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에 렘데시비르 단독치료 효과 기대 못 미쳐…'바리시티닙'‧'레론리맙' 등 병용 약물로 주목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치료의 기대주였던 렘데시비르가 단독 치료에서 한계를 보여, 이를 보완할 파트너의 필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최근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NEJM)에는 렘데시비르가 코로나19 환자의 치료 기간을 단축시키는 효과가 있지만 단독으로 치료하기에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 연구에서 렘데시비르는 '산소보충요법이 필요한 입원 환자'군에서 유용함을 입증했지만, 사망률 개선은 기대에 못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해당 연구진은 코로나19 환자 치료 결과를 개선하기 위해선 다른 치료법이나 항바이러스제 병용 요법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에 렘데시비르와 함께 코로나19 치료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약물로 릴리가 개발한 류마티스관절염 치료제 '바리시티닙(상품명 올루미언트)'과 사이토다인(CytoDyn)이 개발한 HIV 치료제 '레론리맙'이 거론되고 있다.

두 치료제 모두 현재 미국에서 렘데시비르와의 병용요법으로 임상시험을 등록 혹은 준비 중이다.

이 중 미국에서 최근 환자 등록을 개시한 바리시티닙은 올해 1월 코로나19 바이러스(SARS-CoV-2)의 유전체 정보 공개 후, 해당 바이러스가 인체 내 유입 과정에서 세포 표면 단백질인 'ACE2'를 활용한다는 점이 드러나면서 주목받은 약물이다.

영국 임페리얼 컬리지 런던의 저스틴 스테빙(Justin Stebbing) 교수팀은 ACE2의 '클라트린-매개 내포작용(endocytosis)'에 관여하는 AAK1 및 GAK를 포함한 NAK(numb-associated kinase) 계열 표적약물을 검색해, 총 378개 후보 중 47개의 기허가 약물을 발굴했고, 이 중 바리시티닙을 코로나19 치료에 최적합한 약물로 제시했다. 이 연구는 올해 2월 초 란셋(Lancet)에 발표됐다.

연구진은 바리시티닙이 인체 내 바이러스 유입 차단뿐만 아니라 JAK-STAT 신호전달을 억제함으로써 중증 코로나19 환자에서 관찰되는 사이토카인 증가에 효과적일 것으로 내다봤다. 또 코로나19 치료에 대안적으로 사용되고 있던 항바이러스제와의 약물상호작용이 적어 병용요법제로서의 활용 가능성도 언급했다.

이러한 주장이 '렘데시비르'라는 새로운 항바이러스제가 등장하면서 연구로 이어진 것이다.

현재 렘데시비르와 바리시티닙의 병용요법 연구를 주도하고 있는 시카고 일리노이대학 감염병 전문가 리차드 노벡(Richard Novak) 박사는 바리시티닙의 항염증 효과가 렘데시비르의 코로나19 치료 효과를 상승시켜 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노벡 박사는 최근 미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렘데시비르는 코로나19 환자의 바이러스 증식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지만, 환자의 건강을 개선시키는 효과는 그다지 크지 않다"고 평가했다. 항바이러스제만으론 중증 환자에서 나타나는 극심한 면역 반응, 일명 '사이토카인 폭풍'에 대항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에 코로나19 입원 환자 중 폐 관련 합병증을 가진 환자에서 '렘데시비르+바리시티닙' 병용요법과 '렘데시비르' 단독요법을 비교 평가하는 'ACTT(Adaptive COVID-19 Treatment Trial)'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이 연구는 미국 국립알레르기·감염병연구소(NIAID)의 후원으로 진행된다.

노벡 박사에 따르면, 해당 임상시험은 전세계 100개 의료기관에서 800~1000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지난 18일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임상시험 허가를 받아 서울대학교병원 주도하에 100명의 환자가 참가한다.

렘데시비르와의 병용 효과에 기대가 모아지는 또 다른 치료제인 '레론리맙'은 현재 미 FDA 허가신청을 준비 중인 HIV 치료제다. 미 FDA로부터 HIV 치료에 신속심사 대상으로 지정받았으며, 현재 3상 임상시험을 완료한 상태다.

'레론리맙'은 HIV 감염이나 종양 전이를 일으키는 세포수용체 CCR5를 차단하는 IgG4 단일클론항체로, 항바이러스 효과와 항염증 효과를 동시에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레론리맙은 이미 치명적인 코로나19 환자 10명에서 긴급임상시험약물(eIND)로서 투여돼 치료 효과를 보였다. 사이토다인은 지난 18일 코로나19에 대한 레론리맙의 3상 임상시험 프로토콜을 공개하며 미 FDA에 제출할 계획을 시사했다.

공개된 프로토콜에 따르면, 사이토다인은 환자들을 세 군으로 나눠 '레론리맙 단독', '렘데시비르 단독', '레론리맙+렘데시비르 병용' 효과를 비교 평가한다.

한편, 사이토다인은 최근 국내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레론리맙'에 대한 위탁생산(CMO)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저작권자 © 청년의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