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조직법 개정안’ 두고 감염병 전문가들 우려…“실질적 권한 없어 역할 할 수 없을 것”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정부가 질병관리본부를 청으로 승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지만 질병관리본부를 청으로 승격하되 산하 조직인 국립보건연구원을 보건복지부 산하로 이관하도록 한 데 대해 알맹이가 빠진 방안이라는 비판이 거세지자 문재인 대통령이 전면 재검토를 지시했다.

청와대 강민석 대변인은 5일 춘추관 브리핑에서 “문 대통령은 오늘 현재 질병관리본부 소속기관인 국립보건연구원과 감염병연구센터가 확대 개편되는 감염병연구소를 보건복지부 산하로 이관하는 방안에 대해 전면 재검토하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행정안전부가 입법예고한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따르면 질본은 청으로 승격되지만 산하 조직인 국립보건연구원과 연구원 내 감염병연구센터를 복지부 산하로 이관하도록 했다. 또 감염병연구센터를 국립감염병연구소로 확대 개편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감염병 전문가들은 질본이 청으로 승격되더라도 현재 방안으로 추진된다면 실질적인 권한이 없어 제대로 된 역할을 할 수 없을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특히 한림대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이재갑 교수는 지난 3일 저녁 직접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질병관리청 승격, 제대로 해주셔야 합니다’라는 청원을 올리기도 했다.

이 교수는 청원에서 “질병관리본부의 국장과 과장자리에 복지부의 인사적체를 해결하기 위해 행시출신을 내려 보내던 악습을 국립보건연구원과 국립감염병연구소에서 하려는 것이냐”며 “국립보건연구원을 질병관리본부에서 쪼개서 국립감염병연구소를 붙여서 확대해 복지부로 이관한다는 계획은 철회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본지와의 통화에서도 “거버넌스 문제도 많다. 질병관리청으로 승격만 하고 정책적인 기능을 넘길 생각은 전혀 하지 않고 있어서 전문가들은 보건부 독립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한다”며 “질병관리본부를 청으로 독립만 시켜 놓고 위기대응을 제대로 못해서 다시 복지부 산하로 들어가길 바라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고 비판했다.

이 교수는 “국립보건연구원이 복지부 산하로 이관되면 예산뿐만 아니라 질병관리본부 기존 인원의 3분의 1 가량도 떨어져 나가게 된다”며 “질병관리본부를 청으로 승격해 놓고 알짜배기는 다 빼가는 셈”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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