이 둘은 전혀 다른 병이다.

diabetes mellitus이든 diabetes insipidus이든, 이 이름들을 들을 때마다 환자의 지린 오줌을 맛보아야 했던 옛 선배의사들의 고역스러운 표정이 떠올라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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