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메모워치 통해 수집되는 심전도 데이터, 충분한 임상검증 없어…신의료기술 평가 받아야”

정부가 스마트워치 심전도 측정을 신의료기술 평가도 거치지 않고 의료행위로 인정하자 의료계가 강하게 반발하며 즉각적인 철회를 촉구했다.

대한의사협회는 22일 성명을 통해 “보건복지부는 스마트워치(메모워치) 심전도 측정을 기존 건강보험 급여 대상인 ‘일상생활에서의 간헐적 심전도 감시’와 동일한 것으로 판단한 것을 철회해야 한다”고 말했다.

메모워치는 지난 2019년 2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부터 ‘의사가 손목시계형 심전도 장치를 착용한 환자로부터 데이터를 수집 및 활용해 이상 징후 시 내원 안내’를 할 수 있는 ‘정보통신기술(ICT)분야 규제 샌드박스 실증특례’가 됐다.

또 복지부는 ‘웨어러블 기기를 통해 측정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의사가 환자에게 원격으로 내원을 안내하는 건 현행 의료법상 근거가 불분명하다’는 기존의 유권해석을 폐지했다.

그리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최근 의료행위전문평가위원회 소위원회를 열어, 메모워치 심전도 측정을 기존 건강보험 급여대상인 ‘일상생활에서의 간헐적 심전도 감시’(항목코드: E6546)와 동일한 것으로 판단했다.

이에 대해 의협은 “의료는 근거중심 학문이고, 환자의 생명과 건강에 직결되는 만큼 임상적 안전성과 유효성에 대한 과학적 검증이 반드시 전제돼야 한다”면서 “특히 우리나라와 같이 전 국민 건강보험이 시행되는 국가에서는 의료행위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 여부를 의학적 근거에 따라 평가하는 과정이 매우 중요하다. 여기에 정치적, 경제적 논리나 요구가 의학적 판단보다 우선시되는 건 국민건강과 의료체계 모두를 망치는 길”이라고 전제했다.

하지만 “정부는 메모워치 심전도 측정을 신의료기술 평가도 거치지 않고 건강보험 의료행위로 진입시키는 이해하기 어려운 일을 했다”면서 “의료의 다양한 분야 중 심장박동과 관련된 부정맥 진단은 환자의 생명과 직결되고 위급성이 높은 영역임에도 불구하고, 검사의 정확성에 대한 임상적 근거를 확인하는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기존 방식의 심전도 검사와 달리 메모워치를 통해 수집되는 심전도 데이터는 아직까지 충분한 임상검증이 없는 상태이기 때문에, 이 정보에 대한 의학적 판독 기법을 기존과 동일하게 적용할 것인지, 새로운 기법이나 제한 조건이 필요할 것인지에 대한 학술적 증명과 대안이 없다”고 우려했다.

아울러 “현재 한 개의 의료기관에서 환자 내원안내 목적의 탐색 임상시험이 진행 중이고 아직 그 결과가 발표되기도 전”이라며 “정부가 임상시험의 범위를 초월해서 갑자기 기존의 의료행위를 대체할 수 있는 것으로 인정했다는 건 절차적‧실질적 문제를 야기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새로운 의료기술의 경우 기존의 건강보험 의료행위와 비교해 ‘대상’, ‘목적’, ‘방법’ 중 한 가지라도 변동이 있을 시에는 신의료기술 안전성‧유효성 평가를 반드시 진행해야 한다는 게 의협의 생각이다.

의협은 “메모워치 심전도 측정은 ‘방법’ 면에서 기존 의료행위와 분명히 다른 기술이고, 기술적 차이로 인해 ‘목적’도 달라질 수 있으므로, 정상적인 신의료기술 평가 과정을 거쳐야 한다”면서 “복지부는 메모워치 심전도 측정을 기존 건강보험 의료행위와 동일한 것으로 판단한 걸 즉각 철회하고 신의료기술 평가 과정을 거쳐 임상적 안전성과 유효성을 검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의협은 “향후 이와 유사한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특정 의료기술이 건강보험 기존행위인지 판단하는 행정 절차에 대한 의학적 전문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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