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 오명돈 교수 “향후 치료제, 렘데시비르보다 월등하거나 열등하지 않다는 것 증명해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치료제로 임상시험을 실시해온 렘데시비르(remdesivir)가 단독으로는 효과가 떨어진다는 연구결과에도 코로나19 표준 치료제로 각광 받고 있다.

서울대병원에 따르면 미국 국립보건연구원(NIH)가 주도한 렘데시비르(remdesivir) 임상시험 결과가 지난 23일(미국 시각 22일 오후) 발표됐다.

이 임상시험은 코로나19 환자 1,063명을 대상으로 렘데시비르와 위약을 10일간 투여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는데 위약군에 견주어 렘데시비르 치료군에서 회복시간이 31% (15일→11일) 단축됐다. 이 결과를 근거로 지난 1일 미국 FDA는 렘데시비르를 중증환자(산소포화도 <94%, 산소 치료 필요)에게 긴급 사용허가를 승인했다.

이 연구는 전세계 10개국, 73개 의료기관이 참여한 다국가, 다기관 임상 시험으로 미국에서 45개 의료기관이, 유럽과 아시아에서 28개 의료기관이 참여했는데 아시아에서는 한국, 일본, 싱가포르가 참여했다.

이번 연구는 다기관 공동으로 진행된 덕분에 지난 2월 21일에 환자등록을 개시한 지 두 달 만에 1,000명이 넘는 많은 환자를 모집할 수 있었고, 임상시험의 gold standard라고 하는(가장 수준이 높은) 이중맹검, 위약 대조 연구 디자인으로 렘데시비르의 효능을 평가할 수 있었다.

사실, 중국에서 이와 비슷한 임상 시험이 먼저 수행됐다. 중국의 렘데시비르 임상시험은 후베이성의 10개 의료기관이 참여했는데, 중국의 환자수가 급격히 감소하면서 목표 환자수의 절반 정도인 237명을 모집하는데 그쳐, 그 효과를 제대로 평가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따른 임상시험은 비슷한 시기, 렘데시비르 제조회사인 길리어드사 지원으로 진행됐다. 이 임상시험의 디자인은 위약군을 두지 않고, 5일 치료군을 10일 치료군과 비교하는 방식이다.

시험 결과, 렘데시비르 5일 치료군과 10일 투여군의 치료 효과나 부작용이 서로 비슷한 것으로 나왔다. 그러나 위약 대조군이 없기 때문에 그 효과가 위약보다 더 좋은지는 알 수 없다는 한계를 가진 연구이다.

미국 NIH의 연구는 위 두 연구의 한계를 모두 극복해, 렘데시비르의 치료 효과를 확실하게 평가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는 게 서울의대 오명돈 교수의 설명이다.

특히 국가 연구기관이기에 치료 효과가 어느 쪽으로 나오는지에 상관없이 확실한 결론을 얻을 수 있는 이중맹검, 위약 대조 디자인으로 임상시험을 추진할 수 있었다는 것.

서울의대 오명돈 교수

이에 대해 오 교수는 “이번 연구는 왜 공공기관이 임상 연구를 수행해야 하는지를 웅변하는 사례라고 하겠다”면서 “우리나라도 이러한 임상 연구를 수행할 수 있는 국가 시스템을 갖추는 일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 연구가 진행되던 기간 동안은 미국에서 코로나19 유행 곡선이 매우 가파르게 올라가던 시기였고, 연구에 참여한 많은 의료기관에서는 몰려드는 환자를 돌보느라 연구에 할애할 시간이 부족하고, 검체 채취 기구가 동이 나거나, 의료인들이 개인 보호구를 제대로 공급받지 못하는 등의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었다”면서 “어려운 여건 하에서도 임상시험을 수행, 렘데시비르가 환자의 회복에 도움이 된다는 확실한 결과를 얻었다는 건 높이 평가해야할 업적”이라고 평했다.

오 교수는 환자 상태가 회복되는 걸 치료의 2차 평가 항목으로 설정한 이유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오 교수는 “이 연구에서 2차 평가 지표는 치사율인데, 치료 후 14일의 치사율은 11.9%에서 7.1%로 줄었다. 만일에 치사율이 35% 감소되는 결과를 증명하려면 사망에 도달한 수가 최소 200명이 필요하고, 따라서 2,000여명의 참가자를 모집해야 한다”면서 “하지만 환자 2,000명을 임상시험에 모집하는 일은 현재 판데믹 상황에서 불가능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애초 연구 디자인 단계부터 치사율 감소는 차 평가 항목에 포함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대신 연구에선 환자 상태를 (1)입원하지 않음, 활동 지장 없음 (2)입원하지 않음, 활동 지장 있음 (3)입원함, 산소필요 없음 (4)입원함, 산소 필요 없음, 진료 필요함 (5) 입원함, 산소 필요함 (6)입원함, 비침습 호흡, high flow O2 devices (7)입원함, 기계호흡, ECMO (8) 사망으로 구분했고, 임상시험에 참여하는 기준은 (5), (6), (7)상태에서 치료 개시 후 (1), (2), (3)에 도달하면 회복으로 정의했다.

오 교수는 “15일에서 11일로 치료기간이 4일간 단축됐다는 건 인공호흡기나 중환자실, 산소와 같은 의료 자원이 그 만큼 더 많아지는 효과가 있다는 점에서 의료 시설과 기구가 절실히 필요한 판데믹 상황에서는 매우 의미있는 효과”라고 설명했다.

오 교수는 “이번 NIH 주도 임상연구를 통해 렘데시비르는 최초의 코로나19 치료제로 인정받게 됐다”면서 “이제 치료제 임상시험에서 위약을 쓰는 건 윤리적으로 허용할 수 없게 됐기에, 앞으로 개발되는 코로나19 치료제는 렘데시비르보다 더 월등하거나, 최소한 열등하지 않다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 렘데시비르가 코로나19의 표준 치료제가 된 것”이라고 피력했다.

다만 렘데시비르의 치료 효과는 아직도 개선의 여지가 남아 있다고 했다.

오 교수는 “이번 렘데시비르 임상 시험은 proof of concept를 제공했고, 앞으로 이 약이 타깃으로 하는 RNA-dependent RNA polymerase를 더 잘 억제하는 제 2세대, 제 3세대 약물이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또 바이러스 증식 과정의 다른 부위를 타깃으로 하는 항바이러스제와 인체의 면역기능을 조절하는 약제들도 앞으로 개발될 것”이리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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