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대의료원 첨단의학연구원 김철호 원장 “연구하는 의사 모두 지원…아주대병원 연구의 힘”

국내 대학병원들 중에서 ‘연구’에 대한 열정이 높고 지원이 많기로 유명한 곳이 있다. 바로 아주대병원이다. 그렇다면 아주대병원이 의학연구에 열정을 쏟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주대병원의 연구 DNA는 지난 1996년 의과학연구소 설립부터 시작됐다.

이후 1998년 뇌질환연구센터 설립, 2003년 만성염증질환연구센터 지정, 2011년 SRC 선도연구센터 선정 등 거침없는 행보를 이어오던 아주대병원은 2013년 보건복지부 지정 연구중심병원에 선정된 후 2019년까지 3번 연속 연구중심병원으로 지정되는 쾌거를 이뤘다.

특히 BK21+, 만성염증질환센터(MCR), 유전체불안정성제어연구센터(SRC) 등 4개 대형 국책연구사업을 동시에 수행하는 연구분야 ‘그랜드 슬램’을 달성, 작은 규모에도 불구하고 소위 빅5로 불리는 서울 대형병원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이같은 아주대병원의 경쟁력은 연구성과만 보더라도 알 수 있다. 연구비 수주액은 2010년 284억원에서 2019년 520억원으로, 창업실적은 같은 기간 0건에서 11건으로, MOU 실적은 1건에서 16건으로, 특허출원은 39건에서 114건으로, 기술이전 계약 실적은 3건에서 9건으로, SCI급 연구논문은 332건에서 548건으로 증가했다.

이를 바탕으로 연구에 자신감이 붙은 아주대병원은 최근 ▲단백질 칩 기반 정밀의학 ▲이중 특이 면역조절제/면역항체 ▲플라즈마 의학 ▲오가노이드 기반 조직재생/암치료 ▲3D 프린팅 기반 인공장기 ▲액체 생검 ▲착용형 소프트로봇 ▲휴먼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면역조절제 ▲인공지능 기반 임상/영상/유전체/생체신호 질병예측 플랫폼 ▲의료기기 소프트웨어 등 10대 유망 기술을 발표하며 연구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아주대병원이 연구분야에서 이처럼 비약적인 성장을 해나갈 수 있었던 것은 의료원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이 한 몫했다. 특히 2013년 의료원 산하에 첨단의학연구원이 설립되면서 체계적인 연구지원이 가능했다.

독립된 연구 전담기관인 첨단의학연구원은 14개 연구센터, 9개 임상과학융합연구단을 중심으로 다양한 기초와 임상연구를 진행하면서 ‘연구 잘하는 병원’에 걸맞는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아주대의료원 첨단의학연구원 김철호 원장.

지난 2월 첨단의학연구원장으로 임명된 이비인후과 김철호 교수는 연구 잘하는 아주대병원의 배경에는 첨단의학연구원을 통한 능동적 지원이 있다면서 앞으로는 단순히 논문만 쓰는 연구에서 벗어나 기술사업화가 가능한 연구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학병원의 우수한 의료진이 임상과 연구를 오가며 실제 필요한 기술을 집중 연구하고 이를 사업화로 연결해 수익을 창출한 후 그 수익을 통해 병원을 발전시키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김 연구원장은 “연구중심병원으로 연구를 열심히 해 논문을 많이 쓰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나아가 연구를 통해 실제 지적재산권, 산학협동, 기술사업화를 통해 수입을 창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해외에서도 유명한 메이요 클리닉, 존스홉킨스 등이 롤 모델”이라고 말했다.

김 연구원장은 “실제 아주대병원은 다른 연구중심병원 대학에 비해 기술사업화 부분이 활발하다”며 “교원 창업을 보면 알 수 있는데, 예전에는 연구를 통해 가진 기술을 회사에 이전했다면 지금은 그것을 넘어 기술로 창업을 한다. 아주대는 교원 인원 수에 비해 이런 부분이 강점”이라고 덧붙였다.

원내 교수들의 아이디어를 실체화하는 기술사업화 외 외부 기업들을 지원해 윈-윈 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도 중요하다. 아주대병원은 이를 위해 지난해부터 개방형 실험실을 적극 운영하고 있다.

