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민주 강선우 의원, 예방의학회 등과 토론회 개최…전문가들 "질병관리청 아닌 질병예방관리청 필요"

질병관리본부를 청으로 승격하고 연구 기능을 담당해온 국립보건원을 보건복지부 산하로 이관하는 행정안전부의 정부조직개편안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승격될 질병관리본부의 청사진을 놓고 다양한 그림들이 그려지고 있어 주목된다.

특히 대한예방의학회, 한국역학회, 대한응급의학회, 대한감염학회, 한국보건행정학회, 대한보건협회 등 학계에서는 질병관리본부가 청으로 승격되더라도 ‘예방기능’을 빼서는 안된다는 지적이다.

더불어민주당 강선우 의원과 이들 학회는 12일 오전 국회에서 ‘질병예방관리청 왜 피요한가’를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질병관리본부를 질병예방관리청으로’를 주제로 발제한 예방의학회 감신 이사장은 질병예방관리청의 주요 기능으로 ▲국민의 건강수준과 결정요인 조사 감시 ▲감염병의 유행 예방과 유행 시 관리 대책 ▲공중보건위기 대응 ▲주요 만성질환의 감시와 관리 대책 ▲건강증진과 질병예방을 위한 기술과 실행전략 개발 ▲인력 교육과 훈련, 대국민 홍보 등을 꼽았다.

또한 질병관리분야와 관련해 보건복지부와 질병예방관리청의 확실한 역할 구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복지부는 타 중앙부처와의 조정, 질병관리와 공중보건 관련 법규 관리, 행정 지원 등만 담당하고, 감염병 등 국가 주요 질병관리를 위한 연구, 주요 질병관리를 위한 정책개발과 사업관리, 주요 질병관리 정책과 사업 평가 등 실질적인 업무는 질병예방관리청이 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감 이사장은 “예방과 치료 간 균형을 위해 질병예방과 건강증진 정책 우선순위를 높여야 하고 예방이 삶에 자리잡고 일상이 돼야 한다”며 “때문에 질병관리본부의 질병예방관리청 전환은 기능강화 차원을 넘어 시대적 요청”이라고 말했다.

‘질병예방관리청 개편-공중보건원 신설’을 주제로 발제한 한국역학회 김동현 회장은 공중보건체계 구축을 주도할 수 있는 정부 조직이 필요하다며, 질병예방관리청 산하에 공중보건원을 설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중보건원의 기능과 역할로는 ▲공중보건위기 대비와 대응을 위한 위기평가 및 예측 전략 수립 ▲통합 건강통계센터 운영 ▲효율적‧윤리적‧전문적 역학조사 체계 재정립 ▲공중보건연구 ▲지역중심 질병예방관리 및 방역대응 능력 강화 등을 꼽았다.

특히 김 회장은 공중보건원 설립 후 지역중심 질병예방관리 및 방역대응 능력 강화가 필요하며, 이를 통한 ▲지역보건-공공의료 전담 전문조직 강화로 공중보건위기대응 콘트롤 타워 구축 ▲지역보건소 기능 개편과 역학 강화로 지역보건의료 거버넌스 구축 ▲공중보건 전문인력의 체계적 양성 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 회장은 “중앙과 지방의 질병관리체계 이원화로 공중보건 행정의 일관성이 부족하고 광역자치단체의 취약한 공중보건 역량과 보건소 지원 및 조정 기능, 공중보건의료 전문가 양성을 위한 체계적 교육과정, 공중보건 연구 수행을 위한 연구수행 등의 기능이 부재하다”며 “(공중보건원 설립으로) 지역사회 기반 질병예방관리 기반을 구축해 지역 간 건강불평등 해소와 건강의 핵심가치 구현이 중앙과 지방정부의 핵심건강정책이 돼야 한다”고 밝혔다.

