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위 인정 요구한 한방물리요법 34개 항목근거는 현대의학 교과서


▲ 힌방특위가 한방재활의학 저자 12명을 현대의학 침범 및 저작권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청년의사 신문 김정상]

표절한 논문이나 교과서를 근거로 만들어진 정책은 신뢰할 수 있을까, 없을까?

보건당국이 최근 현대의료기기를 이용하는 행위가 포함된 한방물리요법 34개 항목에 대해 의료행위 인정 여부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그 근거로 삼은 교과서가 표절시비에 휘말렸다.

대한한의사협회가 보건복지부에 의료행위 인정 여부 검토를 위해 제출한 ‘의·한방 물리치료 행위들 간의 비교’ 자료를 본지가 단독으로 입수해 살펴본 결과 ▲경근초음파요법(초음파치료) ▲경근극초단파요법(극초단파치료) ▲경피전기자극치료(전기신경자극치료) 등 현대의료기기 사용을 인정하는 내용이 다수 포함돼 있었다.

이에 대해 복지부 보험급여과 관계자는 “심평원으로부터 한방물리요법에 대한 자료를 받아서 검토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구체적인 의료행위 인정여부에 대해서는 아직 확정된 것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34개 항목들에 대한 ‘의료행위 인정 여부 검토’는 곧 한방의료행위로 인정할지 말지를 검토한다는 의미로, 만일 이를 한방의료행위로 인정할 경우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를 이용한 치료행위가 공인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이후 해당 항목의 급여 또는 비급여 여부에 대한 논의로 이어질 가능성도 크다.

실제로 한의협은 지난 2008년 건강보험공단이 의뢰한 연구용역 사업인 ‘한방물리요법 보험급여화 타당성 및 적정성에 관한 연구’를 통해 32개 항목에 대해 의료행위로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그 결과 2009년 ▲경피적외선조사요법 ▲경피경근온열요법 ▲경피경근한냉요법 등 3개 항목이 의료행위로 인정받아 급여 고시됐다. 지난해 말에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의뢰받은 연구용역인 ‘한의의료행위 행위정의구축과 분류개선 및 관리체계 구축 연구’를 진행했는데, 의뢰 주체만 다를 뿐 앞선 연구와 같은 맥락이다.

‘의·한방 물리치료 행위들 간의 비교’ 자료는 이 두 연구를 바탕으로 2008년 연구에서 의료행위로 인정받지 못한 29개 항목에 2011년 연구의 ▲경근단파요법 ▲경근수기요법 ▲추나요법 ▲한방언어요법 ▲자석첩부요법 등 5개 항목을 더해 총 34개 항목을 의료행위로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당연히 의료계는 반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특히 한의협이 34개 항목을 한방의료행위로 인정해야 한다고 근거로 내세운 관련 한의학 교과서들이 현대의학 교과서를 표절했기 때문에 한방의료행위로 볼 수 없다며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 한방대책특별위원회(이하 한방특위, 위원장 유용상)와 대한재활의학회, 대한물리치료사협회는 지난 10일 한의학 교과서인 ‘한방재활의학(편저 한방재활의학과학회, 2011년 출간)’ 저자 12명을 현대의학 침범 및 저작권법 위반 혐의로 서울지방검찰청에 고발했다. 한방특위와 재활의학회 등은 이 교과서가 현대의학 교과서인 ‘재활의학(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정형외과학’, ‘스포츠의학’ 등 현대의학 교과서를 무단으로 표절해 사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방특위 유용상 위원장은 “대한재활의학회와 함께 한방물리요법의 근거로 제시되고 있는 한방재활의학 교과서를 살펴본 결과 현대의학 교과서를 표절한 것을 확인했다”며 “오탈자, 띄어쓰기는 물론 페이지 전체를 카피(copy), 복제(paste)한 정황도 파악했다”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한의협과 한방재활의과학회는 “(의료계의) 터무니없는 주장에 대해 대응할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면서도 교과서 표절 내용에 대한 구체적인 질문에는 답변을 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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