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사 규정에 맞춰 소규모 미팅 모니터링 'SAP' 기준 5→2명 강화
행사 취소시 직원과 의사에 불이익…영업직 "영업활동 위축 불가피"

한국MSD가 지난해 직원 감시 및 의사 사생활 침해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외부모니터링 프로그램(Self-assurance program, 이하 SAP)'을 더욱 강화하겠다고 나서 논란이 예상된다.

SAP는 한국MSD가 2018년 '경제적 이익 지출보고서 작성 의무화' 시행 후 직원들의 컴플라이언스(compliance) 준수 여부를 체크하기 위해 도입한 제도다.

하지만 본지 보도를 통해 SAP가 직원 감시는 물론, 제품 설명회 등에 참석한 의사들의 대화까지 기록한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의료인들 사이에 공분이 일기도 했다. 여기에 직원들까지 나서 SAP의 사생활 침해 문제 등을 지적하고 나서자 한국MSD는 이를 개선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본지 취재 결과, 한국MSD는 오는 30일부터 SAP 적용 대상인 '소규모 미팅(small meeting)'의 인원 기준을 글로벌 가이드라인 원칙에 따라 2~25인으로 확대 적용한다고 임직원에 통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MSD는 5~25인 소규모 미팅의 약 5%에서 무작위로 SAP을 실시해왔다. 한국MSD 관계자 역시 "글로벌 규정은 원래 '2인 이상'으로 돼 있지만 한국의 영업문화 특성상 그간 '5인 이상'으로 본사를 설득해왔다"고 본지에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이번에 최소 인원 기준을 5인에서 2인으로 확대하고 나선 것이다. 즉, 영업사원 1명이 의료인 2명과 만나는 자리에도 무작위로 외부모니터링 직원이 참관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한국MSD의 강화된 SAP 규정에 따르면, 의사를 만나는 소규모 미팅(meeting)은 행사 3일전(근로일 기준)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하고, 등록된 식사 장소에서만 가능하다. 회사는 사전 알림 없이 행사 45분 전에 해당 직원에 '통보' 후 모니터링을 실시할 수 있다.

이대로라면 한국MSD 영업사원과 약속한 의사는 45분 전 모니터링 직원과 동석한다는 걸 전달받게 되는 셈이다. 이 때 의사가 미팅을 거부하거나 취소할 경우, 해당 영업사원과 의사에겐한국MSD 자체적으로 '제약'을 가한다. 영업사원 등에게 '참관 프로그램에 대한 거부를 심각한 위험(Risk) 요인으로 보기 때문에 추후 해당 고객에 대한 (또다른) 행사 진행에 제약이 있을 수 있다'고 통보한다는 것이다.

더욱이 MSD는 SAP를 글로벌 전체에 적용하고 있지도 않다. 미국과 일부 유럽 국가를 제외하고 동남아 국가와 한국 등에서만 이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실제로 한국MSD도 "Global Standard 5.2.13에 명시된 미국과 일부 유럽 국가를 제외한 MSD International에서 Small meeting을 하고 있는 모든 나라에 동일하게 적용한다"고 공지했다.

한국MSD의 한 영업사원은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 없는 김영란법, 경제적 이익지출 보고서 작성 의무화 등 자율적으로 컴플라이언스를 준수하고 있는 나라"라며 "회사는 이러한 한국의 제도를 신뢰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 한국MSD 영업사원들의 SAP 기준 완화 요구에도 불구하고 일방적으로 외부인 참관 프로그램을 강화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의사 2명 이상의 제품설명회에 외부인이 사전고지 없이 참관하게 된다면 제약사와 의사의 신뢰가 훼손되고 사생활이 침해될 가능성은 높아질 것"이라며 "이로 인해 결국 영업부서의 영업활동은 위축되고 경쟁사 대비 경쟁력은 악화돼 머지않아 매출 감소와 고용 불안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토로했다.

한편, 한국MSD는 이번 SAP 강화와 관련해 "SAP는 MSD 제품설명회를 보다 객관적인 관점에서 점검하고 보완하고자 하는 노력"이라며 "진행 과정에서 의료진의 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추후 분사가 확정된 '오가논'에서의 SAP 유지 여부에 대해서는 "어떠한 정보도 받은 바 없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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