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개발사 임상, 경증·중등증 환자로 어려움 크지 않아…환자 집중 지역으로 임상 확장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감소하면서 관련 치료제 개발을 위한 임상시험 환자 모집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국내 개발 기업들이 임상시험 사이트 확장 등 총력을 다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에 따르면 21일 오전 0시 기준 국내 코로나19 누적 확진자수는 1만1,122명으로 이 중 1만135명이 완치돼 격리해제됐다. 즉, 현재 치료 중인 국내 환자는 987명이다.

(사진: 게티이미지)

최근 일일 발생 신규 확진자는 10명대다. 한때 이태원 클럽발 감염 확산으로 30명대까지 증가했지만 10명대로 내려왔다. 이달 1일부터 21일까지 평균 17명의 환자가 발생했다.

코로나19 확산이 진정되는 추세는 긍정적이지만, 치료제를 개발 입장에선 임상시험을 할 환자가 줄어든다는 역설적인 상황에 처해져다. 환자 모집이 늦어지면 임상 기간이 길어져 치료제 개발이 지연된다.

속도가 생명인 감염병 사태 속에서 임상이 지연되면 자연스레 개발 의지도 꺾일 수 있다. 실제로 과거 에볼라 사태에서 전 세계 제약사들이 치료제나 백신 개발에 뛰어들었지만, 이들 중 다수가 연구 중 유행이 꺾이자 개발을 접었다. 메르스 사태 당시에도 치료제 개발을 선언한 다수 국내 기업 중 임상에 들어간 기업은 단 한 곳뿐이었다. 현재까지 허가된 메르스 치료제는 전무하다. 코로나19에서도 같은 상황이 반복될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현재 코로나19 치료제 임상을 승인받고 진행 중인 국내 기업은 부광약품, 신풍제약, 엔지켐생명과학 세 곳이다. 부광약품은 기허가된 B형간염 치료제 '레보비르'로 신풍제약은 말라리아 치료제 '피라맥스'로 각각 2상을 실시하고 있다. 엔지켐생명과학은 보유 중인 신약 후보 물질 'EC-18'로 2상을 진행한다. 앞서 임상을 승인받은 길리어드(렘데시비르)도 아직 환자 모집 중인 데다 여러 연구자 임상이 있어 후발주자인 국내 기업의 환자모집이 녹록치 않다.

치료제 개발에 대한 희망적인 부분은 국내 기업의 임상이 중증이 아닌 경증 또는 중등증 환자를 대상으로 이뤄진다는 점이다. 부광약품은 60명 중등증 환자를, 신풍제약은 116명 경증 또는 중등증 환자가 대상군이다. 엔지켐생명과학은 코로나19로 인한 감염성 폐렴 환자 60명 모집이 목표다.

코로나19 환자의 약 80%는 가벼운 증상에 그치는 경증 환자로 파악된다. 중등증 환자는 이보단 적지만 수십 명에 그치는 중증 환자보다 많아 무난히 임상을 진행할 수 있다는 평이다. 코로나19로 인한 감염성 폐렴 환자 역시 전체의 20~3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국내사는 코로나19 치료제 임상이 더 늘어나면서 경쟁이 치열해질 것을 감안해 임상 사이트를 최대한 넓혀 빠르게 환자를 모집하는 방법을 취하고 있다.

엔지켐생명과학 관계자는 "최근 충청북도, 충북대학교병원과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협력에 대한 MOU를 체결함으로써 충북 지역의 코로나19 환자들의 임상 참여도를 높이고 있다"며 "또 최근에는 환자가 서울·경기에 집중되고 있어 이 지역으로 임상 사이트를 늘리려고 한다"고 말했다. 엔지켐생명과학은 서울·경기권에 최대 9개 사이트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부광약품은 이미 8개 임상 사이트를 구축하고 있어 계획한 8월에 임상을 마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부광약품 관계자는 "중증이 아닌 중등증 환자 대상이기 때문에 현재 순조롭게 환자를 모집하고 있다"며 "만약 모집이 지연되더라도 대안을 마련할 수 있도록 관련기관과 지속적인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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