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병원협회 손덕현 회장 "한시적 ‘감염예방·관리료’, 정착될 수 있는 방안 필요"
“요양병원 감염병 확산 막으려면 간병인제도 도입해 감염관리 질 높여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전 세계를 강타하면서 미국에서는 코로나19를 지칭하는 신조어가 만들어졌다. 베이비부머 세대를 저격하는 바이러스라는 의미를 가진 ‘부머 리무버(Boomer remover)'가 바로 그것이다.

부머 리무버에는 미국 내 세대갈등이 투영되기도 했지만, 실제 기저질환이 있는 노인에게서 치명률이 증가하는 코로나19 바이러스의 특징이 드러나 있다. 미국 내 코로나19 사망자 4명 중 1명은 노인들이 밀집한 요양원 거주자이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2월 대구·경북지역에서 코로나19 대규모 확산이 일어나면서 고위험 시설인 요양병원이 잇따라 코호트 격리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감염에 취약한 노인인구의 코로나19 치명률도 이를 뒷받침 한다. 보건당국에 따르면 25일 0시 기준 국내 코로나19로 확진된 전체 1만1,206명 중 사망자는 267명으로 치명률은 2.38%로 조사됐다.

이 치명률은 50대까지는 0.75% 이하를 기록하다가 70대 이상에서는 큰 폭으로 증가했다. 60세 이상 69세 이하의 경우 2.83%로 평균치를 웃돌다 70세 이상 79세 이하에서는 10.99%로 5배 가량 늘더니 80세 이상에서는 26.27%로 증가했다.

요양병원의 감염관리 필요성이 떠오르면서 정부도 대책마련에 소매를 걷어 올렸다. 요양병원 내 코로나19 확산방지 및 효율적인 관리를 위해 ‘요양병원 감염예방·관리료’ 산정기준을 만들고 한시적으로 지급키로 한 것.

이 중심에는 감염관리 중요성을 인식하고 변화를 주도해 온 대한요양병원협회가 있다. 요양병원협회는 대한의료관련감염관리학회가 운영하는 ‘중소병원 감염관리 네트워크’와 업무협약을 맺고 그간 감염관리를 위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

요양병원협회를 이끌고 있는 손덕현 회장을 만나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한 요양병원의 역할과 감염관리를 위해 필요한 제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손 회장은 요양병원의 체계적인 감염관리를 위한 방안으로 ‘간병인 제도’를 꼽았다.

대한요양병원협회 손덕현 회장

- 요양병원 내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협회 차원에서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들었다.

중국에서 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면서 중국에서 온 간병인이 많은 요양병원도 위험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양병원에 대해 워낙 부정적 이미지가 컸고, 감염병 사태가 요양병원에서 발생한다면 정부가 또 규제를 가하지 않을까 걱정도 됐다.

더욱이 코로나19가 기저질환이 있는 노인에게 더 취약하다는 연구결과가 계속해서 나오면서 자체적으로 대응팀을 구성하고 매뉴얼을 구축했다. 그러던 중 운영하던 요양병원에서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여러 가지 주목을 받게 됐다. 다행스러웠던 점은 이미 대응체계 내 전직원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 한 이후여서 감염확산을 막을 수 있었다.

협회 자체조사를 통해 요양병원 내 코로나19 발생 현황 등을 취합해 정보를 정부와 공유하는 등 발빠른 대처를 위해 노력한 점도 요양병원 내 코로나19 확산을 막는 주요한 역할을 했다고 본다. 간병인 비자 연장 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현장에서 필요한 것들을 정부에 건의했고 이를 정부차원에서 수용하면서 감염관리를 강화해 나갈 수 있었다.