‘의료위기 대응의 컨트롤타워 질병예방관리청’을 주제로 발제한 응급의학과 허탁 이사장은 현재 감염병, 만성병 중심의 질병관리본부 업무에 응급의료와 다양한 재난업무를 연계 통합한 질병예방관리청이 의료위기 대응의 컨트롤타워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허 이사장은 지역 완결형 의료체계 구축이 필요하다며 지역 질병관리본부가 의료위기 대응의 지역 컨트롤타워가 돼 중증도에 따른 합리적 의료서비스 이용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를 위해 소방청-지역소방본부-소방서로 이어지는 조직체계와 같은 질병예방관리청-지역질병관리본부-보건소로 이어지는 조직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질병관리본부, 국립보건연구원 개편을 위한 제언’을 주제로 발제한 감염학회 백경란 이사장은 전문성과 독립성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백 이사장은 감염학회가 바라는 질병관리본부는 ▲세계 최고의 전문가 집단 ▲과학적 근거 기반 질병 정책 수립 ▲전문가 인재 양성 ▲질병 관련 정책 수립-실행-연구-교육 연계라며, 이를 위해 예산과 인사권 독립성을 보장하고 전문성 확보가 중요하다고 밝혔다.

특히 전문성 확보와 관련해 전문가가 신념과 보람을 가지고 일할 수 있는 제도와 조직문화, 장기 근무를 통한 전문성과 경헙 축적이 필요하다며, 경력직이나 전문가 개방형 직위를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립보건연구원에 대해서는 질병예방관리청 산하 기초연구기관으로 유지해야 하며 ▲국립감염병연구소를 통한 감염병 연구 통합 진행 ▲연구개발 예산 독립 배정 운용 ▲보건의료 연구개발 중앙 연구기관으로 성장 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발제에 이은 토론에서는 질병관리본부를 청이나 처로 승격시키는 것을 넘어 보건부를 신설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한국보건행정학회 박은철 회장은 “질병관리본부를 청으로 승격시키는 것은 (보건의료 위기대응을 위한)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다”라며 “보건부를 신설해야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회장은 “보건의료분야에 특별한 이슈가 없는 경우 통상적으로 보건복지부 장관은 복지 전문가가 맡게 된다. 이런 형태로는 다음에 오는 신종 감염병 사태를 막는데 다시 제한이 생길 것”이라며 “정부조직법 개정은 통상적으로 정권교체 시기에 하게 되는데, 앞으로 2년 남았다. (질병관리본부 청 승격을) 중간 과정 조직개편으로 보고 (2년 후) 현 조직 개편을 일부 수정해 (보건부 신설이)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고려의대 예방의학교실 천병철 교수는 “질병관리본부를 청이나 처로 승격시키면서 중요한 것은 예방기능을 포함시키는 것이다. 특히 질병관리본부가 실질적인 역할을 수 있게 하는 것이 중요하며 청보다는 처 승격을 위해 힘을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복지부를 대표해 참석한 건강정책국 나성웅 국장은 질병관리본부 청 승격과 관련해 원칙을 제대로 세우고 국민에게 실질적인 도움되는 역할 배분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나 국장은 “(조직개편과 관련해) 원칙이 중요하다. 백화점식 이견은 혼란을 부를 뿐이다. 질병관리본부를 청으로 승격시키는 등의 조직개편이 무엇을 위한 것인지가 중요하다”며 “질병관리본부를 청으로 만드는 이유는 감염병 컨트롤 타워 강화를 위한 것이기 때문에 (이번 논의도) 이를 지킬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나 국장은 “조직 개편 시 과도기가 있을 것이다. 그 과도기에 대국민 서비스에 부족한 점이 없도록 점진적으로 가야 한다”며 “(각 조직에) 어떤 미션을 합리적으로 배분하는지가 중요하다. 국민들은 누가 하는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떤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나 국장은 “조직 개편에 대해 융합, 포괄적으로 접근해 연말까지 준비에 차질이 없어야 하며 질병관리본부를 청을 승격시킨다면 승격 후 청으로 안착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에서 도울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청년의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