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자 구연 및 포스터 195건 발표…최대 규모 선양낭포암 임상 등 포함

세계 최대 암 관련 학술대회에 국내 연구자들의 연구성과가 다수 발표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달 29~31일 온라인으로 개최된 미국임상종양학회 연례학술대회(ASCO2020 Virtual Scientific Program)에 국내 연구자들의 구연 및 포스터 등 총 195건을 발표됐다.

대한항암요법연구회 강진형 회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올해 ASCO2020은 온라인으로 진행됐으나 국내 연구자들의 발표는 지난해 보다 더욱 활발했다"며 "특히 항암요법연구회를 통해 주요 암종과 희귀암에 있어 괄목할 만한 연구 성과를 냈고, 주목받는 연구 데이터를 도출해냈다"고 말했다.

대한항암요법연구회는 소속 회원이 참여한 연구 결과는 총 25건 등을 포함해 이번 학술대회에서 주목받은 연구들을 소개했다.

연구회에 따르면, 서울대학교병원 혈액종양내과 김범석 교수의 선양낭포암 관련 연구의 경우, 희귀암인 선양낭포암에서 시행된 최초의 무작위 배정 임상시험으로 항암요법연구회 두경부식도암분과의 지원을 받아 전세계에서 가장 큰 환자수로 진행됐다.

선양낭포암은 침샘에 발생하는 희귀암으로 세포독성항암치료가 잘 듣지 않아 치료 대안이 없으며, 따라서 전이가 되더라도 경과 관찰만 하다가 사망에 이르게 되는 질환이다.

그림1

항암요법연구회 11개 기관 연구자들이 참여한 가운데 진행된 이 연구는 '액시티닙'이라는 혈관형성억제제가 해당 질환 치료에 우월한지 비교 분석했다. 그 결과 액시티닙 투여군의 무진행생존기간이 10.8개월로 나타나 대조군의 2.8개월 대비 유의미하게 우월함을 입증하며, 선양낭포암에서 액시티닙이 표준치료가 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그림1).

김범석 교수 "희귀암은 임상연구의 계획이나 등록에 있어 어려움이 많아 임상연구에 있어 여러 연구자가 협력하는 것이 필수적"이라며 "이번 연구는 대한항암요법연구회의 다기관 연구로 진행되면서 국내 연구자들의 아이디어와 협력을 통해 성공적으로 임상연구를 진행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또 항암요법연구회 유방암분과 임상연구 중 하나인 KCSG-BR18-21 연구가 'Trial in Progress' 부문에 채택 발표됐다(그림2). Trial in Progress 부문 채택은 아직 연구가 완료되지는 않았지만 중요성이 상당하다는 의미다.

그림2

KCSG-BR18-21 연구의 제1저자인 고대구로병원 종양내과 박인혜 교수는 "선행 연구에서 전이성 삼중음성 유방암에 이어 수술 가능한 조기 삼중음성 유방암에서도 수술전 보조요법에 항 PD-1 면역관문억제제인 펨브로리주맙과 항암제의 병용이 항암제 단독에 비해 병리학적 완전 관해율(pCR)을 높이고 병의 진행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입증됐다"며 "이번 연구는 표준 선행항암치료 이후 잔여암이 남은 삼중음성 유방암 환자를 대상으로 항 PD-L1 면역관문억제제인 아테졸리주맙과 항암제 카페시타빈 병용의 임상적 효용성과 안전성을 보고자 디자인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박인혜 교수는 "본 연구가 성공적으로 수행된다면 고위험군 환자에 집중해 선택적으로 면역관문억제제를 사용하는 치료 전략을 개발하는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고 의의를 밝혔다.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김승태 교수의 표준항암치료에 실패한 고형암 환자에서 '파클리탁셀'과 세포의 DNA 손상 반응을 차단하는 '세랄라설팁'의 병용요법에 대한 1상 결과도 관심을 모았다.

그림3

이 치료 요법은 흑색종과 위암 환자에서 유의미한 항암 치료반응을 나타냈는데, 특히 면역항암요법에 실패한 흑색종 환자에서 33%의 치료반응률 및 58.8%의 질병조절률을 보여주며 향후 면역항암제에 질병 진행을 보인 흑색종 환자에서 중요한 자료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그림3).

이밖에도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안명주 교수팀은 ALK 변이 비소세포폐암 환자에서 액체생검 차세대염기서열분석(cell-free DNA NGS) 검사가 갖는 임상적 활용가치에 대해 발표했다(그림4).

그림4

연구팀은 ALK 변이를 가지는 전이성 비소세포폐암 환자에서 ALK 억제제 복용 전과 복용 2개월 후, 질병 진행시에 전향적으로 수집된 혈액내 암세포 유래 DNA(cell-free tumor DNA)를 NGS를 통해 분석해 임상적 유용성을 평가했다.

그 결과로 치료 전 혹은 치료 후 2개월 시점 암세포 유래 DNA가 혈액에서 검출되지 않는 환자가 검출된 환자에 비해 더 긴 무진행생존기간(PFS)과 전체생존기간(OS)을 나타냈다.

강진형 회장은 "이번 연구는 액체생검 모니터링을 통한 혈액내 암세포 유래 DNA의 검출과 소실 여부가 ALK 변이 환자의 치료 과정에서 바이오마커로써 역할할 수 있음을 시사해 주목을 받았다"라며 "제1저자로 이 연구를 수행한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권민석 임상강사는 ASCO가 우수 초록을 제출하는 젊은 연구자에게 주는 Merit Award를 수상했다"고 강조했다.

딥러닝 기술 및 인공지능 기술을 이용한 면역관문억제제 반응 예측 연구 성과도 발표됐다. 현재 폐암 환자에서 사용하고 있는 면역관문억제제는 많은 환자들에게 도움을 주고 있지만, PD-L1 단백질 발현 외에 실제 임상에서 사용중인 바이오마커가 부족한 실정으로,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이세훈 교수팀이 기존 단순조직염색(H&E slide)에서 얻을 수 있던 정보에 딥러닝 기술(Lunit SCOPE) 및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면역세포와 암세포의 정량적인 정보와 분포 정보를 분석한 것이다(그림5).

그림5

기존에 면역항암제의 반응성과 연관이 있을 것으로 생각한 3가지 형태학적 분류인 '면역활성(Inflammed)', '면역제외(Excluded)', '면역결핍(Desert)'으로 환자를 분류하는 작업이 진행됐으며, 그 결과 면역활성(Inflammed) 환자군이 나머지 두 환자군에 비해 면역관문억제제에 유의미한 무진행생존기간 연장을 보였고, 이를 통해 PD-L1 단백질 발현과 상관없음을 확인했다.

박세훈 교수는 "이 연구의 가장 큰 의미는 임상에서 모든 환자들에게 시행하는 단순 조직염색검사 결과만을 이용하여 짧은 시간 안에 추가 검사 없이 면역관문억제제의 반응을 예측할 수 있는 추가 정보가 딥러닝 기술로 제공 가능할 수 있다는 점"이라며 "지속적인 연구를 통해 검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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