- 요양병원의 감염관리 중요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 요양병원의 감염관리가 중요한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초고령 사회로 전환하고 있지만 그 동안 우리나라 요양병원 정책은 지원보다는 규제가 많았다. 특히 요양병원은 일당 정액수가로 감염관리를 위한 지원이 전혀 없었다. 때문에 감염관리나 간병 등 문제들이 많았던 것도 사실이다. 예를 들어 객담배액을 위해 환자당 일회용 석션 팁이 20개 이상 필요하지만 수가 지원이 전혀 없어 일부에서는 소독해서 쓰는 경우도 있었다. 뿐만 아니다. 감염 확산을 막는다며 병상 간 간격도 1.5m로 띄우도록 했지만, 이에 따라 병상 수가 줄어드는 부분에 있어서는 아무런 지원이 없었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전환점이 됐다는 생각이 든다. 정부도 코로나19 사태로 요양병원 내 감염관리에 대한 인식이 바뀐 것 같다. 한시적이기는 하지만 감염예방·관리료를 신설해 요양병원의 감염관리 지원에 나섰다는 것 자체가 고무적이다. 늘 음지에만 있던 요양병원들도 사정이 좀 나아질까 하는 기대감이 생겼다.

- 감염예방·관리료를 지속적으로 지원 받기 위해서는 제도적으로 정착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한 논의가 필요할 것 같은데.

다인실을 쓰는 요양병원은 감염에 취약하다. 다제내성균에 대한 문제도 지적돼 왔다. 요양병원의 취약한 감염문제를 알고 있던 ‘중소병원 감염관리 네트워크’가 질병관리본부와 지난 2018년부터 논의를 시작하면서 감염예방·관리료 필요성이 제기됐다. 코로나19 이전부터 준비가 돼 왔던 내용이다. 이에 전국의료관련감염감시체계(KONIS)에 요양병원도 올해부터 가입할 수 있도록 토대를 마련하고, 이를 관리하기 위해 전임자를 두고 운영할 수 있는 기준을 마련하던 중 코로나19가 발생하면서 공감대를 갖고 있던 수가 부분이 우선적으로 시행된 거다.

정부가 코로나19 사태로 한시적으로 지원해 주겠다고 했지만 전담인력을 두고 감염관리 교육을 받으면서 정착할 수 있도록 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 요양병원의 다인실 구조도 집단감염으로 지목되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이 있을까.

요양병원에 다인실이 많은 이유를 먼저 생각해 봐야 한다. 하나는 간병에 대한 부담이다. 간병인 제도가 없다보니 간병에 대한 부담을 보호자가 져야 하는데 환자 수가 줄어들수록 그 부담이 커지니 다인실 선호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 이 문제가 시급하게 해결돼야 악순환을 막을 수 있다.

현재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급성기 의료기관에서 운영하고 있지만 우선순위 차원에서 본다면 노인들에게 더 필요하다고 본다. 하지만 간병비용을 우려해 요양병원의 간호간병서비스는 십수년 째 논의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간병서비스의 질이 담보돼야 요양병원의 서비스 질이 전체적으로 향상될 수 있다.

더불어 요양병원의 역할에 대한 설정도 매우 중요하다. 노인의료는 단순하지 않다. 복합질환을 다루기 있기 때문에 전문성이 따라야 한다. 하지만 정부는 의료전문성 확대보다는 요양병원을 만성기 역할에만 초점을 두고 정책을 추진해 왔다. 요양병원의 역할 세분화에 따른 그림을 그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본적으로 의료전문성 확대가 필요하다.

- 요양병원 내 효과적인 감염관리를 하기 위해 장기적인 관점에서 필요한 제도적 지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간병인 제도’를 강조하고 싶다. 현재는 간병인을 정직원으로 두게 되면 간병료를 청구할 수 없도록 돼 있다. 간병료는 간호료에 포함돼 있기 때문에 간병인을 정직원으로 고용하게 되면 환자에게 간병료를 받을 수 없다. 그래서 간병인 고용을 위해 외주 용역업체와 계약한다. 이들을 대상으로 감염관리 교육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다. 정직원이 아닌 이들에게 ‘이렇게 해달라’, ‘저렇게 해달라’ 요구를 하게 되면 노동법 위반이다. 지금 상황은 노동법과 의료법 모두에 충돌되고 있는 상황이다. 어떻게 하든 요양병원이 죄인이 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적어도 간병인이 제도권 안으로 들어와야 질 높은 감염관리를 수행할 수 있다. 제도적으로 개선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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