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덕선 의료정책연구소장, 정부 코로나19 자화자찬 비판…“잘 모르는 코로나19에 겸손해야”

“스스로 최고라고 부르고 스스로 최고 경지에 도달했다고 하면 그 경지는 최고가 아니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 안덕선 소장이 6일 대한병원협회가 ‘감염병 시대의 뉴노멀: 포스트 코로나,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를 주제로 개최한 ‘2020 KHC 코로나19 특별 온라인 컨퍼런스’에서 코로나19 대응에 대한 정부의 자화자찬을 비판하며 한 말이다.

대한병원협회가 6일 개최한 '2020 KHC 코로나19 특별 온라인 컨퍼런스'에서 대한의사협회 안덕선 의료정책연구소장이 '감염병 시대의 의료윤리와 인권'에 대해 발제했다.

안 소장은 감염병 시대의 의료윤리와 인권에 대해 발제하며 “메르스(MERS) 경험을 살려 매일 하루도 쉬지 않고 브리핑을 진행하는 등 코로나19 사태에서 우리나라의 투명성을 제고한 수직적인 대국민 의사소통은 잘 됐다고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안 소장은 “수평적 의사소통은 여전히 부족하다. 정작 일선 의사들은 정보를 구할 수 없어 코로나19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텔레비전을 봐야 알 수 있다”며 “의협도 대책 회의를 하지만 여전히 정보를 획득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정책 결정 과정에도 과학적인 근거를 우선으로 두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의협이 코로나19 초기 중국 입국금지 등을 권고했지만 정부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것.

안 소장이 예로 든 세계보건기구(WHO)의 독감과 여행 통제에 대한 메타분석 결과에 따르면 여행 통제와 다른 방역 대책을 병행한 결과 초기 감염병 상황을 통제하는데 효과적이었다.

안 소장은 “(감염병) 정책결정에 순수 과학이 바탕으로 이뤄진 것 같지 않다”며 “(정부 측) 의견을 들어줄 사람들을 전문가 그룹으로 두면서 이들을 ‘거수기 부대’라고 폄훼하는 의료계 내부 비판도 있었다”고 말했다.

안 소장은 “고부담 정책결정에 구조적 문제가 있고 전문가 자문의 편향성이 보이기도 한다”며 “풍험(위험)사정은 보이지 않고 정무적으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그 가운데 대통령이 이웃의 아픔이 우리의 아픔이라는 정치적 발언으로 초기 방역 문제가 있지 않았냐”고도 했다.

또 국내 코로나19 대응에 대해 자화자찬도 자중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안 소장은 “자꾸만 (우리나라를) 최고의 방역국가라고 하는데 중국에 비해 논문은 몇 편 나온 것 같지 않다”며 “수고하는 의료진들에 대한 이야기는 하지 않고 정부 정책에 치중한 이야기만 하더니 선거가 끝나고 관 주도의 의료인 감사 운동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안 소장은 “사스(SARS) 당시 1명의 사망자도 없었다. 추정환자 10여명이 다였지만 우리나라를 방역 최고 국가로 선전한 적 없다”며 “여전히 잘 모르는 코로나19에 대해 겸손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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