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범사업 최종안에 ‘심층·변증진단 진찰료’ 포함하자 유관단체 “과도한 수가 책정” 반발
한의협 최혁용 회장, 시범사업 진행여부 전회원 투표 부쳐…“회원들 뜻에 따르겠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미뤄졌던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 논의가 5개월 만에 재개됐지만 건강보험정책심의원회 소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제동이 걸렸다.

정부가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 추진 방안으로 제시한 ‘심층·변증진단 진찰료’가 발목을 잡았다.

보건복지부는 9일 오후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소위원회를 열고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 추진 계획안’을 상정·논의했다. 이날 건정심 소위는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 추진 방안만 단독 안건으로 다뤘다.

당초 복지부는 건정심 소위에서 논의된 세부 계획안을 본회의 최종안으로 상정한 뒤 올해 하반기부터 시범사업에 들어갈 계획이었다.

지난 2월 예정됐던 건정심 소위에서 먼저 해당 안건을 다루기로 했으나, 코로나19 여파로 정부 회의가 미뤄지면서 논의가 사실상 중단된 바 있다.

이날 건정심 소위에서는 정부가 제시한 최종안을 두고 의약단체들과 논의가 진행됐으나, 정부가 첩약 수가로 제안한 진단·처방료 이외에 '심층변증방제기술료'가 포함되면서 과도하게 수가가 책정됐다는 의약단체 지적이 잇따르며 제동이 걸렸다.

정부가 제안한 수가안은 첩약 급여 시범사업 후보 대상질환 지침에 부합되는 경우 첩약 한재(20포)당 기본진찰료를 포함하여 최대 15만7,170원이다. 상병별 약재비 상한 금액에 따라 차이도 발생할 수 있다.

첩약 한재 수가 15만7,170원은 ▲진단·처방료 ▲첩약 조제료(원내조제 ·원외조제) ▲약제비 등으로 구성되는데 진단·처방료 항목에는 심층변증방제기술료가 포함됐다.

그러나 이날 유관단체들이 이에 대해 이견을 제기하면서 결론을 내지 못한 채 끝이 났다.

이에 정부는 6월 말 본회의 보고 전에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 수정안을 마련해 의약단체들과 협의하겠다는 방침이다.

의약단체 한 관계자는 회의 후 본지와 통화에서 “정부가 진찰료 이외에 심층변증방제기술료를 항목에 더 넣었다”며 “정신과 심리상담의 경우 심층 상담을 위해 35분 정도를 기준으로 수가를 적용하는데 이를 한의과에 적용하는 게 합당한지 놓고 이견이 있었다”고 전했다.

그는 “정부가 제시한 안을 살펴보면 심층변증방제기술료에 따른 상대가치점수가 터무니 없이 과도하게 올라가 있는 부분이 있는데 이 부분에 대한 설명이 부족했다. 이에 본회의로 올라가기 전에 다시 한 번 논의가 필요하다고 결론이 내려졌다”고 설명했다.

한편, 정부는 3년에 걸쳐 3단계로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1단계 한의원을 중심으로 시범사업을 시작한 뒤, 2단계와 3단계에서는 한방병원이나 약국 등으로 사업대상을 확대하는 것이다.

1단계에 투입되는 정부 예산은 500억원 정도로, 본인부담금을 합하면 1,000억원 규모가 된다. 본인부담률은 50%가 적용될 계획이다.

첩약 급여화 대상 질환은 뇌혈관질환 후유증, 안면신경마비, 월경통, 알러지비염, 무릎관절염 등 총 5개 질환이며, 1단계 시범사업에서는 뇌혈관질환 후유증, 안면신경마비, 월경통 3가지 질환에 대해서만 진행된다.

이에 대한한의사협회는 이날 소위에서 정부가 제시한 최종안을 두고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 추진 여부에 대한 찬반 투표를 실시키로 했다.

한의협 최혁용 회장은 “건정심 소위에서 복지부의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 방안이 공개됐다”며 “6월말 본회의 보고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 진행 여부에 대한 전회원 투표를 발의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지금 준비된 시범사업안이 최종 결과는 아니다. 시범사업의 적극적인 참여와 성실한 수행을 통해 대상 질환을 확대하고 처방 일수를 늘려 나가야 한다”면서 “시범사업은 시작일 뿐이다. 지금의 시범사업에서 시작해 차츰 영역을 넓혀가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했다.

최 회장은 “반대의 결과가 나온다면 43대 집행부는 더 이상의 첩약 급여화 사업은 추진하지 않겠다”며 “회원투표로 확인될 회원들의 뜻에 따르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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