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김대하 이사 “코로나19 장기화 상황서 의료계에 존중‧신뢰 보여줬어야 하는데 정부 실기”
대개협 김동석 회장 “수가협상 시스템 근본적인 문제 보여줘…헌신한 의사들에 어이없는 결과”

의료계가 2021년도 요양급여비용(수가) 협상 결과에 크게 실망한 모습이다.

그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한 경영난을 강조했지만 생각보다 낮은 추가소요재정(밴드)이 제시되면서 3년 연속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행을 택하게 됐기 때문이다.

2일 오전 6시까지 이어진 수가협상 결과, 병원과 의원, 치과 3개 유형은 결렬됐으며 한방 등 나머지 4개 유형만 타결됐다.

가입자단체로 구성된 재정운영위원회 소위원회는 2021년도 수가 인상에 드는 추가소요재정(밴드)을 9,416억원으로 제시했다.

이는 전년도보다 1,062억원이나 줄어든 수치이며, 2년 전(9,758억)보다도 342억 적은 액수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 재구성

추가소요재정이 지난해보다 적게 책정되면서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대한의사협회, 대한병원협회 등 7개 단체와 진행한 2021년도 수가협상은 줄줄이 결렬됐다.

이들 유형에 공단이 제시한 최종 수가인상률은 병원 1.6%, 의원 2.4%, 치과 1.5%였다.

코로나19 사태에서 국민들을 위해 헌신한 의료계는 나름의 기대감을 가지고 있었지만 예상보다 낮은 수가인상률이 제시되면서 협상이 결렬되자 강한 불만을 터뜨렸다.

대한의사협회 김대하 홍보이사는 2일 본지와 통화에서 “코로나19 위기 상황에서 의료계가 많은 헌신을 했고, 각 지역에 있는 의료기관들도 감염 전파 위험에 주의하면서 환자들을 진료했다”면서 “코로나19가 비교적으로 안정적인 상태로 유지되는 건 이런 보이지 않은 노력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 이사는 이어 “이러한 상황에서 이뤄진 수가협상이기 때문에 상당한 기대가 있었던 게 사실”이라며 “정부도 덕분에 캠페인 등으로 의료계를 고무시켜 줬는데 그렇지 못한 결과가 나와 매우 유감”이라고 말했다.

김 이사는 “정부입장에서 건보 재정이나 다른 공급자단체들과의 형평을 고민했겠지만 의협만 결렬된 게 아니라 병협과 치협도 같이 결렬된 건 유례가 없는 일이다. 그만큼 이번 수가협상 결과는 단순치 않다”면서 “코로나19가 장기화되는 상황에서 앞으로도 의료계가 참여가 있어야 하는데 그런 걸 감안했다면 정부가 의료계에 대한 존중이나 신뢰를 보여줬어야 한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결과가 나온 걸 보면 정부에서 실기를 한 것 같다”고 평했다.

대한개원의협의회 김동석 회장은 수가협상 방식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했다.

김 회장은 “의협만 결렬이 됐다면 모르겠지만, 병협, 치협 등도 건정심행을 택했다”면서 “이는 수가협상 시스템의 근본적인 문제를 보여주는 것이다. 틀을 깨서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올해도 공급자단체들은 재정소위에서 정한 밴딩을 모르고 깜깜이 눈치 게임을 했다”면서 “또 협상이 결렬되면 공급자단체만 페널티를 받는다. 이에 (공단은)은근히 ‘협상 깨지면 (제시한)수치 이하로 받을 수 있다’는 부담을 준다”고 지적했다.

특히 “의원은 지난 2년 연속 결렬이 됐기에 더 받아야 한다는 생각을 했지만 그렇지 못한 결과가 나왔다”면서 “코로나19로 생존에 위협를 느끼는 상황에서 사명감으로 진료를 하고 있는 의사들에게는 어이없는 결과”라고 비판했다.

한 개원의도 “이번 수가협상 결과에 대한 책임은 일차적으로 정부에 있다”면서 “2년 연속 결렬했던 의협은 그렇다 치더라도 병협과 치협까지 결렬인 것을 보면 정부가 재정을 투입하겠다는 의지가 없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밴딩을 공개하지 않는 깜깜이 협상도 문제”라며 “매년 지적되고 있지만 전혀 개선이 되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그는 3년 연속 수가협상 결렬을 택한 최대집 집행부에 대한 책임론도 언급했다.

그는 “(최대집 회장이)수가정상화 공약을 내세웠지만 이를 지키지 못하고 회원들에 실망만 줬다”면서 “만약 건정심에서 페널티가 나오면 회원들은 더 큰 피해를 보게 된다. 이에 대해 책임을 져야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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