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대병원 정운선 교수팀, JKMS에 심리방역 담당한 정신건강 전문가들 활동 발표
코로나 초기 마스크 줄서기 있었지만 적극적인 ‘심리방역’이 심리적 공황 줄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전세계를 휩쓸면서 발생한 사재기 현상이 우리나라에서는 보이지 않았던 이유는 뭘까. 정신건강 전문가들은 국내 코로나19 사태가 확산되면서 시작된 ‘심리방역’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경북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정운선 교수 연구팀은 최근 코로나19 사태 속 심리사회적 지원을 담당한 정신건강 전문가들의 활동을 정리한 논문을 대한의학회 국제학술지 JKMS에 발표했다(Psychosocial Support during the COVID-19 Outbreak in Korea: Activities of multidisciplinary Mental Health Professionals).

Timeline of psychosocial support in the social context during the COVID-19 outbreak in Korea.COVID-19 = coronavirus disease 2019.

연구팀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로 전세계는 사회적 거리두기 등으로 신체적, 사회적 고립이 발생했고 이로 인해 정서적 유대감을 상실을 호소하는 사례가 늘었다.

특히 전염성이 강한 코로나19로 단기간 내 확진자 수가 빠르게 증가하면서 집단적 두려움과 불안이 사람들의 심리를 압도했고, 세계 곳곳에서 식량이나 생필품 등을 사재기 하는 현상이 발생해 심리방역 필요성이 제기됐다.

이 같은 심리적 불안감은 코로나19 사태 초기 약국 앞에 마스크를 사기 위해 줄을 섰던 우리나라에서도 짧게 관찰되기도 했다.

하지만 국내에서 심리적 공황상태가 길지 않았던 데는 즉각적인 심리적 지원이 제공됐기 때문이라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국내 코로나19 첫 번째 확진자가 발생한 지 9일이 지난 1월 29일 보건복지부는 ‘코로나19 통합심리지원단’을 구성해 확진자, 격리자 등에게 심리지원을 진행했다.

먼저 우한 교민 701명을 대상으로 2주간 심리지원을 진행하면서, 고위험 선별검사와 격리 스트레스에 대한 원격상담을 제공했다. 또 대면 심리지원이 어려웠던 생활치료센터 내 확진자들의 정신건강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음성을 녹음해 파일로 전달하는 일도 지원단이 담당했다.

특히 신천지 교회를 중심으로 대구·경북지역 내 코로나19 확산사태가 청도 대남병원 정신과 폐쇄병동에서 집단감염 사태로 번지면서 현장 지원을 위해 정신건강 전문가들이 파견되면서 정신병동 내 감염병 사태 해결을 위한 프로세스도 마련할 수 있게 됐다.

코로나19 확진자로 판정받은 대남병원 환자는 중등도에 따라 경증환자는 국립정신건강센터로, 중증환자는 지정 의료기관으로 순차적으로 이송됐다. 이들 코로나19 환자들이 회복된 이후에는 지역 정신병원으로 전원됐다.

연구팀은 대남병원에서 보여준 이 프로세스를 재난발생 시 방역당국과 정신건강 전문가들 간 협력한 긍정적인 사례로 꼽았다.

초기에는 집단감염이 발생했던 특정 지역이나 시설을 중심으로 심리방역이 이뤄졌다면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그 대상과 범위도 확대됐다. 코로나19 사태가 지역사회로 확산되면서 전문가들은 대중을 위한 심리·사회적 지원을 위해 소매를 걷어 올렸다.

한국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는 3월 초 교육부가 개학을 연기하면서 집에만 머물렀던 학생과 가족은 물론 대구·경북지역 확진자들이 격리된 생활치료센터 내 심리지원을 위한 카드 뉴스를 제작해 배포했다.

또 교육자, 부모와 노인, 어린이 등 다양한 대상에 최적화된 메시지를 담은 비디오 클립을 제작한 것은 물론 코로나19에 대한 잘못된 정보와 소문에 관한 웹 코믹 등을 통해 알기 쉽게 전달하려는 노력도 기울였다.

연구팀은 “감염병 발생으로 팀원들이 물리적 공간에서 함께 일하기 어려워졌으나 온라인 환경에서 협업하면서 짧은 시간 내 심리사회적 치료에 유용한 내용을 만들어 대중매체를 통해 즉시 전달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에 연구팀은 “다른 사람을 돌보고 연결하는 지원활동은 감염예방 뿐 아니라 심리사회적 문제를 관리하는데 도움이 된다”며 “감염병 사태 가운데 심리사회적 지원은 감염관리 만큼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청년의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