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본 청 승격 긍정적에도 ‘국립보건연구원 감염병연구센터’ 복지부 이관으로 논란
"감염병 연구기능 쪼개 국립감염병연구소 운영? 질본이 K-방역 주도하게 해달라" 국민청원

행정안전부가 질병관리본부 ‘청’ 승격과 보건복지부 2차관 도입을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지만 이를 통해 질본이 아닌 복지부만 이득을 보게됐다는 지적이 제기되며 논란이 일고 있다.

행안부가 복지부 2차관 도입과 함께 현재 질병관리본부 산하인 국립보건연구원 감염병연구센터를 국립감염병연구소로 확대 신설 후 복지부로 이관한다는 계획을 세웠는데, 감염병연구 기능을 질병관리청이 아닌 복지부로 이관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급기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질병관리청 승격 제대로 해주셔야 합니다'는 제목의 이번 정부조직법 개정안의 수정을 요구하는 청원이 올라왔다.

지난 3일 행안부가 입법예고한 정부조직법 개정안의 주요내용은 ▲질병관리본부 청 승격 ▲복지부 복수 차관 도입과 국립감염병연구소 신설 ▲지방자치단체의 감염병 대응 지원을 위한 지역체계 구축 등이다.

국립보건연구원

이 중 문제가 되는 부분은 복지부 복수 차관 도입과 국립감염병연구소 신설이다.

행안부는 “복지부에 차관 추가 신설에 따라 1차관은 기획조정 및 복지 분야, 2차관은 보건 분야를 담당하게 된다”며 “복수차관 도입을 통해 보건과 복지 각 분야에서 정책 결정의 전문성이 보다 향상될 것”이라고 말했다.

행안부는 “보건의료 기능도 보다 강화된다. 현 국립보건연구원의 감염병연구센터를 확대 개편해 국립감염병연구소를 신설하고 감염병 감시부터 치료제‧백신개발, 상용화까지 전 과정 대응체계를 구축함으로써 국가 차원의 감염병 연구기능을 대폭 확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복지부 복수차관 도입으로 보건의료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현재 질병관리본부 산하 국립보건연구원의 감염병연구센터를 확대 개편해 국립감염병연구소로 만들고 이를 복지부로 이관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행안부 계획대로라면 질병관리본부는 청으로 승격되면서 오히려 '감염병연구‧장기‧조직‧혈액 관리 기능' 등을 복지부 2차관에게 넘기게 된다.

메르스에 이어 이번 코로나19 사태에서도 한국의 감염병 정책을 주도적으로 이끌어 전세계적으로 K-방역이라는 칭송을 받아온 질병관리본부지만 정작 청으로 승격됨에도 불구하고 감염병 관리 주도권은 그대로 복지부에 남겨놓게 되는 셈이다.

이에 행안부의 정부조직법 개정안 입법예고와 동시에 일각에서는 이를 수정해달라는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특히 3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질병관리청 승격, 제대로 해주셔야 합니다’라는 청원이 올라왔다.

청원자는 “행안부에서 발표한 질병관리청 승격에는 황당한 내용들이 포함돼 있다”며 “질병관리본부 산하기관으로 감염병의 기초연구와 실험연구, 백신연구와 같은 기본적인 연구기능을 수행하고 있었던 국립보건연구원을 질병관리본부에서 쪼개서 국립감염병연구소를 붙여서 확대해 복지부로 이관한다는 계획은 철회돼야 한다”고 밝혔다.

청원자는 “복지부에 감염병 전문가가 얼마나 있기에 국립보건연구원과 국립감염병연구소 운영을 한다는 말인가”라며 “질병관리본부의 국장과 과장자리에 복지부 인사적체를 해결하기 위해 행시 출신을 내려보내던 악습을 국립보건연구원과 국립감염병연구소에서 하려는 건가”라고 지적했다.

청원자는 “국립보건연구원과 신설되는 국립감염병연구소는 질병관리청 산하에 남아있어야 감염병 대비 역량 강화에 시너지를 낼 수 있다”며 “질병관리청이 감염병 정책과 방역기능, 감염병 연구기능 전체를 아울러 주도적으로 이끌어가는 K-방역의 주역이 될 수 있도록 확실히 격려하고 밀어주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해당 청원은 4일 오전 6시 현재 6,800여명의 동의를 얻었다.

이와 관련 의료계 한 관계자는 "질병관리본부를 청으로 승격시키며 복지부가 그냥 내보내기가 싫었던 것이냐"며 "감염병 대응의 중심으로 만들겠다고 하면서 주요 감염병의 정책기능은 질병관리본부로 넘긴 것이 하나도 없다"고 꼬집었다.

그는 "질병관리본부의 연구조직인 국립보건연구원을 질병관리본부에서 떼어 국립감염병연구소를 붙여서 확대, 복지부로 이관하겠다고 하는데 질본의 1/3의 토막을 떼어가는 이상한 질병관리청 독립을 어떻게 이해하라는 것인지, 청와대는 국민들에게 어떻게 설명하고자 하는 것인지 납득할 수 없다"고 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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