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반영 여부 두고 진통 겪었으나 소득 없이 끝나…3년 연속 결렬 의협 “이해할 수 없는 수치”

2021년도 요양급여비(수가) 협상에서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공급자단체들과 밤샘 마라톤 협상을 벌였지만, 대한의사협회를 비롯해 대한병원협회, 대한치과의사협회 등 3개 단체의 수가협상이 모두 결렬됐다.

공단 재정운영소위원회가 내년도 수가협상을 앞두고 수가인상률과 직결되는 추가재정소요분(밴딩) 결정 과정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반영 여부를 두고 진통을 겪었으나 코로나19로 의료계가 피해를 입었고 의료계가 버텨줘야 감염병 사태에서 국민의 생명을 지킬 수 있다는 지적에 성의를 보이기로 함에 따라 코로나19로 인한 경영손실분이 수가인상률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 있었다.

하지만 최종적으로 공급자단체와의 간극을 좁히는데 실패했다. 밤새 거듭된 협상이 이어졌으나 양측의 입장차를 좁히지 못한 채 소득 없이 끝이 났다.

공단은 지난 1일 서울 당산동 공단 영등포남부지사(스마트워크센터)에서 공급자단체와 내년도 병·의원 살림살이를 결정할 수가협상을 진행했다. 이날 오후 4시부터 시작된 수가협상은 자정을 넘겨 2일 오전 6시가 돼서야 마칠 수 있었다.

가장 높은 인상률을 기록한 유형은 조산원으로 3.8%였으며, 약국이 3.3%, 한의협이 2.9% 순이었다. 공단이 의협에 제시한 수가인상률은 2.4%로 알려졌다.

특히 내년도는 2차 상대가치개편에 따른 재정 투입분에 대한 병·의원급 의료기관 ‘환산지수 연계차감’이 이뤄짐에 따라 환산지수 계약 시, 의원과 병원은 최종 환산지수에서 각각 0.3%p, 0.1%p가 차감되게 된다.

이에 의협과 병협으로서도 코로나19로 인한 경영손실에 상대가치개편에 따른 환산지수 연계차감분을 고려했을 때 이번 수가협상은 한치도 물러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대한의사협회 박홍준 부회장(좌)과 대한병원협회 송재찬 부회장(우)

3년 연속 결렬 선언한 의협 “공단, 타협할 의지 없어”

따라서 가장 먼저 결렬을 선언한 의협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수치”라며 공단이 제시한 수가 인상률에 대한 서운함을 강하게 드러냈다.

의협은 그간 협상 과정에서 최저임금 상승 여파로 인건비 증가에 따른 지속적인 경영난을 호소하며 적정수가 보장에 대한 당위성을 피력해 왔지만 의협의 이 같은 요구가 공단과의 협상 과정에서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의협 박홍준 부회장은 마지막 협상을 마치고 나온 직후 기자들과 만나 “협상의 처음부터 끝까지 신의와 성실로 협상에 임했지만 최종적으로 타결하지 못해 모든 분들에게 죄송하게 생각한다”며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협상) 과정과 통보를 받았다”고 말했다.

박 부회장은 “모든 책임은 이 같은 결과를 촉발한 정부에 있다”며 “(정부가) 앞으로 어떻게 수습할지 모르겠지만 저희로서는 최선을 다한 결과가 가슴 아픈 결과가 됐다. 코로나19로 인한 의원의 어려움을 전혀 감안하지 않았다. 공단이 타협할 의지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지난해 수가협상 결렬을 선언했던 의협은 의원 수가인상률 2.9%로 결정된 바 있다.

병협 “공단, 제시한 수가인상률 받아 들이기 힘들어”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경영난에 직면한 병원계는 가장 마지막까지 협상을 진행하며 공단과의 간극을 좁히기 위해 노력했으나 끝내 결렬을 선언했다.

병협 송재찬 부회장은 “코로나19 사태로 병원계가 많은 어려움에 처해 있어 수가협상에 많은 기대를 했다”며 “그런 기대에 충분히 만족시켜 드리지 못한 점에 대해 회원 병원들에게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송 부회장은 “공단과 재정운영위원회에서 많은 노력을 기울였지만 간극을 매우기 어려웠다. 공단이 제시한 수가인상률은 받아 들이기 어렵다. 상당한 차이가 있다”면서 “앞으로 의료계의 노력들이 향후에도 보상받을 수 있도록 다 같이 노력해 나가겠다”고 했다.

병협은 이번 수가협상에서 공단으로부터 1.6%를 제시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보장성 강화로 인한 적정수가 약속 어디에? 치협도 ‘결렬’

보장성 강화 정책 시행에 따라 임플란트 등 비급여 항목의 급여화로 인해 경영난을 호소해 왔던 치과계도 적정수가 보장을 주장했으나, 수가인상률에 반영되지 못해 최종 결렬을 선언했다.

치과가 이번 협상에서 제시받은 수가인상률은 1.5%다.

치협 권태훈 보험이사는 “공단이 제안한 수가인상률이 그간 보장성 강화 정책에 희생을 감수하며 적극 협조하고 코로나19 감염증의 경영상 어려움을 극복하고자 노력하고 있는 치과계 회원들의 기대를 충족하지 못한다는 판단에 최종 결렬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권 보험이사는 “보장성 강화에 따라 비급여가 축소돼 실질 수입이 줄었고 1회용 재료 사용증가, 보조인력 구인난 등 관리운영비 증가로 이삼중으로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실에서 적정수가 보상이 수가계약에 반영돼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권 보험이사는 “공단은 코로나19로 인해 국민, 자영업자 등 모두가 어려운 상황으로 고통을 덜어낼 필요가 있고 재정건전성 및 진료비 증가율 등을 고려해 협상해야 한다는 입장으로 치과계의 주장과는 간극이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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