김 연구원장은 “지난해 복지부가 지정한 개방형 실험실의 경우 요즘처럼 어려운 시기 창업자들에게 큰 도움을 줄 수 있다”며 “외부 업체들은 의사들을 만나서 자문 한마디 듣기도 어렵다. 하지만 개방형 실험실을 통해 도움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아주대병원 개방형 실험실에는 현재 15개 기업이 들어와 있는데, 이들이 어느 교수든 만날 수 있게 지원하고 있다"며 "아주대병원이 가진 다양한 인프라를 기업들이 활용할 수 있게 해주는 것도 아주대병원만의 강점이다. 이 정도까지 하는 대학병원이 전국에 5곳도 안된다”고 덧붙였다.

첨단의학연구원에 산재한 연구 지원 인프라를 통합 관리‧지원하는 ‘의학연구협력센터’를 신설한 아주대병원은 연구자 양성 프로그램도 꾸준히 업그레이드하고 있다.

그는 “아주대병원은 전통적으로 다양한 연구자 양성 프로그램을 가동하고 있다. 전문의 취득 후 군 입대 대신 기초연구를 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은 물론 전공의, 석사, 박사과정 때부터 연구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주고 있다"며 "전공의부터 박사까지 연구에 매진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 아주대의 프로그램”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런 과정을 거친 인재들이 학교에 들어올 때 교수 임용 시 메리트를 준다'"면서 "연구경쟁력을 높이는 것은 결국 (의사 생활) 초기부터 제대로 연구할 수 있는 사람을 만드는 것이다. 따라서 이들이 교수로 임용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내부적으로 연구 역량을 키우는 것 외 연구성과를 국내외에 제대로 알리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모든 부분에서 마케팅이 중요하다. 지금 외국에서 우리나라 의료수준을 보는 눈이 바뀌고 있다. 지금이 중요한 타이밍"이라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해 국산 진단키트 등이 주목받고 있는데, 우리나라 제약이나 의료기기 등에 대해서도 많이 홍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플라즈마 의학 등 최근 각광받는 의료기술의 경우 결국 세계적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만 보면 너무 좁은 시장”이라며 “많이 알리고 논문도 많이 쓰다보면 세계적으로 위상이 올라갈 수 있는 기회도 생길 것”이라고 덧붙였다.

더욱이 “지난해 뉴스위크에서 선정한 전세계 100대 병원에 아주대병원이 포함됐다. 꽤 좋은 성적이고 고무적인 성과”라며 “우리들은 막연하게 생각하지만 외국에서는 객관적 지표로 한국 의료기관을 알아주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가진 여러 의료기술과 혁신 사례를 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연구에서 이어지는 기술사업화와 의료 비즈니스가 연구중심병원의 핵심이라며 첨단의학연구원장으로서 아주대병원의 기술사업화를 이끌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이제는 연구해서 논문을 발표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지적재산권을 만들어 기술이전과 창업을 통한 기술사업화를 이뤄야 한다. 연구중심병원의 최종 목표도 바로 이것”이라며 “외국 유명 병원들을 가보면 규모가 커봐야 500병상 정도다. 병원을 키우는 방법이 우리와 완전히 다르다”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학병원들도) 의료 비즈니스를 해야 한다. 우리나라도 갈수록 의료 비즈니스에 대한 수요가 많아지고 있는데, 병원들이 그런 수요를 담아낼 수 있어야 한다”며 “환자를 진료하고 환자 한명당 진료비를 늘려 병원을 운영하는 것은 옛날 이야기”라고 덧붙였다.

그는 “아주대병원에서는 기초와 임상 간 협업, 임상 간 협업, 임상과 기업 간 협업, 병원과 주변 네트워크 간 협업 등이 유기적으로 일어나게 만들 것”이라며 “이런 체계를 통해 연구를 도와주는 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연구가 수입이 되고 그 수입을 의료에 재투자하고 투자가 신의료기술 창출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다면 우리나라의 침체된 산업환경을 한단계 업그레이드 시키는 한 축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그는 “정부에서도 기술사업화에 많은 지원을 하고 있지만 아직은 실패했을 때, 결과물을 내지 못했을 때 격려하고 용인해주는 부분이 부족하다”며 “기술사업화 초창기, 정체기 등 단계마다 촘촘하게 지원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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